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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광주 대인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지난 1월 27일 광주 대인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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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63번째 생일이었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맞은 생일이었다. 이날 점심 때 청와대에서는 퓨전 한식과 '장수'를 상징하는 국수가 마련됐다. 63번째 생일상을 함께한 이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3명의 실장과 수석비서관 10명뿐이었다. 박지만 EG 회장 등 동생이나 조카들의 축하는 없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생일 오찬조차 마련할 생각이 없었다. 윤 수석은 "생일 행사 없이 지나가려고 했는데 수석들이 점심이라도 간단히 했으면 좋겠다고 해 관저에서 간단한 점심행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이날 생일 오찬 자리가 편했을 리 없다. 오찬이 열리기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계'인 유승민 의원이 압도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당 대표에 이어 새누리당 주요 지도부가 '비박(비박근혜)계로 교체된 것이다. 게다가 한때 60%를 넘나들던 국정수행 지지율도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29%까지 떨어졌다. 때 이르게 '레임덕'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생일은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한 대선에서 승리했고, 30여 년 만에 아버지가 16년간 머물렀던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기쁨'이 앞섰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에는 생일을 차분하게 보냈다.

[취임 1년] 동생 박지만 회장과 조카 등 초대해 식사

2013년 2월 2일, 박 대통령은 당선자의 신분으로 61번째 생일을 맞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사를 새로 썼다는 점에서 들뜰 법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고,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는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도 아직 여성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조지 H.W.부시와 조지 W.부시), 필리핀(베니그노 아키노와 아키노 3세) 등에서 '부자 대통령'은 있다. 하지만 '부녀 대통령'은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 부녀에 이어 세계 2번째 기록이었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과반의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1577만3128표(51.6%)를 얻어 1469만2632표(48%)를 얻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약 100만 표차로 꺾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택에서 조용하게 생일을 보냈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박 당선자가 삼성동 자택에서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조카를 초대해 담소와 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특별한 일정 없이 새 총리와 비서실장 등 차기 정부 인선작업에 몰두했다고 보도했다.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 봉투 파문'을 수습하느라 정신 없었던 2012년 생일 때와는 좀 달랐다.

[취임 2년] 조카 탄생과 시진핑 방한

62번째 생일인 2014년 2월 2일, 박 대통령에게 '겹경사'가 생겼다. 하나는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조카가 태어난 것이다. 동생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설 연휴였던 1월 31일 아들을 순산했다. 세현(9)군에 이어 두 번째 아들이었다. 박 대통령은 서 변호사를 따로 찾아 축하하진 않았다. 대신 청와대 명의로 조그마한 난 화분을 보냈다.

또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을 언급한 것이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생일 당일 친필 서한을 보내 박 대통령의 62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그는 서한에서 "대통령님의 생신을 맞이해 진심어린 축하와 따뜻한 인사를 드린다"라며 "저는 한중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며 올해 양측 모두가 편한 시간에 귀국을 방문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적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임기 내 시 주석의 방한을 기대하고 있던 박 대통령 처지에선 더할 나위 없이 큰 선물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부부동반으로 방한해 양일간 일정을 수행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이 해 생일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만 머물렀다. 취임하기 전 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어떤 '원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런 원칙을 '시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5년의 임기가 자신의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취임 3년] 유승민 원내대표 당선과 건보료 논란

박 대통령이 63번째 생일을 맞은 2015년 2월 2일 대다수 언론들은 "외로운 생일잔치", "우울한 63살 생일", "심란한 박, 조용한 생일" 등을 제목으로 한 보도를 쏟아냈다. 2013년과 2014년 생일 때와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이날은 박 대통령의 생일임과 동시에 새누리당에서는 신임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졌다. 비박에서 '멀박'(멀어진 친박)으로 불린 유승민 의원과 박 대통령으로부터 "참된 공직자"라고 칭찬 받은 이주영 의원이 치열하게 경선을 벌였다.

두 후보가 경합하고 있다는 분석과 달리 무려 '19표'차로 유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의원 장관들'까지 투표에 참여 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언론은 "(박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 당선'이라는 '원치 않는 선물'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연말정산 파동에 이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백지화 논란도 박 대통령에겐 부담거리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 생일 5일 전인 지난 1월 28일 "올해 안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정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또 세금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부담을 못 이기고 백지화시킨 것이다. 건보체제 개편 백지화가 비판 여론에 부딪치자 문 장관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이 아니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안으로 누가, 얼마나 건보료를 더 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하겠다"라고 종전의 의견을 뒤집었다(3일). 6일에는 당정이 건보체제 개편을 다시 추진하는 데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63번째 생일을 편안하게 보냈을 리 없다. 박 대통령은 올해 생일도 청와대에서 보냈다. 언론이 표현한 것처럼 "외로운, 우울한, 심란한 생일"이었는지는 박 대통령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태그:#박근혜, #새누리당,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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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미생입니다. 완생은 바라지도 않고, 중생이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 21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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