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8일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아이를 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국민적인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어린이집 운영 정지, 전국 어린이집 아동학대 전수조사, CCTV 의무화 방안 추진 등의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이를 두고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4차례 기획 기사를 통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헤치고, 행복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내 드림 어린이집에서 열린 새누리당 안심보육 현장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간식을 먹는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내 드림 어린이집에서 열린 새누리당 안심보육 현장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간식을 먹는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육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보수성향의 언론은 무상보육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무상보육 정책이 과도한 보육 수요를 불러 일으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렸고 결국 이같은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무상보육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무상복지 정책을 흔들기까지 하고 있다.

이는 이념 공세이자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무상보육 정책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사회적 합의가 마무리 됐기에 무상보육을 비판하는 것은 철지난 이념 공세라는 것이다. 오히려 낮은 비율의 국·공립 어린이집과 보육 교사의 열악한 처우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 재검토' 주장하는 보수언론

보수언론은 무상보육이 아동 학대로 이어졌다며 그 과정을 단순화하고 있다. 그들은 무상보육으로 '초과 보육 수요 발생 → 어린이집 우후죽순 설립 → 부실 보육 교사 양성'으로 이어져 끔직한 아동학대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무상보육 정책 때문에 전업주부가 집에서 키워야 할 영아들까지 어린이집에 보내 보육 수요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 어린이집 대량 양성으로 이어졌고, 부족한 교사들을 메우려다보니 부실 교사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19일 '아동학대 부른 무상보육 포퓰리즘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확대 일변도의 무상복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상보육 체제를 전면 재검토해 보육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세계 최저의 출산율 문제 해결 역시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동아> 사설 보기).

같은 날 <조선일보>는  '보육 정책이 초래한 학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무상보육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2012년 정부가 무상보육을 도입하면서 전업주부까지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겨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어린이집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가 도입한 '무상보육'이 사태를 악화 시켰다"고 강조했다(<조선> 칼럼 보기).

이어 "아동학대를 하든 송편 한 알을 간식으로 주든 꼬박꼬박 나랏돈이 나간다, 어린이집 무상 보육에 작년에만 나랏돈이 6조 원 넘게 들어갔다"며 "무상보육 도입 이후 어린이집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등 보수 성향의 경제지에서도 이같은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한국경제> 기사 보기, <매일경제> 기사 보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무상보육은 0~2세 보육료 지원과 3~5세 누리과정으로 나뉜다. 영유아 보육료의 경우 부모소득과 상관없이 만 12개월 미만인 아이에게는 39만4000원의 보육료를 지원한다. 누리과정은 보육료로 22만 원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무상보육 실시 이후, 어린이집 숫자는 2012년 4만2527곳에서 2013년에는 4만3770곳으로 1년 사이에 1243곳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상보육? 사회적 합의 끝났다... 철지난 이념 공세"

어린이집 아동학대으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18일 오후 인천 송도 주민들이 송도중앙공원에서 아동학대 추방 집회를 열고 있다.
▲ "아동학대 추방!" 어린이집 아동학대으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18일 오후 인천 송도 주민들이 송도중앙공원에서 아동학대 추방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보수언론의 주장에 대해 철지난 이념 공세이자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상보육 정책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사회적 합의가 마무리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상보육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는 철지난 이념 공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숫자를 늘리고 보육 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은 "아동학대 사건을 포퓰리즘의 부작용으로 바라보는 것은 철지난 이념적 공세"라며 "무상보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하면서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육은 사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이 사회가 미래 세대인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이냐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서비스질이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장점이 있다. 학급당 인원수, 급식 환경, 교육 과정 등의 기준을 채워야 하기에 운영 규정이 까다롭다. 특히 보육 교사 자격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부모들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턱없이 낮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사회통합 관점의 보육·교육 서비스 이용 형평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어린이집 총 정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불과했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10월까지 서울시내 어린이집 6769개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827개소로 전체의 12.2%에 불과했다.

열악한 보육 교사 처우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평균 근무 시간이 10시간에서 12시간으로 보육교사 한 명이 많게는 10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근무 도중에는 휴식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 보육 교사의 평균 근무 연수가 5년 안팎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관련 기사 : 12시간 근무하고 월 144만원 받는, 전 교사입니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상보육이 보육 수요가 늘어난 일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아동학대로 연결됐다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라며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처한 보육 교사의 상황을 개선하는 게 이번 사태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아동학대, #인천 송도 어린이집, #무상보육,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 교사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