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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송전을 하겠다는 한전에 맞서 작년 12월 26일부터 밀양 어르신들을 115번 송전탑 밑에서 농성을 하고있다.
▲ 115번 철탑 밑에서의 농성 시험송전을 하겠다는 한전에 맞서 작년 12월 26일부터 밀양 어르신들을 115번 송전탑 밑에서 농성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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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밀양이 매스컴에서 보이지 않는다. 송전탑 공사가 끝났다거나(14년 9월 23일) 시험 송전을 하겠다(2014년 12월 26일)는 한국전력(아래 한전)의 일방적인 기사만 쏟아진다. 언론에 보이지 않거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과 별개로 지난 1년간 밀양의 주민들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행정대집행으로 농성장은 헐렸고(2014년 6월 11일) 밀양을 지배하던 경찰과 한전 직원들은 공사 현장에서 사라졌지만, 밀양 할매·할배들은 끊임없이 이 부당한 상황들을 알리고 바꾸려고 하지 않은 것이 없고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것은 지난 1년간 밀양 주민들의 헌신을 기록한 글이다.

송전탑 밑 농성과 시청 앞 피켓 시위

매일 아침 8~9시 밀양 주민들을 시청앞에서 피켓을 들고있다.
▲ 시청 피켓 시위 매일 아침 8~9시 밀양 주민들을 시청앞에서 피켓을 들고있다.
ⓒ 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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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1일 행정대집행으로 단 하루만에 101, 115, 127, 129번 4개의 농성장이 사라졌다. 그리고 불과 석 달 만에 신고리3호기와 북경남 변전소를 잇는 송전탑 공사가 완료됐다. 무지막지한 공사 속도만큼이나 야속했던 것은 한전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한전은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밀양 주민들의 대승적인 협조'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배려 없는 일방적인 소통은 연말에도 계속됐다.

모두가 송년회와 신년회를 준비하거나 즐기고 있을 2014년 12월 26일 한전은 시험 송전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225세대의 주민들은 여전히 송전탑 공사에 합의하지 않고 있지만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며 시험 송전을 실시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주민들은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 아래 농성장을 만들고 12월 26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한전 사장의 사죄, 피해 실사 기구 구성, 송전선 불필요 입증 시 철거 약속' 등 3가지 약속이었다. 한전은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가장 추웠던 12월 31일 농성장과 연결된 전기를 끊기까지 했다.

2월 이후 송전탑을 지키던 경찰과 한전 인부들은 사라졌지만 주민들은 마을별로 돌아가며 매일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가 흐를 때 나는 '지지직' 소리도 더욱 커졌고, 송전탑 부근에서 10mG의 전자파가 측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송전탑공사를 온 몸으로 저지했던 주민들의 외로운 농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벌써 170일째다(6월 13일 기준).

철탑 밑 농성 외에도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난 4월 13일부터 매일 오전 8~9시 사이 1시간 동안 밀양시청 앞에서 "박일호 밀양시장과 시의원들이 송전탑 피해 지역을 방문하여 실상을 둘러보고 주민들과 대화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송전탑 공사는 끝이 났지만, 주민들의 싸움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피켓 시위도 60일 째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도 피켓 시위를 멈추지 않아서인지 새로 제작한 피켓은 벌써 너덜너덜해졌다. 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지는 너덜너덜해진 피켓과는 대조적이다. "보상도 돈도 필요 없다. 오직 대화"를 요구하는 밀양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강해지고 굳세졌다.

재판, 벌금, 노역 그리고 벌금 모금

2억이 넘는 벌금 폭탄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 벌금폭탄 2억이 넘는 벌금 폭탄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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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한전과 국가 그리고 공권력을 상대로 싸운 주민에게 남은 것은 기소, 재판 그리고 벌금이다. 자신이 살던 아름다운 고향과 땅을 지키기 위해 송전탑 공사를 막았지만, 밀양 할매·할배들은 주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 현재 송전탑 반대시위로 밀양 주민과 연대 활동가 60여 명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들에게 부과될 벌금은 2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3000만 원이 넘는 벌금형을 받았는데, 그 중 세 명의 연대자가 판결에 불복하여 노역형을 선택했다.

금곡헬기장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한 농성과정에서 연행되어 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된 김아무개씨는 "밀양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학교"였으며, "누가 찾아와도 손주들에게 하듯 따뜻한 밥과 음식을 내어주는 할머니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배웠다"면서 부당한 국가폭력에 저항하고 어르신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의지로써 노역형을 선언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밀양 주민들은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라고 외치며 노역형을 선택한 김아무개씨의 손을 잡고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권력과 벌금도 밀양 주민들과 연대자를 위축시키거나 압박하진 못했다. 오히려 이것이 벌금 후원 및 모금운동으로 전환되었다. 모금운동을 시작했던 것은 어린이책시민연대였다. 이들은 성명에 이렇게 밝혔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김아무개 회원의 불복종 노역형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밀양 어르신들과 연대자들에게 부과된 벌금폭탄에 맞서는 동시에 이에 대한 부당성을 세상에 알리고, 아직도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을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활동을 먼저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회가 있는 서울, 충남,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들과 지역 단체, 지역 주민들이 함께 밀양다큐영화를 보고, 밀양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며 밀양의 상황을 알리고, 탈핵을 공론화 해나갈 것입니다. 또 밀양 사진전과 북콘서트를 열어 밀양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노후원전을 멈춰야 할 이유가 밀양에 있음을 알릴 것입니다. 더불어 폭력적인 국가정책으로 개인의 삶의 짓밟는 것도 모자라 벌금으로 겁박하는 국가폭력의 부당함에 함께 맞서자고 '7650원 봉투'를 제안할 것입니다."

작년 9월 20일 서울에서 열린 밀양 후원주점과 '7650원 봉투'를 통해 모인 법률 모금은 현재 1억 3천만 원을 넘었다. 추산했던 2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지만, 부당한 공사를 온몸으로 저지한 밀양 주민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다.

상업운전 개시, DNA 채취

DNA 채취 비판 기자회견
▲ DNA 채취 비판 기자회견 DNA 채취 비판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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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금까지 경찰이라는 공권력으로 할매들을 힘으로 제압하였고, 기소와 벌금으로 밀양주민과 연대자들을 위축시키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작년 12월 말에는 시험 송전을 실시했고, 6월 초부터는 상업운전을 개시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겠다던 애초 계획과 달리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게 됐다. 시험성적서 위조와 부품 리콜 등으로 완공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한전은 그저 상업운전을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밀양송전탑 공사가 지연이 되어 전력대란의 주범으로 몰고 간 한전이 진짜 걷어찬 것은 대화와 대안 모색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밀양 주민들은 시험송전으로 인한 소음과 전자파로 피해를 입어왔다. 한전은 상업운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밀양주민들은 앞으로도 '한전의 사죄와 주민 피해실사기구 구성, 송전선 불필요시 철거 약속 등' 주민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6.11 행정대집행날 농성장에 있던 주민들을 끌어낸 것이 경찰이라면, 이후에 밀양 주민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검찰과 법원의 부당함과 안하무인격 태도이다. 최근 창원지검 밀양지청 소속 집행관 김아무개 계장은 송전탑 반대 주민 중 김아무개씨의 DNA를 채취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고, 채취대상자의 서면동의도 받지 않은 채 전화로 통지하고 주거지로 찾아간 점에서 김아무개 계장의 행동은 위법했다. 

하지만 김아무개 계장은 집에 없던 주민 김아무개씨와의 통화에서 "허허 웃어요? 나중에도 웃음이 나오나 봅시다"라며 화를 냈고, 김아무개씨 집 앞에 공터를 닦아놓은 것을 보고는 뜬금없이 '이거 당신 땅 아닌가, 이거 불법 형질변경이다'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김아무개씨가 '왜 상관없는 엉뚱한 걸로 시비를 거느냐'며 계속 확인을 거부하자 '내가 확인해 보고 당신 땅 맞으면 형질변경 했는지 다음 주 조사 할 테니까 소환하면 나오라, 안 나오면 영장 받아 갈 거다, 그때는 수갑 차고 가게 될 거다, 각오하고 있으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틀 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DNA 신원확인정보의 수집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정 당시에도 기본권침해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었고, 살인, 강도, 강간 등 흉악범죄자 중에서도 재범 가능성이 우려되는 경우에 한하여 DNA를 채취하도록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여러 판례들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계장이 보인 위압적인 태도와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판단이 과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그들이 보호하려는 것은 밀양 주민이 아니라 한전과 송전탑이다.

탈탈원정대, 밀양 주민들의 끝낼 수 없는 싸움

그럼에도 밀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밀양 그럼에도 밀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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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원정대'는 밀양 할매와 할배가 발로 쓴 책이다. 송전탑으로 고통받는 충남 당진, 핵발전소로 아름다웠던 과거의 마을이 사라진 고리와 월성 등을 직접 방문하여 보고 느낀 점들을 이계삼 밀양송전탑대책위사무국장이 기록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마을을 방문해서는 밀양의 투쟁을 이야기 하고, 이미 송전탑과 발전소가 세워진 마을의 주민들로부터는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들었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라거나 "이곳은 유배지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늘 패배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기록이지만 그러한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탈탈원정대는 밀양과 또 다른 밀양을 이어주고 위로한다. 이 책의 수익금은 밀양 송전탑 법률기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미 5월 6일 탈탈원정대의 첫 북콘서트가 열렸고, 그 뒤로도 주 2~3회의 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북콘서트를 꽉 채운 시민들을 만나 밀양 송전탑 싸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아가 탈핵과 탈송전탑을 강조하고 있다.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 1년. 한전은 농성장을 없애고, 송전탑 공사를 완료함으로써 밀양 송전탑 갈등이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못했다. 1년이 지나도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은 농성을 하고 있고, 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시민들을 만나 밀양 싸움의 의미와 탈핵 탈송전탑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밀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밀양 할매·할배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법률기금모금 웹자보
▲ 탈탈원정대 법률기금모금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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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밀양아리랑신문에 쓴 글을 수정, 보완하여 올립니다.



태그:#밀양, #밀양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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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수료생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관련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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