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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오른쪽)등 의료진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오른쪽)등 의료진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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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晩時之歎)
[명사]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

삼성서울병원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14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메르스 확산의 중심 병원이 되고, 추가로 응급실 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외래진료와 일반 수술 중단 등 병원 기능의 부분적 폐쇄를 발표했다. "보건 당국 및 지자체와 적극 협조하겠다"고도 했다(관련기사 : 잘못 없다던 삼성서울병원... 왜 이제와 고개 숙였나?).

이는 삼성서울병원의 당초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11일 국회 메르스대책 특별위원회에서 "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고 발언할 정도로, 병원 쪽은 메르스 확산을 보건 당국 탓으로 돌렸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정보를 보건 당국이나 서울시와 공유하는 데 인색했고,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는 데 힘썼다.

하지만 137번 환자가 격리되지 않고 9일 동안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것이 드러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대처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4일 오후 현재까지 발생한 메르스 확진 환자 145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1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이 '단독 플레이'를 하지 않고 보건 당국이나 서울시와 더욱 긴밀히 협조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만시지탄이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논란①] 정말 국가만 뚫렸을까?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의 말처럼, 삼성서울병원은 뚫리지 않고 국가만 뚫렸을까. 첫 번째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진단한 곳은 다름 아닌 삼성서울병원이었다. 첫 번째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14번 환자에 의해 삼성서울병원은 뚫렸다.

송재훈 원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정보는 지난달 27일 내원 당시 환자도 모르고 저희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4번 환자의 아내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삼성서울병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두련 감염내과 과장은 11일 국회에서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있었던 사실은 알았지만,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가 집단 발병됐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삼성서울병원이 1번 환자를 메르스로 진단했으니, 1번 환자와 같은 평택성모병원에 있었던 14번 환자가 찾아왔을 때 어느 병원에 갔었는지 조사하고 경계심을 가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응급의학 전문의는 "삼성서울병원이 한국 최고라는 과신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란②] 병원 이름 공개,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들여온 첫 번째 환자는 4월 18부터 5월 3일까지 중동에 체류했고, 같은 달 4일 입국했다. 11일부터 발열·기침 등의 증상이 발생하자,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병원 4곳을 옮겨 다녔다. 그가 입원한 곳은 두 군데다. 5월 15~17일 평택성모병원과 18~20일 삼성서울병원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첫 번째 환자에 의해 평택성모병원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하자,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당국은 방역 대책에 구멍이 뚫린 지난 5일에야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하며 위험 시기 이 병원에 있었던 환자와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후 이 병원의 감염자수는 37명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았고, 당국은 8일 평택성모병원을 통한 1차 유행이 종식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서울병원이다. 첫 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있었을 때는 다행히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번째 환자에 의해 감염된 14번 환자가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무른 이후,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7일에야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미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이들은 전국으로 퍼진 상황이었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은 "삼성서울병원은 매머드급 병원이기 때문에, 빨리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진원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결국 당국은 '골든 타임'을 놓쳤고,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이 정문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들이 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이 정문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들이 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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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③] 정부의 비호는 없었나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은 왜 뒤늦게 공개됐을까. 변혜진 실장은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눈치를 봤거나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 제기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 공개가 늦춰진 탓에 힘이 실리고 있다.

35번 환자에게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다. 그는 이날 삼성서울병원과 강남보건소에 연락했고, 그날 밤 검사를 받았다. 같은 날 보건 당국은 35번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했을 것으로 보이는 의료진과 가족 등 52명을 격리 조치했다. 1일 35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을 확인한 당국은 2일과 3일 그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4일에야 이를 공개했다. 병원 이름은 그로부터 3일 뒤에 공개했다.

보건 당국의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5일 오후 브리핑에서 "6월 1일 검사결과가 6월 2일에 나왔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라면 6월 2일에 발표가 되어야 했다"면서 발표가 늦어진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검을 하기로 내부적인 방침을 정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해 4일 발표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의 비호는 없었을까. 권덕철 반장은 14일 삼성서울병원을 믿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심을 걸고 삼성서울병원을 봐준 것은 아니다"면서도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라는 걸 주목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직원, 의사, 간호사, 환자를 충분히 파악·관리하고, 추가적인 전파가 없도록 (노력)했지만, 지나고 보니 조금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논란④] 단독 플레이 하려고 했나

삼성서울병원이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단독 플레이'를 했다는 의혹도 크다. 송재훈 원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5월 18~20일 이 병원에 입원했던 최초 확진자에게 노출된 환자는 285명,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은 193명으로 모두 478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보건 당국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1일 최초 확진자에 의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최초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가족과 의료진 전원(64명)에 대한 격리를 즉각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보건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의 격리자 숫자를 확보하지 못했던 셈이다.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서울병원이 의료진에게도 메르스 관련 내용을 숨기려고 했다는 주장도 있다. 변혜진 기획실장은 "삼성서울병원은 29일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응급실을 소독했다"면서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전공의와 인턴 등 의료진 상당수는 이를 모르고 있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14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국가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 상태였고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렀다. 자체 통제가 이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앞서 35번 환자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이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즉각대응팀 역시 13일 오후 137번 환자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쪽에 "이 환자로부터 노출됐을 병원 환자와 의료진, 보호자, 방문객 등 접촉자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행 사항을 즉각대응팀과 공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송재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독단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면서 "당국과 모든 것을 협의하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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