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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충무기밀실에서 열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시장·구청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메르스 확산 방지 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박원순 "한 마음, 한 뜻으로 위기 극복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충무기밀실에서 열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시장·구청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메르스 확산 방지 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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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학자 헨리 키신저는 '위기의 순간에는 가장 담대한 방법이 때로 가장 안전하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박멸하는 그날까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한 말이다. '담대한 방법'으로 '시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박 시장은 지난 4일 밤 기자회견으로 메르스 전면전에 나선 이후, 밀리지 않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권한과 정보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와의 공조를 이끌어냈다. 또 서울 메르스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을 향한 공세도 늦추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의 전략은 이른바 '밀고당기기(밀당)'로 풀이된다. 공세를 이어가다 상대가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다는 뜻이다. 차기 대선을 향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시민단체 활동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4일부터 메르스 전면에 나선 박 시장의 '밀당'을 살펴보자.

[35번 환자] "1500여명 접촉" 우려에서 "쾌유빈다"며 위로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에 전면에 나서게 된 시점은 지난 4일 서른다섯 번째 확진 환자를 공개하면서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10시 40분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35번 환자가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 행사에 참석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시장은 이날 "직접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하겠다"면서 "힘을 모아나가자"고 말했다. 35번 환자를 앞세워 전면에 나선 것이다.

다음날 35번 환자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35번 환자는 "박 시장의 말은 100% 거짓말"이라면서 반박했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 의사로서 양심을 걸고 박원순 시장이나 서울시가 주장한 그런 개념 없는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박 시장이 이번에는 틀렸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환자가 메르스 감염 의심 상태에서 다중이 참석한 행사에 참석하는 등 외부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고, 의사로서 부주의했다는 것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갈등이 잠잠해진 뒤 박 시장은 35번 환자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지난 4일 밤 기자회견의 공격적 메시지와는 전혀 달랐다. 지난 8일 오후 서울시의사회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동대응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은 "35번 환자 역시 최전선에서 진료하시던 의료진이었다"며 "행여 지난 기자회견에서 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메르스를 부주의하게 전염시켰다는 의사라는 의미로 비쳐져 상처가 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쾌유를 빌었다.

[대정부] "준 전시상황" 강조한 뒤 요구 카드 받아내

박 시장은 정부와는 차별된 어휘를 쓰고 있다. '주의'단계로 관망하던 정부와 달리 박 시장은 '준전시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5일 그는 "지금 상황은 사스보다 훨씬 더 엄중하므로 준전시로 대응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인식 차이를 보인 정부를 향한 질타였다.

동시에 정부에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모든 환자 정보 공유와 확진 권한 이양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박 시장에게 "과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이뤄진 35번 환자 공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5번 환자의 활동이 밀접 접촉으로 보이지 않는다, 환자 정보를 서울시와 공유했다"는 말로 박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설전을 벌이던 박 시장과 문 장관은 이틀 뒤 두 손을 꽉 잡았다. 박 시장을 비롯한 4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문 장관과 함께 공동 협약을 맺기로 한 것이다. '모든 정보 공유와 확진 권한 이양'이라는 박 시장의 요구 사안도 관철됐다. 이에 박 시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면서 "서로의 정보와 대응 방안을 공유해나가면서 부족한 대응을 채워가자고"고 말했다. 공세적 메시지에서 유화적 메시지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박 시장은 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조를 약속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 시장은 "어제 박 대통령께서 메르스 총력대응체제를 마련하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도 이에 부응해서 협력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전국 시·도지사 회의 소집을 제안했으며 이에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실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정보 공유 안 되자 "안타깝다", "특별한 관심 필요" 역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이 정문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들이 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이 정문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들이 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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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연일 삼성서울병원을 압박하고 있다. 9일 국무회의에서도 박 시장은 "삼성서울병원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서울병원은 서울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다. 이 병원의 메르스 감염은 14번 환자가 5월 27일 응급실에 오면서 부터다. 14번 환자는 30일 확정 판정을 받았고 문제의 35번 환자가 14번 환자가 있는 응급실에 들렀다가 감염 됐다. 이후로 3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2명이 숨졌다.

박 시장은 병원이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8일 박 시장은 병원의 대응을 "안타깝다"는 말로 비판했다. 그는 "실시간 역학조사와 확진환자 결과를 공개해줄 것을 삼성서울병원에 간곡히 요청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든 상황이 되기 때문에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병원 방문을 직접 통보했다. 박 시장 방문에 부담을 느꼈는지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8일 오전 시로 찾아와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조속한 정보공개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하지만 송 원장은 "이미 정보자료를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다"고 말하며 긴장관계가 이어졌다. 이후로도 박 시장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밀기'는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의 메르스 전략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단호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응을 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의료진이나 환자는 피해자로서 위로 받아야할 사람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은 다수의 확진환자가 발생해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앙 정부와의 공조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 시민사회 경험과 보건기획관의 역할 주목

박 시장의 이같은 전략에는 시민사회의 경험이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이던 지난 2007년 민간 최초로 재난안전연구소를 설립했다. 초대 소장은 류희인 전 참여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맡았다. 연구소를 통해 겪은 재난 위기 대응과 전략에 대한 학습이 이번 메르스 전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시장 보좌진의 역할도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 메르스 대책본부 병원대책반장인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이 주목된다. 지난 2012년 개방직으로 채용된 김 기획관은 보건의료분야에서 최초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출신이다. 의료 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주민 참여형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운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다. 김 기획관은 지난 4일 이후 매일 기자 브리핑을 열며 박 시장을 대신하고 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박원순 시장,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35번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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