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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당시 울산 북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역의 바탕인 노동운동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북구는 현대자동차와 여러 협력업체가 이 지역 주력산업으로,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 전임 윤종오 구청장은 시의회와 구의회, 지역노사민정협의회,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의 역사를 살리고 계승하기 위해 '울산노동역사관 1987'을 개관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북구의원들은 이 노동역사관에 대해 "민주노총이 수탁기관인데 민주노총에서 데모하면 우리가 예산을 지원해주는 게 불법 파업을 옹호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민주노총 일자리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서 예산을 삭감할 움직을 보여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역사 되짚는 '울산노동역사관 1987' 두고 새누리는 '폄훼'

지난 2월 27일 울산 북구 연암동 오토밸리복지센터 4층에 전국 최초로 마련된 '울산노동역사관1987' 개관식에서 당시 윤종오 북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 노사민정협의회, 민주노총, 지역주민 등이 개관식을 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북구의원들이 울산노동역사관을 폄화하며 노동역사 지우기를 시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울산 북구 연암동 오토밸리복지센터 4층에 전국 최초로 마련된 '울산노동역사관1987' 개관식에서 당시 윤종오 북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 노사민정협의회, 민주노총, 지역주민 등이 개관식을 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북구의원들이 울산노동역사관을 폄화하며 노동역사 지우기를 시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울산노동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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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는 윤종오(통합진보당) 구청장 시절인 지난 2월 27일 북구 연암동 오토밸리복지센터 4층에 전국 최초로 노동 중심의 역사관인 '울산노동역사관 1987'을 개관했다.

민주노총을 위탁기관으로 한 노동역사관은 울산이 대표적인 산업도시임에도 노동운동 관련한 역사 자료를 보존할 자료실 하나 변변히 없다는 점에 착안해 오토밸리센터 4층 복도의 여유공간을 활용해 1980년대 전후의 노동역사, 노동운동 관련 포스터, 대자보, 벽화 등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노동 역사관은 이처럼 단순한 자료실 기능뿐 아니라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노동역사자료 수집, 열람사업, 역사기행 및 역사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윤 구청장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에는 땀흘려 일해 온 노동자들의 역할이 컸다"라며 "울산노동역사관 1987이 노동의 신성함을 되짚어보게 하고 노동의 역사를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의미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북구에서 구청장과 구의회 과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첫 행정사무 감사에서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예산 심사에서 예산을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노동역사관1987'에 전시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사진. 지난 1987년 6·10 항쟁에 항복한 노태우가 6·29선언을 한 후 그해 여름 울산의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등을 외치며 소위 '노동자 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당시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는 '머리를 기르게 해달라'는 거였다.
 '울산노동역사관1987'에 전시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사진. 지난 1987년 6·10 항쟁에 항복한 노태우가 6·29선언을 한 후 그해 여름 울산의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등을 외치며 소위 '노동자 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당시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는 '머리를 기르게 해달라'는 거였다.
ⓒ 울산노동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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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25일 열린 울산 북구의회의 북구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상육 의원은 "울산노동역사관이 북구청에 있어야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묻고 "수탁기관이 민주노총 지역본부로 되어 있는데, 솔직한 이야기로 민주노총에서 데모하면 우리가 예산을 지원해주는 게 불법 파업이나 이런 것을 옹호하는 기관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역사관은 있을 필요성도 없고, 북구 예산 6000만 원을 지원한다는 건 민주노총에 두 사람씩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 아주 부당하다"라면서 "전임 윤종오 구청장이 노동계 쪽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 우리나라 어느 지자체에 가더라도 통상적인 기초단체장 같았으면 허용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수선 북구의회 의장도 "5대 의회 때 노동역사관 설립 부당성에 대해 누차 강조했지만, 뜻이 관철되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같은 당 백현조 의원은 "노동역사관을 특정한 노동자를 대변하는 기념관이 아니라 노사를 같이 아우르는 기념관으로 해야 한다, 한 측의 노동자만 대변하는 기념관은 한쪽만 홍보하는 인상이 있다"라고 평했다.

북구의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천동 구청장은 일단 내년 예산은 올해와 같이 편성했지만, 곧 있을 북구의회의 계수조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안승찬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누구 덕분에 세비를 받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나, 그동안 숱한 고난을 겪은 노동자들의 땀의 대가 아닌가"라면서 "신성한 노동의 역사를 계승 발전 시키려는 것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의문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이 계수 조정에서 예산을 삭감할 움직임이 있는데, 반드시 이를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노동역사관, #울산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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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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