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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 사진전
▲ <백록담1997> 강정효 사진전
ⓒ 변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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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이유는 뭘까요?"
남들을 항상 괴롭히던 과양생이 부부가 있었다. 염라대왕은 못된 과양생이 부부를 벌하면서 부부의 팔과 다리마다 소 한 마리씩 묶어 찢어죽이는 참형을 내렸다. 이때 남은 사체를 방아에 빻아 바람에 날린 것이 모기이고, 과양생이 부부는 살아서도 남들을 괴롭히더니 죽어서도 남의 피를 빨아먹는 것이 모기가 되었다.
(제주의 차사본풀이, 강정효 사진집 <할로영산 바람웃도> 인용)

제주사람들도 잘 모르는 제주이야기를 담은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30년 넘게 제주를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강정효가 한라산과 한라산을 관장하는 한라산신을 담은 작품집 <할로영산 바람웃도>를 출간하고 열네 번째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다. 사진집이라고만 하기엔 제주이야기가 풍성하게 들어있어 '제주인문학'사진집처럼 보인다. 제주인들도 정작 잘 모르는 진짜 제주의 모습이다.

한라산은 영험하기에 '할로영산'이라 부르고 바람보다 높은 곳에서 좌정한 채 제주섬을 살피는 '바람웃도'는 바람위의 신이다. 제주인들은 제주를 '1만8000신들의 고향'이라 여긴다. 남한의 가장 높은 한라산에서 돌맹이 하나, 아궁이 연기가 가득한 정지(부엌을 이르는 제주어), 바람 한 자락에도 신과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라산보다 높은 곳에서 좌정한 신들이 세상을 살폈다면 강 작가는 낮은 곳에서 뚜벅뚜벅 걸으며 제주를 관찰했다. 한라산과 360여개의 오름, 제주인들의 기원을 신들에게 전하는 심방(무당)들과 굿, 생명수를 만들어내는 계곡과 곶자왈 틈바구니에서 그는 바위와 돌멩이들과 씨름하며 끊임없이 제주를 담아냈다.

"제주의 돌에는 역사가 담겨있다. 바위에는 제주사람들의 표정이 담겨있다. 그 표정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제주의 일부이다. 그것은 전체를 담아낼 수가 없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돼 제주섬이 가치 있는 게 아니다"

서울 중구 스페이스선+에서 강정효 작가의 '할로영산 바람웃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 사진작가 강정효 서울 중구 스페이스선+에서 강정효 작가의 '할로영산 바람웃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 변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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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돌과 바위에는 표정이 살아있다. 눈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턱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입은 비틀어져 있다. 그 표정들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백록담 벼랑에서 아슬아슬하게 달라붙기도 했고, 같은 장소를 수없이 찾기도 했다.

하지만 흑백사진의 거친 질감처럼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제주역사를 돌아보며 말하는 강 작가는 "어떻게 표정이 밝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섬이 파헤쳐지고,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 화산섬의 독특한 제주지형에서 제주인이 만들어낸 제주돌담은 바람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것이 제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중하기에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하지만,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기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라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주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끊어진 듯 이어져 그 길이만 2만200여㎞에 달해 '흑룡만리'(黑龍萬里)라는 별칭을 가진 제주돌담은 지난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 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또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독특한 지형으로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제주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제주에 관한 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두달, 1년 정도 제주에 머물며 제주를 담아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제주의 겉모습만 담아내니, 오류도 많아 아쉽다. 제주의 역사와 제주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강 작가는 15년간 기자생활을 해왔고 <제주는 지금>(1991), <제주거욱대>(2008) <화산섬 돌이야기> <대지예술 제주>(2013년)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며 대학에서 강의와 함께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삼청로에 위치한 스페이스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진전시회는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오는 16일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강정효 사진전
▲ <갯깍>2015 강정효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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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정효, #할로영산, #바람웃도, #제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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