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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금동리에서 황새를 관찰하고 있던 도연 스님이 황새 보존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금동리에서 황새를 관찰하고 있던 도연 스님이 황새 보존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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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먼동이 터 오르던 오전 7시. 경기도 포천 지장암 주지 도연 스님(62)이 제주시 한경면 금동리의 한 해안가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일본 황새복원센터에서 방사한 황새가 제주에 날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0일 제주에 내려온 도연 스님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자리에서 '껌딱지'처럼 붙어 황새를 관찰했다.

황새가 이곳에 왜 왔는지, 무엇을 먹으며, 먹이는 충분한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위험 요소는 없는지 등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여러 매체에서도 보도될 만큼 황새는 전 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 조류다. 평소 새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도연 스님은 2004년 강원도 철원에서 두루미를 관찰하다 우연히 황새를 발견했다.

광어를 문 황새.
 광어를 문 황새.
ⓒ 도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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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가 국내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 1급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안 도연스님은 기록과 자료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이후 황새를 따라 경남 김해, 충남 아산, 경기 화성 등 전국 방방곡곡을 쫓아 다녔다.

지난해 7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에서 열린 국제황새회의에 참석해 황새를 더 연구하고, 선진국의 황새 보존 사례들을 접했다. 국내에서 '황새 전도사'로, 여러 지자체에서 황새 보존의 가치에 대해서 역설하고 다양한 매체에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렇게 황새에 몰두해 한 달 가운데 20여 일을 황새와 함께 보내고 있는 도연 스님을 보면 주지로 있는 암자의 신도들은 많이 섭섭 할 터. 도연 스님은 "아무도 안 하는 일(황새를 기록하고 자료화 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많이 이해하고 도와 준다"고 고마워했다.

다른 새들과 영역 다툼을 하고 있는 황새.
 다른 새들과 영역 다툼을 하고 있는 황새.
ⓒ 도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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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님은 "절집에 있으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고 편안하다. 하지만 절집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하다 황새를 만나 제 2의 출가를 하고 있다"며 "수행한다는 것은 경전만 보는 것이 아니다. 절에 들어가는 것은 은둔이 아니라 과정이며 가는 곳이 법당이자 염불이며 기도"라고 강조했다.

도연 스님이 유독 황새에 더욱 '꽂힌'것은 우산종인 황새가 복원되면 우산처럼 다른 종도 덩달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명 공동체의 회복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연 스님은 "황새를 통해 생태와 농경지를 건강하게 회복하면 사람과 야생 동물이 함께 공존 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며 "일본은 자연 복원을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했다. 황새를 복원하는 일이 결국 인간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그것이 내가 황새에 빠진 궁극적 이유"라고 강조했다.

황새를 찍고 있는 도연 스님.
 황새를 찍고 있는 도연 스님.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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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도연 스님은 청정 제주와 동물 관리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보탰다. 스님은 "일본에서 황새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먹이가 많고, 농경지이며, 사람의 발길이 적어 휴식하기 적당한 장소였기 때문"이라며 "청정 이미지인 제주도는 관광·개발엔 발달한 반면, 생태 관광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황새 스님'으로 별명이 붙은 도연 스님은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 <살아있는 화석, 철원의 새 두루미>등 새와 관련된 이야기를 틈틈이 메모하고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일간지 <제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연 스님, #황새, #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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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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