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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공장문 앞에서 금속노조 영남권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집회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메르스 확산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6월 17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공장문 앞에서 금속노조 영남권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집회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메르스 확산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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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3시,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공장 앞. 울산을 포함해 경주, 포항, 대구, 경남 등 영남권에서 모인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 420여 명(경찰추산 300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법원의 잇단 '정규직 인정' 판결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을 하면서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를 궁지로 내몰고 있는 회사 측을 규탄하고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집회를 두고 보수언론 등 상당수 언론들이 "메르스 청정지역인 울산에서 메르스가 확산될 것 아닌가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뿐 아니라 '최저임금 1만 원'과 '미조직 노동자의 노조 설립' 등을 촉구하며 전국을 돌며 대행진을 벌인 장그래 행진단이 18일 울산을 방문한 것과, 파업중인 울산 CJ대한통운 택배분회를 도우기 위해 19일 화물연대가 전국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기 위해 집결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보도가 이어졌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와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울산에서 집회를 가진 노동자 중 메르스 확진자나 격리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보도들이 메르스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집회를 매도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주변 상가 "집회 때문에 매출 올라"

현대차 회사 측은 그동안 각종 집회가 빈발하게 열리던 울산공장 정문앞의 광장을 가림막으로 차단하는 공사를 했다. 이 때문에 17일 금속노조의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구 집회는 정문에서 1km 가량 떨어진 울산4공장 앞에서 열렸다.

오후 3시 집회가 열리기도 전 울산4공장 앞에는 한 주민단체가 내건 '메르스 청정지역 울산을 위협하는 집회 즉각 철회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어 17~18일 언론에는 "메르스 여파로 각종 행사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금속노조가 울산에서 집회를 열자 주민들이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에는 일부 주민이 했다는 발언이 비슷한 내용으로 실렸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얼마 남지 않는 메르스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하고 있는데 이렇게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불안할 수 있다" "최근 울산 인근 지역에서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해 가뜩이나 불안한데 이렇게 집회를 열면 메르스가 울산에도 전파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주민단체가 어떻게 집회 소식을 미리 알고 현수막을 내걸었는지, 왜 비슷한 주민의 목소리가 언론에 똑같이 실렸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는 "언론들이 지역의 구성원인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정당한 법 이행을 요구해도 침묵하면서 회사 측의 신규채용은 대서특필한다"는 비난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집회의 비난 기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고은아 교육선전부장은 "이번 집회를 두고 보수언론들이 '외지인이 모여 방역이 어렵다'고 비난하는데, 바이어 등 고객이 많이 찾는 완성차 공장에 맞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하게 피해보는 노동자들을 위해 메르스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현대차 울산4공장 주변 식당가에 문의한 결과, 이날 집회로 매출이 상당히 올랐다고 했다. 현대차가 주간 2교대제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인근 식당들이 울상을 지었는데 가끔씩 집회가 열리면 매출이 오른다는 말도 전했다.

정부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메르스 확진 시 치료비와 여행 경비를 지급한다"는 '메르스 안심보험'을 22일부터 시행한다. 그만큼 메르스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비록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파로 지역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울산에서 메르스 격리자나 확진자가 아닌 노동자들이 방문해 지역 상가에 매출을 올려준다면 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날 집회에서 그동안 보수언론으로부터 '사퇴해야 한다"는 비토를 당행던 김성욱 현대차 울산비정규직노조 지회장은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지 11년이 지났다. 금속노조 동지들이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고립무원에서 힘겹게 싸우던 비정규직들에게는 그만큼 이번 집회가 큰 힘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집회장에서 만난 한 현대차 비정규직은 "그동안 우리가 억울하다고 외치며 열었던 집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언론들이 이번 집회에는 유난히 딴지를 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울산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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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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