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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전남대 어린이집의 원아들이 일과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전남대 어린이집의 원아들이 일과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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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원 후 줄곧 전남대 어린이집에서 일한 교사들이 졸지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증축을 계획하면서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아이들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교사들도 직장을 잃게될 처지에 놓였다(관련기사 : "어린이집 증축 전남대... 아이들 쫓겨나게 생겼다").

전남대가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채 증축공사를 위한 어린이집 휴원을 밀어붙이면 교사들은 어린이집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교사들은 "공사 기간 동안, 그리고 공사 이후에 어떻게 고용을 이어갈 것인지 전남대는 한 마디 말도 없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 광주 북구 전남대 인근의 카페에서 전남대 어린이집 교사 5명을 만났다. 현재 전남대 어린이집의 교사는 총 6명으로 출산 휴가 중인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인터뷰 자리에 참석했다. 전남대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진 후 교사가 직접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터뷰를 한 교사 5명 중 2명은 2008년 개원 때부터, 나머지 3명은 2010년부터 전남대 어린이집에서 일을 해왔다. 만 4년부터 6년까지 꾸준히 한 직장에서 일했다.

교사 처우 문제, 1년째 지속

2008년 개원 후 줄곧 전남대 어린이집에서 일한 교사들이 졸지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증축을 계획하면서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아이들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교사들도 직장을 잃게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진은 전남대 어린이집의 한 학급의 모습.
 2008년 개원 후 줄곧 전남대 어린이집에서 일한 교사들이 졸지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증축을 계획하면서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아이들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교사들도 직장을 잃게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진은 전남대 어린이집의 한 학급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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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문제는 전남대가 어린이집 증축공사를 처음 계획한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13년, 전 어린이집 원장의 횡령 사건이 불거져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교사들에게 전남대는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증축공사를 밀어붙여 '고용 불안'이라는 짐을 얹었다.

당시 '증축공사를 위한 대체공간 마련'을 두고 빚어진 전남대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12월 '공사 1년 유예'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교사들은 자체적으로 임금을 삭감해야 했다. 공사 유예 결정이 나기 전, 어린이집 휴원을 전망한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원 99명을 꽉 채우고 있던 원아는 77명만 남게 됐다. 전남대가 대체공간을 마련해 증축공사를 진행하려고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아무런 변화 없이 전남대가 증축공사를 밀어붙이면서 교사들은 오도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2010년부터 일한 교사 A씨는 "내가 믿고 일하던 어린이집으로부터 그 동안 몇 번이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모른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재정이 부족해 임금을 동결하던 전 어린이집 원장이 1억4000만 원을 횡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배신감을 느꼈죠. 증축공사 문제도 그래요. 대체공간 없이 증축공사를 시작하면 우리는 일을 할 수 없잖아요. 공사가 끝난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 말도 없고요. 지금 논란을 일으키면서 원아들 다 빠져나가고…. 공사 후에 현재 교사 6명을 그대로 재고용하려고 할까요? 그때 또 재정 탓하며 나몰라라 하겠죠."

공사가 마무리된 후 재고용되더라도 걱정이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는 2008년 개원 이후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다가 2010년부터 위탁을 맡기기 시작하는데, 교사들은 2010년 이전에 쌓였던 호봉을 인정받지 못했다.

'위탁 방식으로의 변경 후 이전 호봉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을 겪었던 교사 B씨(2008년부터 근무)는 "만약 공사 이후 전남대가 교사들을 재고용하더라도 어떤 방식을 취할지 걱정"이라면서 "7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면 뭐하나, 다시 1년 차 대우를 받게될 위기에 놓였는데…"라고 한탄했다.

"아이들 보며 힘 내지만..."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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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는 내년 3월부터 어린이집 증축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기간은 5개월로 잡고 있다. 하지만 증축공사 동안 아이들이 머물, 그리고 교사들이 일할 대체공간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스스로 작성한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 "대체공간 마련을 위한 공사비"를 명시했지만 현재는 "(대체공간 마련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구체적으로 검토를 해보니 학내 새로운 공간 마련은 힘들다고 결론내렸다"라고 밝혔다.

전남대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건이 되는 어린이집에 아이들과 교사들을 다같이 옮기는 방안을 학부모들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남대는 현재 고용돼 있는 교사 6명을 모두 안고 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전남대 관계자는 "학부모 의견을 수용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원아가 큰 폭으로 줄었고, 공사가 끝나면 줄 것이기 때문에 (교사 고용을 이어가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교사 C씨(2010년부터 근무)는 "전남대 어린이집이 첫 직장인데 만약 해고가 돼 갑자기 경력이 단절된다고 생각하니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매우 힘들다"라면서 "4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제 좀 익숙해지고 아이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내줄 수 있게 됐는데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아이들이 걱정된다"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2010년부터 전남대 어린이집에서 일한 D씨는 "몇몇 아이들의 경우 3~4년째 가르치며 많은 정이 들었다"라며 "만약 대체공간 없이 아이들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 간다면 새 선생님, 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일했던 교사 E씨도 "학부모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작년부터 임금이 깎이고 고용 불안이 지속되면서 의욕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내지만 출근할 때마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라고 생각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그:#전남대, #어린이집, #교사, #해고, #증축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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