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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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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을 받아먹지 않으니 채찍을 휘두르는 꼴이다. 지난 3월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이 당근이라면, 22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은 채찍이다.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서서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 부채 증가세에도 아직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며 호언하던 최경환 경제팀이었다.

헌데 지난 3월 뜬금없이 안전전환대출을 내놓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 전환을 유도했다. 폭발 직전에 가계 부채의 위험이 은행권으로 번지지 않게끔 하자는 의도였다. 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자산가들은 환호했고 은행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자부담 경감,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소득공제 혜택을 내건 안심전환대출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에 떡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자 낮은 대출로 갈아타고 싶은 것은 누구보다 저소득층이었을 테지만, 원금 상환을 엄두도 못 낼 만큼 극한 재정절벽에 몰려 있는 것이 현재 서민들의 삶이다.

원금을 유예하는 방식에서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변경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임금이나 노동의 대가보다 빚으로 지탱되는 되는 것이 서민들로 불리는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농어민들이 처한 현실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안심전환대출. 빚진 서민들에게는 잔인한 채권회수의 서막이었던 셈이다.

이번에는 채찍을 꺼내 들었다. 회유에서 강압으로 바뀌었다. 22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총동원되어서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소득에 기반해 상환 능력을 우선한 대출 심사. 분할 상환 방식 대출 적극 유도. 주택담보 대출 한도 축소 및 부실 가능성 높은 대출 최고 요율 적용 등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로 이루고 있다.

이 방안을 적용할 경우 원금 상환 능력이 없어도 분할 상환해야 하고, 대출을 이용하려면 상환 계획을 은행에 제시해야 한다.

빚 권하는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의 묘한 공통점

알바노조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앞에서 '최저임금 6,030원 규탄 및 최저임금 1만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민들의 삶이 100원짜리 몇개의 흥정꺼리가 되었다" "올해도 공익으로 포장된 정부 입장이 그대로 결정되었다"며 최저임금위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결정 이전부터 6천원대를 흘린 정부와 여당은 30원 턱걸이가 저임금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 "최저임금 450원 인상? 장난햐냐?" 알바노조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앞에서 '최저임금 6,030원 규탄 및 최저임금 1만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민들의 삶이 100원짜리 몇개의 흥정꺼리가 되었다" "올해도 공익으로 포장된 정부 입장이 그대로 결정되었다"며 최저임금위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결정 이전부터 6천원대를 흘린 정부와 여당은 30원 턱걸이가 저임금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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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업 위주 경제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었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무너지는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권했다. 고환율로 물가가 폭등하자 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을 낮추고 각종 대출을 알선했다. 반값 등록금. 전세난 해소 여구에도 대출 완화를 앞세웠다.

박근혜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주택 가격의 하락에 서민들에게 대출로 집사라고 숱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인금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은행으로 등 떠민 것도 박근혜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박근혜 정부 2년 이상 서민들을 위한 경제 정책은 대출 제도 완화가 우선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국민들에게 어떤 설명이나 동의도 없이 정책을 180도로 뒤집어 버렸다. 폭발 직전에 가계 부채의 온갖 경고를 무시해오던 정부의 돌변한 가계 부채 대책. 기관차의 좌충우돌 폭주와 다름없다.

꼬리칸에 탄 서민들은 언제나 차창 밖으로 내팽겨쳐칠 위험에 직면했다.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이었듯이, 22일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도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보다는, 가계 부채 폭발을 분산시키자는 속셈이 강하다.

'이명박근혜' 정부 7년 동안 줄기차게 강요된 빚 권하는 정책. 최근에 돌변한 대출 규제정책. 정반대의 정책임에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 빚 권하는 7년 동안,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은 지금도 어떻게 돈을 갚아야 할지. 단 한 번도,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빚내서 집을 사라고 할 때도 노동자는 얼마 기간 동안에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지, 또 가계 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지금도, 대출을 줄이고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면 무슨 돈으로 할 수 있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래서 빚 권하는 정책이나 가계 부채 관리 대책이나 서민들을 경제 절벽에 세우기는 매한가지다. 흉년에 모래 섞인 쌀을 빌려주고 후년에 온전한 쌀로 갚지 못하면 논밭마저 빼앗았던 조선 시대의 탐관오리들. 7년 내내 임금이나 노동의 대가보다는 빚내서 가계를 꾸리도록 만들었던 이명박근혜 정부가 가계 부채가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갚을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원금 상환을 강제하고 대출 규제 카드를 내미는 것.

조선 시대의 환정(還政)의 문란과 무엇이 다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급 450원 올리고 빚 갚아라? 도둑질이라도 하라는 건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450원 오른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되었다. 각종 수당을 합쳐도 한달 130만 원을 넘기 힘들다. 비정규직 노동자 600만은 최저 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정부가 가계 부채 관리 대책을 앞세워 대출을 회수하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 서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기만이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라도 은행의 부실을 막아보자는 비열한 정책이다.

하루 아침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경제 정책을 180°도 바꿔버린 최경환 경제팀. 앞쪽칸과 기차의 심장을 지키려는 설국열차 메이슨처럼 차갑다. 꼬리칸의 서민들이 죽던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경제 수장으로서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계 부채 관리 대책'이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지려면 빚 권하는 정책을 줄기차게 시행했던 최경환 경제팀이 국민들에게 진솔한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가 먼저다.

좌충우돌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불안하다. 빚 권하는 정책이나 가계 부채 관리 대책이나 서민들을 살길이 보이지 않는 건 매 한가지다.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정부. 빚더미를 안고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을러서, 낭비가 심해서 국민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450원 오른 최저임금으로 어떻게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 어떻게 빚 안지고 살 수 있는지 그 방법 좀 찬찬히 일러 주시라.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가계부채 관리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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