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극적인 역전드라마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 빅스톰은 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게 세트스코어 3-2(23-25,23-25, 27-25, 25-21, 15-13)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61점을 확보한 한국전력은 잔여 3경기에서 승점 1점만 올려도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된다. 반면에 승점 1점 추가에 그친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 탈락이 최종 확정됐다. 현대캐피탈이 봄에 배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은 프로 출범 후 처음이다.

프로 출범 후 한 번도 봄배구를 놓치지 않은 명문구단

V리그 남자부 최고의 명문팀은 단연 삼성화재 블루팡스다. 삼성화재는 2005년 V리그 원년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무려 8번이나 V리그 챔피언에 오르며 'V리그의 독재자'로 군림해 왔다.

그런 삼성화재의 독주를 두 번이나 막아선 팀이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슈퍼리그 시절 번번히 삼성화재의 벽에 막혔던 현대캐피탈은 2005-2006 시즌과 2006-2007 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2인자의 설움'을 시원하게 날렸다.

이후에는 다시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로 이어지는 삼성화재의 괴물 외국인 선수에게 막혔지만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 후 한 번도 봄배구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  V리그에서 10년 연속 봄배구 진출 기록을 가진 팀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뿐이다.

프로 초창기에는 '스커드 미사일' 후인정(한국전력)과 '송스타' 송인석, '무서운 아이' 박철우(삼성화재)를 앞세워 두 번의 우승을 달성했다. 박철우가 '장인어른(신치용 감독)'이 있는 삼성화재로 이적한 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거포 문성민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농사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형 외국인 선수로 불리던 숀 루니를 시작으로 매튜 앤더슨, 헥터 소토, 달라스 수니아스, 밋자 가스파리니, 리버맨 아가메즈 등은 매 시즌 득점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현대캐피탈 공격을 이끌었다.

또한 현대캐피탈은 '센터사관학교'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좋은 센터가 많이 배출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선규(삼성화재)와 윤봉우를 중심으로 방신봉, 하경민(이상 한국전력), 신경수(은퇴), 최민호로 이어지는 현대캐피탈의 센터계보는 곧 한국남자배구의 센터계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화려하다.

아가메즈의 부상으로 출발부터 삐끗, 결국 첫 봄배구 탈락

이번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은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문성민과 아가메즈로 이어지는 쌍포의 위력에 '월드 리베로' 여오현도 건재했다. 적어도 현대캐피탈의 봄배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부터 비틀거렸다. 결정적인 원인은 주포 아가메즈의 무릎 부상이었다. 경기당 평균 30점 이상을 해주던 아가메즈가 흔들리면서 현대캐피탈도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팀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늘어났다.

현대캐피탈은 작년 11월 회복이 느린 아가메즈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하던 프랑스 국가대표 케빈 레 룩스를 영입했다. 현대캐피탈은 케빈 영입 후 6경기에서 5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강팀의 위용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209cm 97kg의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라이트 포지션에 썩 익숙치 않았던 케빈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체력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결국 케빈은 레오와 로버트랜디 시몬(OK저축은행), 미타르 쥬리치(한국전력) 같은 괴물들과 정면승부를 벌이며 조금씩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 작년 연말 서재덕 트레이드 파동까지 겪으면서 현대캐피탈은 구단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2월 중순 3연승 행진을 달리며 뒷심을 발휘하는 듯 했지만 설 연휴를 시작으로 4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봄배구를 향한 마지막 희망이 좌절되고 말았다.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문성민, 임동규, 센터 윤봉우, 세터 권영민, 최태웅, 리베로 여오현, 박종영 등 팀 내에 30대 선수가 무려 7명이나 된다. 배구 선수의 전성기가 주로 20대 중후반에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캐피탈의 미래가 썩 밝다고 할 수도 없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봄이 되면 우승을 위해 코트에서 땀을 흘렸다. 하지만 2015년 봄 현대캐피탈은 3월 14일로 이번 시즌 공식 일정이 끝난다. '배구의 메카'로 불리는 천안 유관순체육관도 3월 11일을 마지막으로 프로 배구 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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