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는 슈틸리케 감독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호주 브리즈번의 페리 파크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고심하는 슈틸리케 감독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의 페리 파크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중동의 복병들을 슬기롭게 제압한 한국 축구가 진짜 강호를 만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7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의 페리 파크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 조별예선 3차전 경기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할 예정이다.

지난 대회 준우승국이자 이번 대회 개최국, 그리고 조별예선 2경기에서 8골 1실점으로 질주하고 있는 호주는 분명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팀에게는 8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중요한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주력 선수 줄부상에도 일찌감치 8강 진출 확정

한국 축구는 언제나 월드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물론 지구 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축구대회가 월드컵인 것은 분명하기에 월드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국가 대항전 아시안컵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스페인과 독일이 유로대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코파 아메리카에 월드컵 못지 않은 열기를 보내는 것과는 매우 비교되는 행보다.

이렇게 아시안컵을 하대하니 좋은 성적이 나올 리 만무했다. 지나 1956년과 1960년, 1, 2회 대회 우승국이었던 한국은 지난 55년 동안 아직 한 번도 아시안컵 정상에 서지 못했다.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도 3번이나 된다.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처하는 한국에게는 감추고 싶은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최강의 팀을 구성하지 못했다. 원톱 자원인 이동국(전북현대)과 김신욱(울산 현대), 박주영(알 샤밥) 등이 부상 등의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시작부터 공격수 부재에 시달렸다.

여기에 대표팀의 오른쪽 기둥인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이 지난 10일 오만과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상대의 깊은 태클에 부상을 당하면서 대회를 조기 마감했고,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FSV마인츠05)은 몸살 증세에 시달리며 지난 13일 쿠웨이트전에서 결장했다.

이 와중에도 한국 대표팀이 중동의 복병 오만과 쿠웨이트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했다는 것은 대단히 다행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부담스런 호주전을 앞두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처량한 신세는 면했기 때문이다.

'55년 무관' 한국에게 전력 감추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렵게 승리를 챙겨나간 한국과는 달리 개최국 호주는 대회 개막 후 2경기에서 8골을 몰아 넣으며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약체 한 팀을 상대로 다득점을 한 것이 아니라 2경기에서 각각 4골씩 공평하게(?) 넣었을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의 무서운 기세는 한국에게도 분명 커다란 부담이다. 이미 8강행을 확정해 놓은 마당에 굳이 호주전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A조 2위가 됐을 경우 한국의 8강 상대는 마침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생각하는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의 목표가 8강 진출이 아닌 대회 우승인 이상 호주전에서 전력을 감추고 싸워 안정적으로 토너먼트에 입성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런 구상은 최근 6번의 대회에서 4번의 우승을 차지한 '아시안컵의 강호' 일본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지, 1988년 이후 무려 27년 간 결승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팀에겐 어울리지 않는 전략이다.

만약 한국이 결승에 진출해 호주를 다시 만난다 해도 이미 기세를 빼앗긴 호주에게 승리를 따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호주가 다소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조별 예선에서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센터백 김주영이 왼쪽 발목 염증으로 호주전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몸살에 시달렸던 손흥민과 구자철을 비롯해 경험 많은 곽태휘가 경기 출전이 가능할 만큼 회복됐다. 8강전(오는 22일)까지는 4일의 휴식일이 있는 만큼 경고 누적이나 퇴장, 부상을 조심하는 선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

한국은 오만과 쿠웨이트전에서 연달아 수중전을 치르며 체력적인 부담에 시달렸지만 호주전에서는 다행히 비 소식이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브리즈번에서 3연승으로 A조 1위를 확정 짓고 기분 좋게 토너먼트 무대를 밟게 되길 기대해 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시안컵 호주 울리 슈틸리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