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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 째 맞는 '흠뻑 전'의 홍보전단
▲ 전단 일곱번 째 맞는 '흠뻑 전'의 홍보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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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죄를 짓고는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는가 보다. 나는 세상을 잘 살았다고 하지만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별 볼일 없는 도움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하무인(眼下無人)'은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른다고 한다. 그렇기에 '내가 제일이다'라는 생각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들이 갖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지난 14일 오후, 평소 존경하던 선배의 따님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에 소재한 '임 아트갤러리(관장 임하영)'는 작지만 내실 있게 운영을 하는 전시관이다. 사람들은 전시관이라고 하면 대단한 장소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좋은 전시관이란, 어떤 작품을 전시하느냐가 우선이다. 그래서 이 좁은 전시관을 늘 찾아가곤 한다.

오후 5시가 넘어 찾아간 임 아트 갤러리. 전시관 안에는 작가 두 사람이 있다. 바로 '흠뻑 전'을 기획한 장본인이란다. 사실 작가들을 이렇게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요즘 세상에 작가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선생님 뵌 적이 있는데요."
"임 관장, '흠뻑 전'이 도대체 무슨 뜻예요?"
"알아보고 전화 드릴까요?"
"뭐, 흠뻑 젖는다. 그런 뜻 아닐까요?"

임 아트 갤러리를 찾아가기 전 임하영 관장에게 물어 본 말이다. '흠뻑 전'이라는 단어가 무엇인가 사람을 솔깃하게 만든다, '흠뻑'은 분량이 가득차고도 남을 만큼 아주 넉넉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 말 뜻 만큼이나 마음에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단어다. 날이 무더운데도 부리나케 임 아트갤러리를 찾은 것은 그 전시의 대표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수원 송산주차장 외벽에 마련한 남문 로데오갤러리
▲ 남문로데로갤러리 수원 송산주차장 외벽에 마련한 남문 로데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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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동에 소재한 임아트 갤러리와 '흡뻑전' 대표 안택근 작가(앉아 있는 사람)
▲ 임아트갤러리 남창동에 소재한 임아트 갤러리와 '흡뻑전' 대표 안택근 작가(앉아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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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팔달구 남문로데오거리 송산주차장 외벽에 조성한 '남문로데오 갤러리' 전시장에서 안택근 작가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화려한 꽃들이 그려져 있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엇인가 가슴에 뭉클한 것이 맺혀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는데 기다리고 있던 작가가 작품의 주인공이란다.

갤러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택근 작가는 수원에서 유명한 미술학원인 '호우와 자명'을 운영하던 화가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우연히 옛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안택근 작가가 "옛날에 선생님을 뵌 적이 있어요"라고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옛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10년 세월 '흠뻑 전'을 열다

옛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원에서 '전통예술신문'을 운영할 때, 후배네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암택근 작가를 만난 기억이 난다. 벌써 세상이 한 번 바뀐 뒤에 다시 만난 것이다. 그래도 옛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두 사람의 기억이 잊었던 세월을 이리저리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날을 기억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호우와 자명을 운영하다가 후배에게 물려주었는데, 그동안 졸업을 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다 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원 졸업생들을 주축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는데, 그것이 바로 흠뻑 전예요. 살다가보면 '이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후배에게 물려주었는데 한 3년 전시를 못했어요."

전시를 잠시 쉰 후 안택근 작가가 다시 흠뻑 전을 맡았다고 한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는 50여 명이다. 임 아트 갤러리와 남문 로데오 갤러리, 그리고 931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회를 열고 있다. 23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를 들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오랜 세월이 지나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이다.  

보는 재미가 쏠쏠한 '흠뻑 전'

남문로데오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차진환 작가의 작품
▲ 차진환 남문로데오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차진환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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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오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여러 장의 작품을 모아놓았다
▲ 작품 로데오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여러 장의 작품을 모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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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아트갤러리에서 만난 흠뻑전 대표인 안택근 작가의 작품
▲ 안택근 임 아트갤러리에서 만난 흠뻑전 대표인 안택근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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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흠뻑 전. 연락이 되는 80여 명의 졸업생들 가운데 50여 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미술대학 4학년 이상이 참여했다고 하는 전시회를 돌아본다는 것은 재미가 쏠쏠하다. 한 곳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원 졸업생들을 위주로 전시회를 기획하지만, 가끔은 미술을 전공하는 분들과 함께 전시회를 갖기도 해요. 그동안 저도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어요. 집안에서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가급적이면 작업실에만 붙어있어요."

세상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 세월이 훌쩍 지난 다음에 만난 안택근 작가. 살다가보니 주변에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놓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그렇게 기억 밖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을 찾아보아야겠다. '흠뻑 전'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작품 감상보다 더 값진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잊고 있었던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임아트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흠벅전 출품 작
▲ 전시작 임아트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흠벅전 출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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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흠뻑전, #남문로데오갤러리, #임아트갤러리, #수원, #임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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