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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동물원에 가봤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그리고 귀엽고 재밌고 신기한 동물을 보며 즐거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물의 입장에서 한번쯤 '그들이 정말 행복할까' 자문한 적 있는가? 너무 열악한 환경이나 슬픈 표정을 한 그들을 보며 '미안하다' 느낀 적은?

많은 동물들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감각'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과 다르지 않은 이 생명이 살아가는 데 동물원 환경은 적합할까? 나는 이런 물음과 함께 '행복한 동물원'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부디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바라며... - 기자말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향토 음식점 ㅎ. 한정식과 오리 요리뿐 아니라 민속촌을 연상케 하는 전통 가옥과 농기구 전시장, 박물관, 식물원까지 볼거리 많은 걸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2년 전 공식적으로 볼거리를 하나 더 추가했다. 바로 식물원 안 '미니 동물원'이다.

지난 10일 찾은 음식점 내 미니 동물원 입구에는 '체험학습 및 단체관람 문의'란 글귀와 연락처가 적힌 간판이 눈에 띄었다. 필자 역시 가족들과 외식을 갔다가 '주인이 참 정성들여 운영하는 곳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미니 동물원만은 예외였다.

ㅎ음식점 전경
 ㅎ음식점 전경
ⓒ ㅎ음식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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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옆 동물원... 이름표뿐인 동물들  

식물원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쪽 초가 지붕에 벽과 바닥을 쇠창살로 이은 우리가 보인다. 안에는 체구가 작은 원숭이 한 마리가 있었다. 원숭이는 우리 안 나무판잣집 지붕에 몸을 움츠리고 앉아 다소 불안해뵈는 눈빛으로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원숭이 Monkey'. 녀석을 설명하는 유일한 안내 문구다. 커다란 눈에 빨간 얼굴, 연한 회갈색 털이 일본원숭이 같다. 일본원숭이는 자연에서라면 주로 날씨가 온화한 숲에서 무리를 이루며 산다. 하지만 이곳 원숭이는 저 혼자 매서운 꽃샘바람을 맞으며 가끔은 좁은 우리 안을 맴돌며 울어댔다. 

우리 안에 홀로 앉아 가끔씩 울던 원숭이.
 우리 안에 홀로 앉아 가끔씩 울던 원숭이.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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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 원숭이를 보고 있는데 의외의 이름표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반달가슴곰'. 원숭이 혼자 있기도 작은 우리에 반달가슴곰이? 하지만 반달가슴곰은 보이지 않았다. 있어도 없어도 의아한 상황. 이름표뿐인 반달가슴곰의 걱정스런 사연은 잠시 후 공개된다.

원숭이를 지나 식물원 안쪽으로 더 들어간다. 10여 미터쯤 갔을까. 고슴도치, 오골·황금·금·은계와 백한, 토끼, 기니피그가 나란히 선 네 개의 우리 안에 있었다. 기니피그 5마리와 토끼 10여 마리는 각각이 배춧잎을 먹거나 장난치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닭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무리들과 함께 진짜 흙과 나무, 지푸라기를 밟을 수 있는 일부 동물들은 그간 봤던 여느 동물원의 동물보다 상황이 나아 보였다.
 그래도 무리들과 함께 진짜 흙과 나무, 지푸라기를 밟을 수 있는 일부 동물들은 그간 봤던 여느 동물원의 동물보다 상황이 나아 보였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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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그간에 봤던 여느 동물원보다 환경이 더 나은 점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앞서 원숭이와는 달리 그들 무리와 함께였고, 우리 안에는 진짜 흙과 나무, 지푸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넓은 기왓장이나 항아리가 녀석들이 숨거나 놀 수 있게 '환경풍부화' 역할을 하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고슴도치 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바닥에서 조금 위에 성인 주먹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곳 동물들 우리 주변에도 한·중·일·어로 된 종의 단순 이름 외 동물의 특성을 이해할 만한 어떤 안내글도 없었다. 묻고 싶은 게 여럿 있었지만, 주변에 관리인은 없었다.

고슴도치 우리에 난 구멍. 고슴도치는 없었다.
 고슴도치 우리에 난 구멍. 고슴도치는 없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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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반달가슴곰 죽을 뻔"... 진실은?

식당을 찾아온 중년 부부에게 음식점 옆 동물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어른은 모르겠고 아이들은 동물을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근처에 다 아파트밖에 없어서 이런 걸 볼 기회가 없으니. (반달가슴곰을 봤냐는 물음에) 어려서 온 걸 봤는데 또 보낸 것 같다"고 답한다.

식물원 비닐하우스 안에 직원 두 명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내내 궁금했던 반달가슴곰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남자 직원이 먼저 "겨울엔 데려갔다가 4월쯤 되면 돈을 주고 임대해 젖먹이를 데려와 전시한다"고 했다.

ㅎ음식점 홈페이지에 있는 아기 반달가슴곰 두 마리  사진
 ㅎ음식점 홈페이지에 있는 아기 반달가슴곰 두 마리 사진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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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란 말이 뇌리에 박히며 생각이 복잡해지려는 찰나, 옆에 있던 여직원이 "젖먹이는 아니고 여기 둬도 될 만한"이라고 정정했다. 이어 "사장님이 좋은 일 하신다고 동물들 잘 대해줘도 뭐라는 사람 많다. 밥 먹고 할 짓이 없으니······"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응당 전문가에 의해 최선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동물원도 아닌 개인 음식점에서, 그것도 어린 반달가슴곰을 돈을 주고 임대해온다?

의문은 커졌지만,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며 말을 돌리는 여직원 때문에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식당 마당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또다른 여자 손님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음식점 옆 동물원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내가 여기 단골이라 자주 오는데 동물원은 그닥······. 지난해인가 새끼 반달곰 두 마리 있는 걸 봤는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한 마리가 관람객이 준 사료를 잘못 먹어선가 거의 죽기 직전이라고 했어요. 거품을 물고······, 동생과 같이 왔을 때 봤는데 직원이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는 걸 보며 불쌍하다 생각했죠."

진실과 마주했지만, 하필이면 불편하고 슬픈 진실을 발견해 버린 듯한 절망감. 다시 식물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앞서 들은 말의 진위를 물었다.

"누가 그래요? 그런 일 없어요! 내가 여기 1년 365일 있는데. 곰 두 마리 젖 먹여 장성해서 보냈는데 무슨 소리예요? (여기 단골 손님이란 분이 얘기해주셨는데) 그 여자 누군데요? 데려와 봐요. 내가 허튼 소리 해요?"

갑작스런 진실 공방이 시작됐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ㅎ음식점이 운영하는 '미니동물원' 입구
 ㅎ음식점이 운영하는 '미니동물원' 입구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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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돈 받고 거래되는 아기곰들... 음식점이라도 상관 없어)


태그:#곰협회, #흙시루, #부산오리전문점, #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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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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