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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새벽빛장애인야학 사진반 2014년 화성과 사람들 전시에서 오렌지가 낸 작품 "바람, 하늘까지 닿아라"입니다. 오렌지는 이 전시에 3년 넘게 참여해왔습니다.
▲ 바람, 하늘까지 닿아라 수원새벽빛장애인야학 사진반 2014년 화성과 사람들 전시에서 오렌지가 낸 작품 "바람, 하늘까지 닿아라"입니다. 오렌지는 이 전시에 3년 넘게 참여해왔습니다.
ⓒ 오렌지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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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왜 이렇게 통화가 안 돼. 이번에 어떤 사진을 보내줄 거야?"
"아~ 저 이번엔 '세월호' 관련한 작업을 보낼까 해요."
"좋아. 그런데 빨리 보내줘야 해. 그리고 다음부터는 늦어져도 좋은데, 문자만이라도 미리 보내줘. 제발! 응?"
"아~ 네. 죄송해요."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오렌지가 좋아'(줄여서 오렌지)와 통화가 됩니다. 오렌지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새벽빛장애인야학 사진반 '화성과 사람들' 활동을 몇 년 동안 함께 했습니다. 물론 이번 년에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요 며칠간 사진반을 함께했던 장애인, 비장애인 아마추어 사진가분들께서 소식을 들으시고, 오렌지에 대한 걱정 한가득의 전화를 저에게 해주고 계시네요. 언젠가 한 사진반 회원분께서 '오렌지가 장애인이었어요? 비장애인 작가인줄 알았어요'라고 하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오렌지는 씩씩하게,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 전 몇 년 동안 오렌지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오렌지가 한고집하는 친구거든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은 대로 꼭 추진하던 친구였습니다. 사진을 열심히 해보고 싶다며 저에게 찾아와 조언을 부탁해, 제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는데, 매번 제대로 받아들여주지 않아,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3년 전 오렌지가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저 사진을 본격적으로 해볼까 해요. 해주시는 조언도 이제 잘 들을게요."
"너도 알다시피 현장에서 사진 찍는 일이라는 게 쉽지 않을거야. 그래도 정말 하고 싶어?"
"네. 해보려구요."
"그래그래. 그럼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한번 보여줬으면 해. 아참~ 정리를 꼭 해서 가져오고."

며칠 후 오렌지가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고 한참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삼성반도체 반올림 집회, 수원촛불집회 등등 매일매일, 매주 매주 꾸준히 찍어 차곡차곡 모아둔 사진을 보았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이것저것 구박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사진전'을 해보라는 권유도 함께 했지요.

"꼭 잘 정리해서 사진전을 했으면 좋겠어."
"아~ 네. 그럴게요."

이후 오렌지는 재작년과 작년에 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하나는 삼성반도체 반올림 활동을 담은 '또하나의 가족을 만나다_오렌지가 좋아의 반올림 사진전'이었고, 또 하나는 '그날의 기억을 기억하다_오렌지가 좋아의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기록전'이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었지만, 참으로 의욕적인 사진전이었습니다. 오렌지의 '한'고집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사진전은 절대 할 수가 없었겠죠.

오렌지는 삼성직업병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서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2013년 11월 대학로 이음갤러리에서 그간 찍은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 2013년 11월. 또하나의 가족을 만나다 오렌지 사진전 오렌지는 삼성직업병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서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2013년 11월 대학로 이음갤러리에서 그간 찍은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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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가 좋아의 수원의 세월호 시민공동행동 사진전
▲ 2014.9. 그날의 기억을 기억하다 사진전 오렌지가 좋아의 수원의 세월호 시민공동행동 사진전
ⓒ 오렌지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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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1일에 오렌지와 저는 사진 찍는 사람들의 행동에도 함께했습니다. 이번엔 제가 한 시간 넘게 늦었던 기억이 납니다(오렌지는 저에게 구박하지 않았네요).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 찍는 사람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자신이 담은 사진을 들고, 국회의사당을 출발해, 마포, 서울역, 명동을 지나 광화문까지 4시간 16분 동안 걸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제 사진까지 들고 걷다가 저를 만나 제 사진을 넘겨준 뒤,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서울역에서 잠깐의 쉼을 가지고 있던 오렌지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2014년 8월 11일에 오렌지는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 찍는 사람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자신이 담은 사진을 들고, 국회의사당을 출발해, 마포, 서울역, 명동을 지나 광화문까지 4시간 16분 동안 걸었습니다.
▲ 4시간 16분의 전시 2014년 8월 11일에 오렌지는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 찍는 사람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자신이 담은 사진을 들고, 국회의사당을 출발해, 마포, 서울역, 명동을 지나 광화문까지 4시간 16분 동안 걸었습니다.
ⓒ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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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로 오렌지에게 구박을 했던 것 같습니다. 모임 날짜에 못 오면 구박, 빌려준 사진집 제때 안 가져와도 구박, 오렌지가 찍은 사진 보여줘도 구박. 사실 알고 보면 오렌지가 몸이 좋지 않거나, 투석을 받을 때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걸 서로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넘어갔던 적이 많았습니다.

오렌지가 사경을 헤매며 누워있는 상황에서 구박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네요. 그동안 담아온 사진으로 몇 개의 사진전을 더 기획해보겠다고 얘기했는데, 어서 벌떡 일어나 사진도 찍고, 차곡차곡 잘 정리했으면 하네요.

오렌지야! 구박 안 할 테니까, 아니 조금만 할 테니까 어여 일어나서 사진에 대한 이야기해보자. '아~' 하는 특유의 리액션도 어서 보고 싶네. 기다리마.

덧붙이는 글 | [오렌지 치료비 긴급 모금] 신장병으로 오랫동안 투석해오던 명환씨가 갑자기 심장정지로 중환자실에 누워있습니다. 치료비가 많이 듭니다. 우리 마음을 모으는 일은 그를 외롭지 않게 함께 지키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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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렌지가 좋아, #박김형준, #사진전시회, #반올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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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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