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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반달곰 두 마리 있는 걸 봤는데 스트레스도 되게 많이 받고, 한 마리가 관람객이 준 사료를 잘못 먹어선가 거의 죽기 직전이라고 했어요. 거품을 물고···, 동생과 같이 왔을 때 봤는데 직원이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는 걸 보며 불쌍하다 생각했죠."

"누가 그래요? 그런 일 없었어요. 아프기는커녕 내가 여기 1년 365일 있는데, 곰 두 마리 다 젖 먹여 장성해서 보냈는데 무슨 소리에요? (여기 단골 손님이란 분이 얘기해주셨는데) 그 여자 누군데요? 데려와봐요. 내가 허튼 소리 해요?"

(관련기사 : 음식점 옆 동물원, 아기 반달가슴곰의 진실은? )

부산 기장군의 ㅎ음식점 내 '미니 동물원'. 그곳에 살던 아기 반달가슴곰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진술. 사실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손님의 말에 신빙성을 더하는 음식점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표와 통화하고 싶단 메모를 남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아무개 실장이란 남성이 전화를 했다. 그는 손님이 했던 말을 전해듣고 별다른 이의 없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암·수 두 마리 중 수컷은 잘 컸어요. 그런데 암컷은…, 젖먹이로 오니까 안아 키우는데 잘 안 먹어가지고…. 그래도 다 나아서 갔어요."

ㅎ 음식점 미니동물원 아기 반달가슴곰
 ㅎ 음식점 미니동물원 아기 반달가슴곰
ⓒ ㅎ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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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도 원숭이도 적응 어려움... 결국 퇴출

곰이 어떤 이유로 얼마나 아팠는지 단정할 순 없지만,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 안에 홀로 있던 원숭이의 사연도 알게 됐다. 원숭이도 처음에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서로 싸우고 주민이 시끄럽다고 항의해서 한 마리를 다른 곳에 보냈다는 것이다. 

원숭이는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에는 다만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라고만 설명했다. 동물원이나 전문 사육사냐고 되묻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장과의 통화 초반에 나는 "음식점에서 왜 동물원을 운영하게 되셨는지?"를 먼저 물었다.

"특별히 (이유를) 생각했다기보다 (동물원 도입 전) 아이 고객이 11%, 주고객인 주부가 30~40%였고 부산에 동물원이 없던 시절이라 옛날 집에서 키우던 동물을 보여주면 좋겠다…, 닭이나 토끼 같은. 이후에 주변에서 곰, 사슴, 원숭이를 제안해서…."

최근 백화점이나 키즈카페 등이 동물원을 도입하는 이유와 비슷했다. 아이에게 놀 공간을 제공해 엄마들의 걱정을 줄여주고 소비 동기는 높이는 상업적 전략 말이다. 민속음식점으로서 한국의 전통 가옥 풍경을 재현하려던 취지만 살렸다면 좋았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실장과의 대화 가운데 계속해서 등장하는 한 단체의 이름이 처음부터 품었던 의문에 무게를 더했다. 들은 바에 따르면 아기 반달가슴곰 전시를 권하기도, 빌려주기도, 또 데려가기도 했다는, 바로 '곰협회'다. 

정확한 단체명을 묻자 그는 "수년 전에 동물학대 민원으로 군청에서 조사를 나온 적 있는데 그때 다 해명하고 잘 해결이 됐어요. 이미 끝난 일인데 지금 와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올해부터) 곰, 원숭이 전시는 안 하려고요"라고 말했다.

처음엔 둘이었다가 홀로 남게 된 원숭이
 처음엔 둘이었다가 홀로 남게 된 원숭이
ⓒ ㅎ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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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되는 아기곰들... 해마다 더 어린 "동생"들이

해당 군청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여러 부서를 거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궁금했던 곰협회란 곳의 정식 명칭은 '곰사육협동조합'. 3년 전 사육하던 곰이 탈출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한 곳이었다.

이번엔 조합의 김아무개 이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전시를 위한 동물 임대와 관련해 문의를 했다. 질문의 요점은 크게 현재도 아기곰 대여가 가능한지, 법적 문제는 없는지, 동물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때는 어떻게 하느냐, 세 가지였다. 다음은 답변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보증금 ○천만 원에 임대료 ○백만 원이에요. 보통 50일에서 60일 포육해서 11월 달까지만(겨울 제외) 임대가 가능한데요. 현재는 기존에 나가는 집 외에는 빌려드릴 수가 없어요. 물량이 모자라서요. 옛날부터 좀 줬던 집에는 내가 친분 관계도 있고 안전시설도 좀 해놨고 해서… .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사육곰이에요. 종족보존협회에서 서류 받은 것도 있고. 노인 치매예방이나 어린이 정서에 도움이 될까 해서 프로그램을 계발해 놓은 건데…. 경매가 아니고 항시 위탁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현재까지는 없었어요.

아직까지 나가서 폐사된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생기게 되면은 우리가 보증금을 받잖아요. 그럼 폐사 신고를 해야 되는데, 신고하면 (조합 측이) 재산상 손해를 보니까…. 노인 치매예방이나 어린이 정서 도움 차원에서 하는 프로그램인데 우유도 공급해주고 기초교육을 합니다."

ㅎ 음식점에 있었던 곰의 안부를 묻자, 이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다 돌아왔다고 답했다. 임대 기간 중에 탈이 생겨도 중간중간 자신들이 계속 처방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진 부연 설명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더했다.

"금년에는 작년 걔들(아기곰)이 나가는 게 아니라 걔들 동생들이 나가요. 금년 출생한 새끼들이. 우유를 좀 먹여가지고 따박따박 걸어다닐 때. 그때가 이쁘고 순화도 되니까. 우리도 5월 달에 곰○랜드 오픈해요."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은 어디에.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은 어디에.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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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보존 가치 없으면 보호받을 가치도 없나?"

자, 이제 정리를 해보자.

내가 객관적으로 제기한 첫 의문은 ㅎ 음식점에서 관리하는 '미니 동물원'과 같은 형태가 법적으로 규제를 받는가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규제 대상 아님'이다. 담당 구청의 식품위생과 관계자는 "식당 건축물 용도에만 적합하고 시설 기준만 갖추면 문제는 없다"라고 알려주었다.

두 번째는 동물 가운데서도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등을 거래·전시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나 하는 점이었다. 정답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 않은 잡종 사육곰은 '문제 없음'이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활동가의 상세한 설명이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사적으로, (또는) 종의 특성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문화재청에서 정하는데요. 사육곰은 말하자면 다 섞여서 종 보존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개체들은 문제가 생기면 다 안락사하곤 해요. (사육곰에 대해서도) 어떤 관리 기준이 있어야 잘못된 점을 고발하거나 단속을 요구할 수 있는데 그런 기준 자체가 없어요."

결과적으로 특별히 '귀한 몸'이 아니면 수많은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든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한국에는 아직 동물원 동물에 대한 사육이나 시설 관리에 대한 법령도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해마다 어린 생명들이 돈으로 거래되고,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 지도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그나마 작고 귀여운 모습마저 사라지면 후일은 더더욱 기약할 수도 없는 지금의 상황.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태그:#동물원, #작은동물원, #동물원법, #곰사육협동조합, #부산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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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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