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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섬이라는 인도네시아 발리(Bali)를 다녀왔다고 말하려면 반드시 우붓(Ubud)을 들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발리의 전통과 예술이 모두 우붓에 신비스럽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발리에서의 일정 중 가장 긴 날을 발리의 중앙에 위치한 우붓에서 보냈다. 열대의 나라에 위치한 우붓답게 낮 시간에는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발리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붓 시내 한 중심에 있는 시장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 우붓시장 우붓 시내 한 중심에 있는 시장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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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리 현지인들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우붓의 가장 중심가, 우붓왕궁 건너편에 자리한 우붓(Ubud)시장을 찾았다. 어디에 우붓왕궁 입구가 있는지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붓 왕궁 쪽에서 보면 시장이 있는 위치를 바로 알 수 있다. 시장 주변에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과 발리인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우붓시장은 우붓의 현지 주민들이 찾던 시장으로서 날씨가 선선한 새벽 시간부터 이른 오후까지 열렸던 시장이었다. 이 우붓 시장에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우붓시장은 계속 변화해 왔다. 외국 관광객들이 이 시장에서 우붓을 기념할 만한 물품을 찾으면서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우붓시장에 들어선 시간은 오전이었다. 현지인들은 새벽에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 갔고, 지금 이 시간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시장 안에 넘칠 정도로 많다. 실제로 우붓은 오후 시간이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기가 힘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원한 시간에 우붓시장에 들르는 것이 좋다.

시장 내부의 좁은 통로 사이로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 우붓시장 내부 시장 내부의 좁은 통로 사이로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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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시장은 유명 관광지의 시장답게 기념품들이 많다. 우붓시장은 꽤 큰 시장이어서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길을 따라서 시장 안을 둘러보았다. 시장 내 작은 상점들 안에는 목각제품, 잡화류, 옷, 접시 등이 가득하다.

물건을 살 때 번득이는 매의 눈으로 한 번 매장을 둘러보고 순식간에 결정을 내리는 아내가 별 망설임 없이 수많은 가게들을 스치듯이 지나간다. 생각보다 우붓시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붓의 대표적인 수공예품인 목각제품은 놀랄만큼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 목각제품 우붓의 대표적인 수공예품인 목각제품은 놀랄만큼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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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끔 볼 만한 상품들은 우붓의 예술작품을 대표하는 목각제품들이다. 이 목각제품들에서는 발리의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목각제품 중에는 보기에도 민망한 남근 목각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걸려 있다.

발리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 어디를 가 보아도 남근 조각상이 있는 것은 남근 숭배사상을 가지고 있는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남근 조각상 바로 옆에는 목조 불상이 온화하게 웃고 있는데 솔직히 정서적으로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동물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목각인형들은 우붓의 기념품으로 인기가 높다.
▲ 목각인형 동물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목각인형들은 우붓의 기념품으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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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캐릭터들을 채색 목각인형으로 화려하게 만들어 파는 가게들은 우붓의 목각공예품 문화가 발리의 관광문화와 어울려서 생겨난 것들이다. 화려한 이 캐릭터 인형들은 고양이, 부엉이, 돼지, 토끼 등과 같은 동물들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워낙 작고 예쁘게 만들어져서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많이 사가고 있다. 이 작은 목각인형들도 발리의 햇살만큼이나 밝은 색상 일색이다.

이곳에서 한국과 같은 몸빼바지를 팔고 있어서 웃음짓게 만든다.
▲ 우붓시장 옷가게 이곳에서 한국과 같은 몸빼바지를 팔고 있어서 웃음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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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역시 옷가게들이 많다. 옷 중에는 발리의 열대기후 느낌이 물씬 나는 사롱(Salong)과 같은 옷들이 많다. 여행자들이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티셔츠들도 인기가 있다. 발리 현지인들이 편하게 입고 다니는 옷들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소위 '몸뻬'라고 하는 바지와 똑같이 생긴 바지가 있어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시장에서 좌판을 늘어놓은 아주머니들도 이 몸뻬를 입고 있는데 아주 편해 보인다.

날씨가 더운 발리에서는 쪼리를 파는 가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 쪼리 가게 날씨가 더운 발리에서는 쪼리를 파는 가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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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많이 사 가는 것 중 하나는 발리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는 '쪼리'이다. 엄지 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에만 줄을 끼워 사용하는 샌들이니 발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싼 신발이라서 가격에 부담은 없지만 이곳에서 흥정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흥정을 걸어보았다.

정찰제가 아닌 우붓시장에서는 별 생각 없이 물건을 샀다가는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나는 쪼리를 파는 아저씨가 제시한 가격의 1/4가격을 다시 제시했다. 그동안의 여행경험에 따라 나는 다른 가게로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돌아섰다. 내가 몸을 돌려서 몇 발자국 가자마자 나는 내가 제시한 가격에 쪼리를 사서 신을 수 있었다.

전통수공예품을 파는 가게의 선물 중에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장신구인 은팔찌가 인기가 좋다. 발리는 은세공으로도 전통이 있는 곳이라서 외국 여행자들이 은팔찌를 이곳에서 많이 사 간다. 특히 발리를 장기간 여행하는 젊은 자유 영혼들이 이 은팔찌를 여러 개 사서 팔에 차고 다닌다. 우붓의 예술과 젊음은 이 은팔찌와도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발리의 여인들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다.
▲ 우붓시장 그림가게 아름다운 발리의 여인들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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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를 대표하는 회화의 도시답게 시장의 이곳저곳에는 우붓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림들이 너무 커서 한국으로 사 갈 수는 없지만 이곳 우붓시장에서도 발리의 다양한 그림을 갤러리처럼 구경할 수 있다. 그림의 주제들은 발리의 아름다운 여인들을 주제로 한 것들이 많다. 그림 속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아침 공양을 위한 차낭(canang)을 만들어 파는 시장에서 꽃과 함께 밝게 앉아 있다.  

부처님 그림과 야한 여인의 그림이 함께 걸려 있다.
▲ 우붓시장 2층 그림가게 부처님 그림과 야한 여인의 그림이 함께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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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시장의 2층에도 갤러리 같이 큰 미술품 판매 가게가 있다. 그리고 가게의 외벽 창문을 모두 가릴 정도로 많이 걸린 회화작품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림의 주제는 워낙 다양하다. 한 중앙에는 반나의 여인이 야릇한 포즈로 관광객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 옆에 부처님이 근엄한 표정으로 묵상을 하고 있다.

그 뒤로는 발리의 바다와 논, 여인 그리고 신화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태양의 밝은 햇살을 사시사철 즐기는 나라여서인지 그림의 색상이 태양을 머금은 듯이 모두 밝다. 나는 발리의 자연이 담긴 작은 액자그림을 하나 살까 하다가 짐이 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발리의 다양한 나비를 형상화한 연들이 많다.
▲ 발리의 전통 연 발리의 다양한 나비를 형상화한 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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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바닷가와 같이 넓게 뚫린 여행지를 다니다 보면 하늘 위로 높게 날아오르는 연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우붓시장에는 이 연을 종류별로 모아서 파는 가게들도 있다. 우붓시장에서 유명한 전통공예품 가게들이다. 연에 그려진 그림들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화려한 나비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 우붓이 나비의 산지로도 유명한데 실로 다양한 우붓의 나비들이 연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우붓시장 밖으로 나오니 너무 덥고 땀도 많이 난다. 한낮의 더위를 각오하고 나왔지만 만만하게 볼 더위가 아니다. 아내도 너무 더운 더위에 계속 걸으려 하니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우붓에는 발리를 자유롭게 즐기는 호주의 젊은 여행자들이 많다.
▲ 우붓시장의 젊은 여행자 우붓에는 발리를 자유롭게 즐기는 호주의 젊은 여행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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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우붓 거리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외국의 여행자들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호주의 젊은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있다. 나도 학창시절의 배낭여행을 떠올리며 다시 우붓의 거리를 힘차게 걸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태그:#인도네시아 여행, #발리, #우붓, #우붓시장, #목각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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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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