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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주민센터 문화강좌 고전무용반 연습광경
▲ 고전무용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주민센터 문화강좌 고전무용반 연습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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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나이가 72세예요. 춤이 추고 싶어 배우고 있는데 젊은 사람을 잘 따라가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속이 많이 상해요. 어릴 적 춤을 배웠는데 살다가 척추 수술을 했어요. 그러다가 너무 고통스럽기도 해서, 아픔을 잊어보려고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몸이 이렇게 건강해졌어요. 아마 그토록 하고 싶었던 춤을 다시 춰 건강이 좋아진 것 같아요."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께 찾아간 수원시 권선구 세류 2동 주민센터. 약속을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에, 이경운 총괄 팀장과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지하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복을 입은 수강생을 보니 나이들이 지긋하다. 경기도 수원시 주민센터 문화 강좌 수강생들을 만나본 가운데 이곳 '고전 무용반'이 나이가 가장 많은 듯하다.

"저희 고전 무용반은 16명인데 오늘은 몇 명이 나오지 않았네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따지면 아마 최고인 듯한데, 오늘따라 서너 명이 불참했어요."

맨손으로 민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수강생들 앞에서 지도를 하던 김기연 강사의 말이다.

이제 2년된 고전 무용반, 그러나 열정은 최고

수건을 들고 천안삼거리 민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천안삼거리 수건을 들고 천안삼거리 민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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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한지 2년이 되었다는데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최고인 듯
▲ 고전무용반 이제 시작한지 2년이 되었다는데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최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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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각 주민센터 문화 강좌 수강은 각 과목마다 일반적으로 10년씩 된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세류2동의 고전 무용반은 이제 고작 2년이 채 안 됐다고 한다. 2013년 4월에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하지만 춤을 배우려는 열정 만큼은 어느 곳도 따르지 못할 만큼 대단하다.

세류2동 고전 무용반을 지도하고 있는 김기연 강사는 어릴 때부터 춤을 춰왔다고 한다. 그러다 결혼 등으로 춤을 추지 못하다가, 이후 다시 시작해 무용 강사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아마 그런 고충이 있어 나이 든 수강생들에게 더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

"저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곳에 가입 했어요. 우리 전통이 너무 좋아 수강을 시작했는데 정말 즐겁고 재미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한복이나 옛 것 등을 좋아했어요. 소리도 우리 소리를 좋아했고요. 그러다 이제 춤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더 많은 사람이 우리 것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딸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너무 추고 싶었어요"

고전 무용반 김동연 회장(여, 55)은 이제라도 춤을 추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뒤늦게 문화 강좌를 수강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사연이 있다. 그런 사연을 들으면서 그들에게서 세상을 살아가는 열정을 배우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처럼 '열심'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딸이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 춤을 추웠어요. 딸이 그렇게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나도 춤이 너무나 추고 싶었고요. 그런데 정작 딸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딴 길로 가고 제가 대신 춤을 추고 있어요. 늦게라도 이렇게 늘 추고 싶었던 춤을 추게 된 것이죠."

김재덕(여, 64)씨는 이름이 남자 같아서 가끔 놀림도 받는다고 하면서 춤을 추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지금은 정말 행복하고 건강해요"

부채를 들고 축원무를 추고 있는 수강생들
▲ 축원무 부채를 들고 축원무를 추고 있는 수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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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지도를 하고 있는 고전무용강사 김기연(노랑치마)
▲ 무용강사 앞에서 지도를 하고 있는 고전무용강사 김기연(노랑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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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강생들이 하나같이 이야기들이 있다. 그만큼 춤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춤을 못 추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노현실(여, 51) 총무를 가르친다. 수강생 중에 막내라는 노현실 총무는 15년째 시어머니를 봉양했다고 한다.

"사람이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도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저는 오직 시어머니 수발만 들어야했어요. 시어머님이 치매가 있어서 꼼짝을 할 수 없었죠. 나중에는 그런 것이 심한 압박감으로 갱년기와 우울증이 겹쳐 정말 힘들었어요. 마침 이렇게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몸괴 마음, 정신까지도 건강을 되찾게 됐죠. 지금은 정말 행복하고 건강해요."

이제 문화 강좌를 시작한 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공연을 했다고 하는 세류2동 고전 무용반, 얼마 후에 또 공연이 있다면서 연습에 열중한다. 나이가 들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들 모두가 늘 이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했더니 멋진 포즈까지
▲ 단체사진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했더니 멋진 포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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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전무용, #문화강좌, #수원, #권선구, #세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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