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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인천지역 노동계는 19일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청 앞에서 부당 노동행위 중단, 돈벌이 경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인천지역 노동계는 19일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청 앞에서 부당 노동행위 중단, 돈벌이 경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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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원 60주년을 맞이하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하 인천성모병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극단적 수익 추구로 노동권과 인권을 짓밟고 있다'는 내부 주장에서 비롯됐다.

여기다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천주교 인천교구 산하에 있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이하 국제성모병원)'의 경우 허위 환자 유치 혐의와 관련해 지난 6월 병원장 등 17명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국제성모병원은 '환자 유치의 날'을 정한 뒤 직원들의 친인척을 동원해 환자를 유치하고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줬으며,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성모병원에서도 ACE 3000, ACE 4000이라는 명칭으로 환자 유치가 진행됐다. 병원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한 '돈벌이 경영'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과 인천지역 노동자들은 지난 19일 인천성모병원과 천주교 인천교구청 앞에서 '인천성모병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장하나 국회의원도 참석해 천주교 인천교구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에 천주교 인천교구 산하 두 병원이 어떠한 상황인지 몇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이름 바꾼 뒤 병원 확장... 돈이 필요하다?

인천성모병원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 1955년 '성모자애병원'으로 개원, 지역사회와 동고동락하며 성장했다. 병원 부지 협소 등의 문제로 인해 인천 서구로 이전을 추진하던 중 기회가 왔다. 병원 옆에 있던 경찰종합학교가 충남 아산으로 이전한 것이다.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의 일부를 매입해 병원을 확장했고, 서구 병원 부지엔 국제성모병원을 건립해 지난해 2월 개원했다.

1962년 가톨릭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편입돼 인천지역 최초의 대학병원으로서 반세기 동안 인천과 부평의 의료를 책임져온 성모자애병원은 2008년 7월 새 병동 기공식과 함께 명칭을 인천성모병원으로 바꿨다.

인천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병원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2010년 지상 15층, 지하 3층 규모의 의료복합동을 완공해 총 800병상을 확보했다.

여기다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 1만 1700㎡(약 5000평)를 244여억 원에 매입했다. 이 부지를 지금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향후 최첨단 의료시설과 병실을 갖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축·개원한 서구 국제성모병원에 인천성모병원 직원 상당수가 파견됐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지난해 관동대학교를 인수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인천교구는 관동대 인수에 450억 원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물 출자 1040억 원을 투입했다.

보건의료 노조 등의 집회가 개최되자, 인천성모병원 측은 "응급실 앞 집회가 웬 말이냐"는 게시대를 집회 장 주변에 설치했다.
 보건의료 노조 등의 집회가 개최되자, 인천성모병원 측은 "응급실 앞 집회가 웬 말이냐"는 게시대를 집회 장 주변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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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인천교구는 인천성모병원 부지를 더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중심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밑그림을 그렸다.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 18만 5849㎡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중 청소년미래센터(9917㎡)와 자원봉사종합센터(1만 1570㎡), 제1근린공원(1만4139㎡), 고등학교(1만 7000㎡) 등의 도시계획시설을 폐지 또는 변경한 것이다. 대신에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기존 1만 8663㎡에서 6만 3748㎡로 4만 5085㎡ 늘렸다.

인천성모병원과 바로 인접한 부지라서 특혜 논란도 있었지만, 시는 재정난을 핑계로 공공시설 계획을 축소하는 대신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확대하는 것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했다.

인천성모병원이 2010년 병원 주차장 부지를 인수할 때의 토지가격을 기준으로 인천성모병원이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보이는 토지의 가격은 대략 650억 원이다.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유치 관련 잡음이, 최근 몇 년간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를 더 매입하는 데도 막대한 돈이 필요해서인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 유치가 다급한 것은 알겠지만, 어떻게 다른 병원 앞에서까지 환자 유치에 나설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계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그만둬야"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경영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병원은 초고속 성장했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은 땅에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 19일 인천성모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실시간으로 병원 진료 입원환자 현황을 모니터로 공지하며 입원 조치를 독려하고, '외래환자 2000명 돌파하는 날, 3000명 돌파하는 날' 등을 정해 직원에게 퇴근 후 길거리 홍보 활동, 직원 한 사람이 신규환자 10명 이상 소개하기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적위주의 공격적인 경영정책으로 수입에 따른 진료와 차별 지원, 진료시간 마감이 없는 무한 진료를 실시하고, 입사 3개월이 되도록 식당 한 번 못 간 간호사가 있을 정도로 점심조차 먹을 수 없게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게 다반사"라며 "인천성모병원은 돈벌이 경영을 그만둬야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의 조합원은 한때 23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11명으로 줄었다. 사실상 '식물노조'가 된 셈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인천성모병원은 그동안 지부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무차별적 징계 남발, 고소·고발, 11억 8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부동산 가압류, 단체협약 해지 통보 등을 자행했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하자, 이날 집회엔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장 의원은 19일 인천성모병원이 돈벌이 경영 중단과 인권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병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장 의원은 19일 인천성모병원이 돈벌이 경영 중단과 인권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병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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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반 병원도 이 정도로 돈 벌이하면 안 되는데, 종교 병원이 이렇게 돈벌이를 하냐. 저도 세례명이 있는 사람으로서 창피하다"며 "병원이 계속적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신부님(=병원장)이 국정감사 자리에 앉는 초유의 사태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부조리에 종지부를 찍겠다. 국회는 모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하도 이것저것 이야기해, 현재는 노조 쪽에서 무엇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난처하지 않다"고 한 뒤 "장하나 의원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려했지만, 의원을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의원실 관계자는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병원 쪽은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집회장 주위에 배치했다. 집회 참석자들의 병원과 주차장 이용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병원 쪽은 '응급실 옆에서 집회가 웬 말이냐'는 이동식 게시대를 설치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홍명옥 인천성모병원지부장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부당 노동 행위 등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인천성모병원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에 대해, 인천지역 노동계 한 인사는 "조합원이 11명밖에 되지 않는 대형 병원에서 터진 노사분규인데, 갈등에 비해 양쪽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경찰청이 중재해 천주교 인천교구장과 노조의 만남을 주선하면 해결될 문제를 왜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 노조 등은 이달 말까지 인천교구청이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주교 면담을 위한 천막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9월초 로마 바티칸 원정 투쟁도 계획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성모병원, #인천교구청, #국제성모병원, #보건의료노조, #장하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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