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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내각 및 청와대 개편이라는 '반전 카드'를 던졌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조기 레임덕 우려가 일제히 언론의 전면을 장식하던 날,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다.

하지만 인적 쇄신의 핵심으로 거론돼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실세 비서관(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은 쇄신 칼날을 피해갔고, 그나마 거센 쇄신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모양새가 됐다.

인적 쇄신의 폭과 시기 모두 여론의 요구와는 온도차가 커 지지율 급락과 핵심 지지층 마저 등을 돌리는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리 교체했지만... 여론과 온도차 큰 내각·청와대 개편

김기춘 비서실장. 사진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 9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김기춘 비서실장. 사진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 9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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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격 발표된 내각 및 청와대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당분간 유임이 예상됐던 정홍원 국무총리를 교체하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새 총리로 발탁한 부분이다. '정윤회 비선개입 문건' 파문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사태, 여기에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으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카드'를 선택한 것은 여당 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비교적 원만해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이 적은데다, 친박계 여당 원내대표를 총리에 기용함으로써 불협화음이 심해지고 있는 당·청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 추진을 앞두고 야당과의 관계 개선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 발표 후 야당에서는 이완구 총리 내정만큼은 쓴소리가 크지 않았다.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 이완구 만난 문희상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총리가 되달라"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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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내각의 총사령탑인 총리 교체를 단행했음에도 새로 들어온 인사들보다 자리를 보전한 인사들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승부수로 던진 인적쇄신에서 '쇄신'에는 방점이 찍히지 않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감동 없는' 쇄신 탓이 크다. 이날 단행된 인사에서 지지율의 '날개 없는 추락'으로 표현되고 있는 성난 민심의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물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 지킨 사람이 더 관심 받는 '이상한 쇄신'

'정윤회 문건' 유출 수습에 실패하고 민정수석의 항명사태까지 직면해 책임론이 거셌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단 유임됐다. 청와대는 청와대 조직개편 마무리 후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대안 부재로 김 실장이 당분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청와대 인적쇄신의 핵심으로 꼽혔던 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의 거취에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우선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정부 인사에까지 영향을 끼쳐 권한 비대화 지적을 받아왔던 이재만 비서관의 경우 자리를 지킨다. 대신 정부 고위직 인사의 검증 및 결정이 이뤄지는 인사위원회에만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인사 개입 의혹 등 월권 논란에 휩싸였던 제 2부속실이 폐지되고, 안봉근 비서관은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긴다. 수평이동을 하게 된 셈인데 문제가 없지 않다. 홍보수석실에 비서관 자리를 새로 만들지 않는 한 기존 비서관 중 한 명을 교체해야 한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원칙 없는 보직 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왼쪽부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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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비서관의 경우 없어지는 제2부속실의 업무까지 관장하게 되면서 오히려 조직과 권한이 더 커지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미 신년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청와대 책임론을 일축하고 김기춘 실장 및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곁을 지킨 '비서관 3인방'에게 재신임했다. 이번 인적 개편은 당시 스스로 밝혔던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또 청와대 조직 개편은 국정기획수석실을 정책조정수석실로 바꾼 것 외에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국정쇄신 의지의 가늠자이자 청와대 인적쇄신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던 비서관 3인방이 예상대로 청와대에 남게 되면서 떠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대보다 우려 큰 특보단... '왕특보' 모시게 된 민정수석

이번에 신설한 청와대 특보단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당초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예상됐던 특보단에 외부 전문가들이 기용된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특보단의 역할을 놓고 불협화음이 날 우려가 있다.

특히 민정특보에 내정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이번에 민정수석으로 승진 발탁된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평검사 시설이던 2001년 검찰총장이었다. '상명하복'으로 유명한 검찰 특유의 수직적인 문화의 특성상 민정수석실이 '왕특보'를 모시게 됐다는 평가다. 대통령 자문 역할을 해야 할 특보단과 수석실이 권한과 역할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이명박 정부 때 시도됐던 특보단은 수석실과 역할 중복 등으로 '옥상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고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때 특보단과 박근혜 정부의 특보단 운영이 어떻게 다른지 별다른 설명이 없다.

결국 내각과 청와대의 추가 인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청와대도 공석 중인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한 추가 개각 및 청와대 인적 개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후속 인사가 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부의 위기 탈출에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태그:#박근혜, #문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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