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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리(Bali) 꾸따(Kuta)로 돌아온 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꾸따 해변(Kuta Beach)으로 향했다. 꾸따해변 뒤로 들어가 보니 젊은 여행자들의 거리, 뽀삐스 거리(Jalan Popies) 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 거리의 저렴한 숙소에는 장기간 머무르면서 서핑과 휴식을 즐기는 젊은 여행자들이 많다.

뽀삐스 거리는 뽀삐스Ⅰ 거리와 뽀삐스Ⅱ 거리로 나누어진다. 폭이 3m도 안 되는 좁은 골목 안에는 웃통을 벗은 서퍼(Surfer)들이 서핑 보드를 들고 활보하고 있다. 세계적인 높이의 파도를 자랑하는 발리의 꾸따 해변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서퍼들이 몰려든다. 젊음을 발산하는 이 서퍼들은 뽀삐스 거리를 중심으로 한 저렴한 숙소에 머물고 있다.

서퍼들의 숙소 주변을 보니 서핑용품을 파는 가게들과 음식점, 바(Bar)가 가득 들어서 있다. 꾸따가 발리의 중심지로 점점 유명해지자 들어선 세계적인 호텔과 여행사들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이 왜 젊은이들의 발리 여행 1번지인지 알 수 있는 풍경들이다.

발리 현지인들이 거리의 간식을 사 먹고 있다.
▲ 꾸따 해변의 아침 발리 현지인들이 거리의 간식을 사 먹고 있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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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자동차 1대도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다. 뽀삐스 거리 앞에는 아침 시간인데도 많은 발리 현지인들이 나와서 거리의 간식을 사 먹고 있다. 열대의 더운 나라여서 아무래도 아침에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꾸따 해변에서 바로 이어지는 뽀삐스Ⅱ 거리의 좁은 골목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여행사들은 각종 레저스포츠와 관광상품을 팔고 있다.
▲ 뽀삐스 거리 여행사 여행사들은 각종 레저스포츠와 관광상품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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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스 거리는 여행자의 거리여서 거리에는 발리의 유명 관광지와 레저 스포츠 활동을 광고하는 광고판들이 눈길을 끈다. 꾸따 해변에서의 서핑 강습을 반값으로 해 주겠다는 여행사들의 유혹도 다반사다. 더위에 웃통을 벗어 제친 근육질의 서양 여행자가 여행사 가게 밖을 기웃거리고 있다. 꾸따 외곽의 관광지 투어를 신청하러 온 사람일 것이다. 

꾸따 외곽으로 나가는 여행상품을 보고 있다.
▲ 여행사 앞의 여행자 꾸따 외곽으로 나가는 여행상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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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 양쪽에는 티셔츠 등 저렴하고 컬러풀한 옷들을 잔뜩 걸어놓고 파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 거리에는 우붓과 같이 기념품과 그림을 파는 가게들도 많다. 뽀삐스 거리는 우붓 내륙의 시장들보다 바가지가 더욱 심해서 물건을 살 때에는 흥정을 더 잘 해야 하는 곳이다.

이 여인은 신에게 바칠 공양물을 들고 가고 있다.
▲ 차낭을 들고 가는 여인 이 여인은 신에게 바칠 공양물을 들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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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가지런히 땋고 치마를 단정하게 입은 한 아가씨가 코코넛 잎으로 정성스럽게 싼 차낭(Canang) 여러 개를 들고 지나간다. 코코넛 잎 안에는 함께 피워질 향과 함께 쌀밥, 비스킷 등의 음식, 그리고 화려한 꽃들이 담겨 있다. 이 차낭은 하루에 세 번씩 신에게 기도와 함께 바쳐질 것이다.

그런데 거리를 걷다보니 신들에게 정성스럽게 올렸던 차낭이 거리 바닥의 곳곳에 굴러다니고 있다. 차낭 안에는 소원을 비는 발리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지저분하게 남은 모습이 씁쓸하다.

거리에는 힌두 전통복장에 오토바이를 탄 여인들을 볼 수 있다.
▲ 오토바이 탄 여인 거리에는 힌두 전통복장에 오토바이를 탄 여인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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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인이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거리 뒤편으로는 어김없이 힌두교 사원이 들어서 있다. 약간은 혼란스런 모습의 거리에도 이렇게 힌두 문화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도심 한복판의 관광지에도 힌두교 사원을 품고 있는 것이다.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포용의 종교인 힌두교에는 외국의 이러한 놀이문화도 쉽게 스며드는 것 같다.

포용의 종교인 힌두교는 주변 서양인들의 놀이문화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 힌두교 사원 포용의 종교인 힌두교는 주변 서양인들의 놀이문화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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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스 거리가 끝나자 르기안 거리(Jalan Legian)가 나온다. 뽀삐스Ⅱ 거리, 르기안 거리와 함께 판타이 꾸따 거리(Jalan Pantai Kuta), 그리고 꾸따 해변의 해안가 도로는 커다란 사각형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꾸따 해변에서 한낮의 시간을 보낸 여행자들이 해질 무렵에 모여서 유흥과 쇼핑을 즐기는 곳이다.

이 거리를 자세히 보면 수많은 여행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도로 등 기간시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르기안 거리의 인도에는 수많은 여행자들로 복작거리고 차로에는 출퇴근 시간과 저녁 시간에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이런 혼잡함 속에서 차를 타는 것은 이 거리에서 당연히 피해야 할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저렴한 비용의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다.
▲ 거리의 식당과 호텔 젊은이들에게 저렴한 비용의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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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기안 거리는 발리에 관광 붐이 일어날 때에 가장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거리이다. 그래서인지 거리 주변의 건물들은 정비된 건물들도 눈에 띄지만 과거 동남아 관광지의 낡은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가게들 앞의 도로도 작아서 마치 발리 초창기의 관광타운 같은 느낌이 든다.

서양의 많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 거리의 식당 서양의 많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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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광 타운에는 서양의 젊은 관광객들 스타일에 맞춘 서구식 인테리어의 바(Bar)와 인도 쪽으로 개방된 좌석을 가진 식당들이 여행자들을 부르고 있다. 서양 여행객들은 거리를 향해 열린 식당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거리의 식당들도 호주의 오지 분위기 나는 곳이 많다. 르기안 거리가 너무 많은 관광객들로 넘쳐서 휴식을 찾는 여행자들은 발리의 다른 곳으로 떠났는데, 이 거리의 식당과 오래된 호텔을 찾는 이들은 젊은 서퍼들과 여행비용을 절약하려는 젊은 청춘들이다.

정말 많은 서양 여행자들이 이 거리를 즐기고 있다.
▲ 르기안 거리의 서양 여행자들 정말 많은 서양 여행자들이 이 거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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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기안 거리에는 면을 소재로 해서 만든 발리 독자 브랜드의 옷을 파는 옷가게들과 목각인형, 대나무 그릇가게, 가방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르기안 거리의 인도를 걸어다니며 이런 여러 가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 거리의 인도 위에는 발리 현지인들보다 서양 여행자들이 훨씬 더 많다. 이 거리에는 아이스크림이나 핫도그를 먹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인도네시아 산 빈땅(Bintang) 맥주를 즐기면서 걸어 다니는 서양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거리는 허름한 인도네시아의 한 거리지만 그 위의 사람들만 보면 마치 유럽 사람들이 이 도시의 주인인 것 같다.

이 거리의 인기 있는 클럽과 바에는 밤이 되면 수많은 서양과 동양의 젊은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해가 지면 르기안 거리 중심부의 여러 클럽에서는 젊은 청춘들이 쩌렁쩌렁 울리는 하드록 공연의 음악 소리 속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알콜이 들어가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넘치는 곳이 이곳이다.

202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곳에 세워진 추모비이다.
▲ 폭탄테러 추모비 202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곳에 세워진 추모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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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젊음의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발리 클럽 폭탄테러 추모비라는 아주 큰 추모비를 만났다. 2012년, 이 젊음의 거리, 추모비가 있는 자리에 갑자기 폭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이 폭탄 테러사건으로 인해서 무려 202명의 무고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209명이 부상을 당했다. 발리에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왔을 한국인 자매 2명도 테러 당시에 꽃다운 청춘의 목숨을 잃었고, 추모비 사망자 명단에 이 청춘들의 이름이 남아 있다.

폭탄테러 당시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호주인이었다. 당시 호주에서 발리를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발리의 관광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 추모비를 보면서 발리의 큰 호텔마다 왜 총을 든 경비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차의 밑바닥까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검색을 하는지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나는 발길을 멈춰서 종교 광신론자의 테러로 무참히 목숨을 잃은 젊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그날 밤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 다시 들른 르기안 거리의 저녁은 화려하기만 했다. 게이 바가 성업 중이고, 클럽의 음악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리듬을 탄다. 밤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거리의 파티는 밤을 지나 새벽까지 이어진다. 테러의 밤은 지난 세월로 잊혀 가는 듯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태그:#인도네시아 여행, #발리, #꾸따 해변, #뽀삐스 거리, #르기안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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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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