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일 중앙대 총무팀의 지시로 법학관에 게시된 대자보들이 뜯겨져 구겨진 채로 방치돼 있다.
 3일 중앙대 총무팀의 지시로 법학관에 게시된 대자보들이 뜯겨져 구겨진 채로 방치돼 있다.
ⓒ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최근 황우여 교육부 장관 발 '취업중심' '산업수요중심' 대학정책 추진으로, 대학가가 학사 구조조정과 취업학원화 논란으로 휩싸인 가운데. 중앙대가 학사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긴 대자보를 철거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중앙대는 신입생 모집단위를 단과대로 광역화해, 재학 중 학과 선택을 하도록 하겠다는 학칙개정안을 공고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관련기사 :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중앙대 현수막의 정체는?)

이 정책으로 취업이 잘 되는 전공으로 '쏠림 현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기초학문 고사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입학 정원이 학과 단위별로 할당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을 덜 받는 학과가 눈에 띄게 되면 없애는 명분이 되지 않으리란 걸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2008년 두산그룹이 인수 후, 경쟁력을 이유로 2010년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6개로 통폐합했다. 또한 2013년에는 비교민속·아동복지·가족복지·청소년학과를 폐과시킨 바 있다.

학교 측 학사 구조조정 추진에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회들과 학생, 교수들은 대자보를 게시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역시 가동돼 반대 연서명 수렴과 광장사업 등으로 활동 중에 있다.

뜯기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학생들 '대자보'

3일 중앙대 총무팀 지시로 뜯겨진 학생들의 대자보가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다
 3일 중앙대 총무팀 지시로 뜯겨진 학생들의 대자보가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다
ⓒ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이 와중에, 중앙대 총무팀 지시로 학교 구조조정과 관련된 대자보들이 무차별적으로 뜯기고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등 일제히 철거작업이 진행돼 논란이다. 대자보는 학생회와 일반 학생들, 학생 공대위, 교수 비대위 명의의 것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자보 철거를 목격한 J씨(사회학과)는 "경비원 분께 왜 뜯어내느냐고 여쭤보니, 학교 총무팀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고 답변을 받았다. 뜯어내는 이유를 물으니 '미관상 문제'라고 답해 황당했다"고 진술했으며, 대자보 철거 장면을 촬영하던 K씨(영화학과)도 "이런 일이 자주 있다"고 거들었다.

현재 학생 공대위에 참여중인 S씨 역시 "이미 폐쇄적 일방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 이렇게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적대적 모습을 (학교가) 대놓고 드러내게 되어 매우 유감"이라며, "선거가 대중들이 표출할 수 있는 기본적 정치참여방식인 것처럼, 대자보와 성명서는 학생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내 대자보들은 철거되고 구겨져 한 편에 방치되거나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를 다시 수거해 구겨진 대자보를 바로 펴서 모으고 있다.

대자보 게시, 학칙은 신고제 실질적으론 '허가제'

3일 중앙대 총무팀 지시로 경비원들이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자보를 일제히 철거하고 있다
 3일 중앙대 총무팀 지시로 경비원들이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자보를 일제히 철거하고 있다
ⓒ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관련사진보기


현재 중앙대의 대자보 등 게시물 관련 내규에 의하면, 홍보물을 "학생지원처 및 소속대학 교학지원팀에 신고하고 지정된 장소에 게시하는 현수막 및 게시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신고제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를 받고 게시한 홍보물을 고의로 훼손한 학생이나, 허가받지 아니하고 무단으로 홍보물을 게시한 학생은 학칙에 의거 징계한다"는 상충되는 규정이 존재하며, 실질적 운영도 허가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학과에 재학중인 D씨는 대자보 내용을 이유로 검인(대자보에 도장을 찍어주는 신고절차)을 거절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학교 본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쓴 뒤, 학생지원처에 신고절차에 따라 검인을 받으려 하니 '이런 정치적 내용은 허가해줄 수 없다'고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예 도장을 찍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게시했더니 오늘처럼 당시 대자보들이 모두 일괄적으로 철거당했다. 이런 일이 매번 일어나기 때문에 학칙은 신고제이지만 실질적 운영은 허가제로 내용검열이 이루어진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내규보다 상위 효력을 가지는 중앙대 학칙에 따르면, 교내 부착 게시물에 대해 '사전 신고'하도록 해 신고제임이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대 총무팀 관계자는 이번 대자보 철거에 대해 "특정 내용 때문이 아니라,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철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학칙과 내규가 충돌하며 평소 내용검열이 이루어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방 내용이 있을 경우 검인을 찍어줄 수 없는 것"이라며 "규정에 따라 집행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내용이라 안 된다? 새누리당 모집공고는 '홍보 가능'

중앙대 홈페이지 확인 결과, 중앙대는 지난해 10월 16일 새누리당 나경원 서울시위원장 명의의 대학생위원회 신입위원 모집공고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고에는 "새누리당의 당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원이 되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앙대 홈페이지 확인 결과, 중앙대는 지난해 10월 16일 새누리당 나경원 서울시위원장 명의의 대학생위원회 신입위원 모집공고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고에는 "새누리당의 당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원이 되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 중앙대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학내 구성원들의 많은 대자보들이 미관상 문제나, 정치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뜯기고 검인을 거부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중앙대가 '정치적'인 것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대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게시물은 중앙대 측이 직접 관리한다. 중앙대는 지난해 10월 6일, 학교 홈페이지에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명의의 '대학생위원회 신입위원' 모집공고를 게시했다.

공고에는 "새누리당 서울시당은 여러분들이 정치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당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앙대 홈페이지상의 새누리당 홍보 게시물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게시물을 올린 직원이 이미 퇴사해 확인이 어렵다"면서 "물론 내규에는 정치적인 게시물을 배제하도록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홍보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중앙대학교, #중앙대, #박용성, #황우여, #이용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