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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가 취업 등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학과 통폐합을 진행해 학생들의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생들이 건국대 구조조정 반대에 지지 서신을 보내와 감동을 주고 있다.

건국대는 지난 22일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유사중복 전공 10개를 통합하고 학부제를 대형 학과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축대학은 1개 학과로, 예술디자인대학은 6개학과로, 정보통신대학은 3개학과로의 통합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엄연히 학문지향성이 다른 학과들을 '유사중복'으로 묶어 학문 다양성을 침해하고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반발하는 상태다. 또한,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취업률 등 획일적 잣대로 예술인들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제기를 하며, 학교가 학생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학교 측이 뚜렷한 입장을 추가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구조조정 시한이 임박해 학생들은 애가 타고 있다. 이에 특히 영화학과(연기·연출), 영상학과(애니메이션), 텍스타일디자인학과(섬유공예), 공예학과(일반공예) 일부 학생들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또 SNS 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학교에서 침묵시위 행진을 하는 등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하고 있다.

또한, 건국대 영화학과 동문 연예인인 걸스데이 혜리, 샤이니 민호, 배우 고경표, 김태우 뿐 아니라 국내 타 대학 학생회에도 잇따라 지지성명을 이어가고 있다(관련기사 : "'맑스돌' 혜리까지 동참, 예술인들 공감한다는 뜻").

미국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에 재학 중인 에스티 한(Esty Han)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소식을 접했다. 한씨는 자신의 동료 학우들과 함께 건국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서명서와 편지를 작성해 지난 27일 건국대 텍스타일디자인학과에 재학중인 지인 J씨에게 전달해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가 외국의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까지 관심을 끌고 있어 놀랍다는 반응이다.

아래는 한씨가 보내온 편지와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생들의 서명서다. 편지의 국문번역은, 건국대 텍스타일디자인학과 페이스북(해쉬 태그: #saveKUTD)에 공유된 내용을 참조했다.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에 재학중인 에스티 한(Esty Han)씨가 동료 학우들을 대표해 건국대학교 구조조정에 대해 보낸 서신.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에 재학중인 에스티 한(Esty Han)씨가 동료 학우들을 대표해 건국대학교 구조조정에 대해 보낸 서신.
ⓒ Est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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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컬럼비아 대학은 건국대학교의 영화학과-영상학과/텍스타일디자인학과-공예학과 통폐합에 반대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 시카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여대생 에스티 한입니다. 저는 여느 대학생처럼 학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고 좋은 직업을 갖는 소망을 갖고 있지만, 제 존재와 가치 자체는 사실 그 이상입니다.

저는 뮤지션입니다. 사람들의 영혼을 부유하게 하는 음악을 만드는게 소망이기에 저는 화성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배우입니다. 인간의 수만가지 감정이라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저는 지난 1년간 매주 17시간을 촬영장에서 보내곤 했습니다.

저는 현대무용수입니다. 현존하는 어떤 단어로도 저를 묘사할 수 없을 때 저는 제 몸이라는 도구로 음악이라는 도화지 위에서 저를 표현하곤 합니다.

저는 작가입니다. 열정을 느끼고 저의 펜은 마치 피가 흐르듯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없었더라면, 저도 이 자리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예술가입니다.

최근에 건국대학교 학교측에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인 판단으로 학사 개편안을 구성하고 확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학생들에게 이를 공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영상과 영화과, 텍스타일디자인과 공예과를 통폐합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술대가 취업률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예술은 숫자로 판단될 순 없지만 학교는 숫자로 판단이 된다는 현실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학교의 모든 결정의 우선순위는 어떤 숫자도 평판도 아닌 학생입니다. 학생중에서도 졸업생이나 예비입학생이 아닌 현재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현재 공대생, 인문대생, 음대생, 체대생 그리고 예대생 모두가 건국대학교를 이루고 있는 학생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커트 보네거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술의 목적은 밥벌이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예술은 우리가 밥벌이나 하려고 사는 인생을 그나마 풍요롭게 하기위해 존재한다. 잘하든 못하든, 예술은 영혼을 자라게 한다."

예술의 목적은 돈이나 취업이 아닙니다. 영혼이 죽어가는 저를 여러 형태의 예술이 살렸던 것 처럼 이제는 제가 건국대에서 기만당하는 예술을 살릴 차례입니다. 저와 30명의 콜롬비아 학생들은 예술을 취업률이라는 대학의 기형적인 구조조정과 영화과와 영상학과, 텍스타일디자인과와 공예과의 통폐합을 반대합니다. 위의 소견에 질문이나 건의사항이 있으시면 주저말고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을 친애하며,

에스티 한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
음악학과

에스티 한씨가 동료학우들에게 받은 서명서
 에스티 한씨가 동료학우들에게 받은 서명서
ⓒ Est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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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건국대학교, #건국대, #컬럼비아 대학, #구조조정, #황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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