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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로 글을 시작한다. 답은 글 말미에서 공개한다.

다음중 국산시멘트와 관계없는 물질은?

① 반도체 폐기물, ② 폐부동액, ③ 폐타이어, ④ 석탄재, ⑤ 폐농약, ⑥ 공장 폐수 찌꺼기, ⑦ 하수 찌꺼기, ⑧ 기름태운찌꺼기,⑨ 폐프린터토너,⑩ 부서진 자동차 범퍼

귀농한 지 올해로 십년이됐다. 도시를 벗어나 산다는 것이 좋아서 멋모르고 행복에 취했던 것이 2~3년이었다. 현실은 로맨스가 아니었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눈앞에 다가왔다. 농사 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늉만 냈을 뿐 제대로 수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는 데 필수적인 집 또한 문제였다.

동네에서 세 번을 이사 다녔다. 반경 500m 동네에서 2년, 1년, 1년씩 살았다. 그리고 내 집을 지어 들어오게 됐다. 그 때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마 아파트를 구해서 들어갔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집. 자체로 기쁨이었다.

집을 짓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삶의 터전을 스스로 일구는 것. 당연히 이런 내 집을 지을 때는 원칙이 있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쓰는 것이었다. 크게 걸리는 점이 있었다. 가장 방해가 되는 재료 때문이다.

시멘트가 기가 막혀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이상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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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였다. 집 짓는데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을 순 없었다. 아니, 불편함이 커지기 때문에 시멘트를 쓰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일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 최소화했다.

2007년 한참 시멘트 유해성 논란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아토피의 원인이 집 안 가구와 마감재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가, 6가크롬의 시멘트가 독이라는 논란. 그 논란이 나를, 나의 집짓기를 다잡아 세웠다.

나뿐 아니라 새로 집을 짓는 이들의 대부분이 시멘트를 주저했다. 쉽고 빠른 방법이었지만, 대부분의 귀농인들은 흙과 나무를 선택했다. 화장실이나 다용도실, 기초 매트를 깔 때 정도만 콘크리트를 쓰는 것으로 타협한 것이었다. 덕분에 흙집과 목조 주택, 스틸하우스의 유행이 일었다. 시멘트를 주 재료로 하는 콘크리트는 단독 주택의 주요 구조재로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시멘트 논란에는 몇몇 언론의 역할이 컸다. 특히 2005년 KBS 환경스페셜 '콘크리트 생명을 위협하다'라는 프로그램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관련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문화일보>와 <한겨레신문>은 시멘트의 위험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나 의혹으로 시멘트 산업이 금방 바뀌지는 않았다. 거대한 산업이 이윤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 특히 정부가 같은 꿍꿍이속일 때야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논란은 그대로 종식되고 말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책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의 저자, 최병성 목사가 있었다.

10년의 외로운 싸움

책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은 10년의 싸움을 담았다. 대기업 시멘트 회사로부터 고발당하고 환경부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다퉜다(관련 기사 : 시멘트 회사 사장님, 이 숟가락으로 식사 하실래요?).

삶과 거주 공간의 기본 재료인 시멘트가 쓰레기로 만들어진다? 인간의 거주 공간, 그 기본 재료인 시멘트가 쓰레기로 만들어진다?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이었다. 시멘트 제작 공정이 온갖 폐기물 처리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금융 위기 이후 시멘트 회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시멘트 소성로에 쓰레기를 처리해주고, 그 비용을 받아 이익을 더하는 방식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수 많은 폐기물의 잔해와 독성이 시멘트에 포함될 뿐이었다. 이는 성분 검사를 하면 명확히 드러나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관청은 눈을 감았다.

시멘트 회사 주변 마을 주민은 가장 큰 피해자였다. 소성로를 통해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의 끝은 재가 남거나 연기가 되어 주변 공기와 섞이는 것이다. 매일 생산되는 연기에는 그 모든 독성이 포함돼 있는 것이었다. 지붕에도 담벼락에도 차위에도 쌓였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일본의 시멘트 회사 주변은 뽀송뽀송하다는 점이었다. 이는 규제가 부족한 탓이었다. 이윤을 생각하는 회사는 법적인 규제가 없으면 환경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폐수와 공장 굴뚝의 집진 시설은 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산이 훨씬 낫다?

책에 따르면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보다 훨씬 낫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지독한 쓰레기를 같이 태워 만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본의 폐타이어와 석탄재 등 방사능 폐기물은 유일하게 한국이 수입해 시멘트에 넣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이 아프다.

개인의 노력이 거대한 회사와 정부를 바꾸고 있다. 아파트 조합원들이 건설사에 '좋은 시멘트'를 쓸 것을 요구해 일부 받아들이고 있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10년간의 노력, 주변의 회유와 압박이 없었겠는가.

저자는 4대강 문제 때문에 잠시 놓았던 시멘트 문제를 정리해 이 책을 냈고, 도시의 방사능 누출 문제를 알리고, 숲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등 환경의 소중함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최병성 목사는 오늘도 환경을 지키는 곳 어디라도 달려간다.

그는 외로울 것이다. 여느 환경 단체가 해왔던 일들 못지 않게 홀로 큰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박수를 보낸다.

정답: 없음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이상북스/ 최병성 지음/ 16,000원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이상북스(2015)


태그:#최병성, #대한민국쓰레기씨멘트의비밀, #쓰레기 씨멘트, #환경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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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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