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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부장은 "저의 저항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저항이자, 믿음과 신뢰로 환자들이 존중받으며 기쁘게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 저는 저항합니다 홍 지부장은 "저의 저항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저항이자, 믿음과 신뢰로 환자들이 존중받으며 기쁘게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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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저녁시간에는 환자들도 바깥에 나와서 바람도 쐬고 산책을 하면서 피로를 푸는데요. 오늘은 집회가 있다면서 다친다고 나가지 말라고 환자들에게 신신당부를 하네요. 저는 몰래 쪽문으로 나와 이러고 있는데요. 다른 환자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의사들이 보면 혼날까봐 다시 들어가야 겠네요."

지난 11일 오후 6시,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부의 인천성모병원 규탄 집회 현장. 병원 앞에서 산책을 하던 환자의 푸념 섞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병원으로 향하는 환자들과 가족들도 뜻밖의 광경에 어리둥절했다.

병원 주변은 집회 시작 전부터 성모병원 임직원과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의사, 간호사, 신부, 수녀들도 집회 현장을 배회했다. 건물 내부에서도 집회 현장을 내려다보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여기에 사복 경찰 수십여 명과 여경들까지 진을 치고 있어 성모병원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인천성모병원 입구 주변엔 집회 시작 전부터 병원임직원들이 나와 내내 현장을 지켜봤다.
 인천성모병원 입구 주변엔 집회 시작 전부터 병원임직원들이 나와 내내 현장을 지켜봤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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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에서 설치한 홍명옥 지부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인천성모병원에서 설치한 홍명옥 지부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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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 집회가 시작되자 병원 측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연신 대중가요가 흘러 나왔다. 경찰은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고 병원 측의 집회 방해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집회 현장에서 나오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말소리는 병원 측 스피커 음악소리에 그대로 묻혔다. 현장 가까이 다가가서야 어떤 내용인지 분간할 수 있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누가 설치했는지 모르지만 집회 현장 건물 위 스피커 2대 에서 또 다른 음악소리가 흘러 나와 집회 현장이 온통 나이트클럽 분위기로 바뀌었다.

병원 측 감시카메라 2대가 집회 현장 방향으로 돌려져 있는 모습
 병원 측 감시카메라 2대가 집회 현장 방향으로 돌려져 있는 모습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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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제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부 조직국장은 이내 해당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과 만나 집회 방해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경찰도 해당 상황에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즉시 병원 관계자를 불러 위반 시 처벌을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오후 7시께, 그제야 집회가 순조롭게 다시 진행됐다. 이날 집회 관계자들은 발언을 통해 지난 국회에서 토로했던 "돈 보다 생명을"이라는 주제로 성모병원 윤리 경영 회복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관련기사: 인천성모병원 노동인권 고발 토론회 열려).

이어 성모병원의 직접 피해자였던 홍명옥 지부장이 발언대에 오르자 병원 측은 또 다시 스피커를 통해 집회 방해를 시작했다. 병원 주변엔 더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집회 현장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었다. 결국 경찰이 나서 집회 방해에 대한 위반 조치를 병원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스피커를 강제로 떼어 냈다.

경찰에 의해 병원 측 스피커가 철거되고 있는 모습
 경찰에 의해 병원 측 스피커가 철거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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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인천교구의 돈벌이 경영이 화를 자초했다

경찰들로 둘러싸인 성모병원 주변 현장
 경찰들로 둘러싸인 성모병원 주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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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부장은 발언 내내 울분과 분노, 슬픔과 회한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지금 주변에 함께 지켜보고 있는 직원들은 저랑 30년을 동고동락한 동지였다"며 "한때 그토록 아껴주며 사랑했던 관계가 어떻게 이렇게 적의 관계로 변해갔는지 슬픈 감정이 밀려온다. 도대체 천주교 인천교구가 병원 경영권을 잡은 1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은 무엇인지 회한이 밀려온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인천성모병원의 전신인 성모자애병원은 6.25전쟁 이후 폐허에서 전쟁난민과 고아 등 사회약자들의 치료와 보호를 위해 1955년 한 천주교 신부가 창설한 의료시설이었다. 이후 1962년 가톨릭대학병원으로 인천지역 최초 대학병원이 되었고, 지속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건강한 의료경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병원경영권이 천주교 인천교구로 넘어간 2005년 이후부터 노조를 탄압하고 돈벌이 경영에 치우쳤다는 게 홍 지부장의 주장이다. 그런 와중에 서구에 위치한 국제성모병원이 가짜환자를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부당 청구한 사건이 경찰에 의해 적발돼 곤욕을 치렀다. 국제성모병원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설립한 병원이다.

홍 지부장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병원을 경영한 지난 10년 동안 가톨릭 정신이 흔들리고 뒤바뀌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우수, 최고급, 최첨단, 유일, 1등급, 국내를 넘어 국제로 등의 병원 홍보 수식어만 난무했다"며 "정의로운 가치는 무너져 내리고, 권위와 비민주, 인권탄압과 갑의 횡포만이 남아 있는 게 현재 성모병원이 처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홍 지부장은 지난 2014년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천주교 신자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교황은 당부했다"고 강조한 뒤 "인천성모병원이 가톨릭 정신을 하루 빨리 회복해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홍 지부장은 3개월 전 병원 관리자들의 집단 괴롭힘 등으로 쓰러져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병원 내에서 인권 유린, 폭언, 폭행 등의 사건은 이미 3년전부터 있어 왔다고 홍 지부장은 주장했다. 현재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가 조사하고 있다.


태그:#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지부장,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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