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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검찰 소환된 홍준표 경남지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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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0여년 만에 친정인 검찰을 찾았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번 소환 조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정치인 8명 중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9일 숨진 성완종 전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성완종 리스트'에는 홍 지사를 비롯해 정권 유력 실세들 8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당당하던 홍준표, 검찰청 앞에서는 부드러워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검찰 소환된 홍준표 "이런 일로 심려끼쳐 죄송"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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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검찰에 출석한 홍 지사의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찰청 앞에 나타난 홍 지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성완종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경남도청에서 당당하게 기자들을 대하던 모습과 비교됐다.  

언론에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이날 넥타이의 색깔도 달라졌다. 붉은색 넥타이를 매왔던 홍 지사가 이날은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위아래 남색 정장을 입은 홍 지사는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아래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홍 지사는 포토라인을 바라보며 "여기에 서면 되냐"고 물었고 기자들의 응대에 자리를 잡았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준비해온 듯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또 '1억 전달자로 지목된 윤아무개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홍 지사는 "심경이 어떠냐" 등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검찰청사 안으로 향했다. 따라 들어오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아무런 말없이 사라졌다.

홍 지사는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설 때에는 어버이날에 맞춰 왼쪽 가슴에 분홍색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자녀들이 달아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을 나설 때에는 카네이션을 뗀 상태였다.

홍 지사는 검사 시절 경험을 담은 책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에서 "거물 피의자는 검찰청 앞에서 한풀 꺾인다"고 기술했다. 홍 지사는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는 언론의 도움도 가끔 받게 된다. (혐의를) 부인하려고 단단히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출두했는데 검찰청 현관에서의 취재 경쟁과 몸싸움 과정에서 거물 피의자는 이미 한풀 꺾인다"며 "이 때문에 수사를 하기가 용이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송파 자택→변호사 사무실→검찰청까지 생중계도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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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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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도지사의 검찰 소환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고검 입구는 취재진 200여 명이 몰렸다. 홍 지사가 포토라인에 서자 30여 명의 기자들이 그를 둘러쌌다. 새벽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온 사진 기자들이 핸드폰과 방송 마이크를 든 기자들의 밀착 때문에 시야가 가리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방송국은 홍 지사가 송파구 자택을 나선 순간부터 검찰청에 출석하기까지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홍 지사는 피의자를 조사하던 '모래시계 검사'에서 이젠 자신이 피의자가 돼 후배 검사에게 조사를 받게 됐다. 그는 1993년 슬롯머신 비리를 수사하면서 6공화국 실세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기소해 스타 검사로 떠올랐다.

홍 지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우선 성 전 회장한테서 불법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또 홍 지사의 측근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과정에 홍 지사가 얼마나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조사는 고검 12층 조사실에서 수사팀 손영배 부장검사(43·사법연수원 28기)가 맡고 검사 1명, 수사관 1명 등이 배석한 채 이뤄지게 된다.

노회찬 "홍준표 소환, 속도조절 의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기자들의 질문 뿌리치는 홍준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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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한 달이 지난 뒤에야 홍 지사에 대한 검찰 소환이 이뤄진 것에 대해 "(검찰 수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속도가 대단히 느린 것은 사실이다. 여러가지 고려와 판단과 속도 조절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소환이 한 달이나 늦춰지면서 리스트 당사자들이 증거 인멸이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노 전 대표는 이날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고, "증거인멸 시도는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용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엄격한 수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인 홍 지사가 8명 중 가장 먼저 소환되는 데 대해 홍 지사 스스로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 "정치적 올무"라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표는 "8명 중에서도 돈 준 사람이 명확하게 적시된 것은 홍 지사 건이므로 먼저 수사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표적수사가 이뤄진다는 식으로 물타기 하는 방어 논리로는 결백을 증빙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홍 지사가) 윤아무개 부사장이 대선 총선에도 돈 심부름을 했을 것이라고 굳이 대선 얘기까지 꺼낸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걸 다 불 수도 있다는 (여권에 대한) 위협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표는 홍 지사의 구속 여부에 대해 "불법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일반인이라면 오늘 조사받고 그냥 나오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홍준표 경남도지사, #성완종리스트, #1억 불법정치자금, #모래시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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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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