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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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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빨리 데리러 와야해, 응?"
"알았어, 최대한 빨리 올게."

10일 오전 10시, 전남대 대학원생인 ㄱ씨는 어린이집 앞에서 보채는 6살 딸과 입을 맞췄다. '○○반'이라고 적힌 교실 안으로 들어간 딸은 이내 교실문을 열고 나와 "엄마, 정확히 언제 올거야"라고 재차 물었다.

ㄱ씨는 "엄마가 이따가 연락할게"라고 말한 뒤, 뒤따라 온 어린이집 교사에게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머쓱한 인사를 건넸다.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을 확인한 ㄱ씨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1월이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요."

대체공간 마련, 학부모 몫?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전남대 어린이집의 원아들이 일과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전남대 어린이집의 원아들이 일과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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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전남대 측이 "검토 끝에 학내 대체공간 마련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버티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전남대가 일방적으로 증축 계획을 세운 뒤 원아들을 쫓아내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 13일,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전남대 어린이집 및 생활대 증축공사' 소식을 들은 ㄱ씨는 "공사 기간 동안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수 없으니 (어린이집을) 옮겨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전남대는 교육부 지원 28억 원, 교비 3억 원을 더해 단층인 어린이집 건물을 3층으로 증축해 2층을 어린이집, 3층을 생활과학대 시설로 사용하려고 했다.

ㄱ씨를 포함한 학부모들은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선 안 된다"고 강력히 반발했고, 당시 전남대 측은 "공사를 1년 미룬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사태는 그대로 멈춰있다. 전남대 측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예기간 1년 동안 학부모들이 대책을 세워 어린이집을 옮겼어야 했다"라며 어린이집을 둘러싼 갈등 상황을 학부모 탓으로 돌렸다. 

반면 학부모들은 "멀쩡히 다니던 어린이집을 증축하겠다는 것은 전남대의 계획이니 공사 기간 중 원아들의 교육 문제 역시 전남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예정대로면 공사는 내년 3월 시작돼, 약 5개월 동안 진행된다. 1년 이내의 어린이집 휴원을 위해선 운영 중단 2개월 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전남대 어린이집의 경우 내년 3월 공사를 위해선 내년 1월에 휴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원아 한 명이라도 어린이집에 다니면 휴원 신고를 할 수 없다.

설계용역 지시서에 '대체공간 공사비' 있는데...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전남대 어린이집 입구.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전남대 어린이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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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전남대가 작성한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 대체공간 마련을 위한 공사비가 명시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전남대 어린이집 및 생활대 증축공사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어린이집 및 생활대 증축) 추정공사비는 30억1100만 원"이며 "(이 비용은) 기존 사용자 임시거주를 위한 대체공간 공사비를 포함한 전체공사비"라고 적혀 있다.

과업지시서는 교육부로부터 증축공사를 승인받은 뒤, 전남대가 공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서다. 학부모들은 "(과업지시서 내용처럼 대체공간) 예산이 잡힌 만큼 전남대는 대체공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대 측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총 공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 과업지시서를 만들기 때문에 대체공간 내용을 포함한 것"이라며 "(대체공간 마련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구체적으로 검토를 해보니 학내 새로운 공간 마련은 힘들다고 결론내렸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린이집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며 "(규정에 적합한) 학내 대체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을 들여 대체공간을 짓더라도 이후 활용가치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전남대가 대체공간 관련 예산 및 공간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옮기고, 또 옮기고? 아이들 정서에 큰 문제"

학부모들이 '대체공간 마련'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린이집을 옮길 시에 아이들이 맞닥뜨려야 할 '적응 문제' 때문이다. 전남대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공사 기간 5개월 동안 어린이집을 옮겼다가 공사가 마무리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건데, 학부모들은 "이렇게 되면 아이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이를 5년째 전남대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ㄴ씨는 1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어린 나이에 자신이 속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미 형성된 다른 관계에 적응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새 선생님을 만나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게 어린 아이들에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년째 전남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ㄷ씨는 "아이도, 부모인 나도 그동안 전남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적응했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공사 기간 동안 잠깐 어린이집을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전남대의 생각은 아이들에게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0일 오후, 학부모들과 전남대 측은 면담을 갖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학내 대체공간 마련이 어렵다면 학교 외부의 적당한 곳에 임시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전남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광주 북구 아파트단지 인근의 3층 건물을 대체공간으로 제안했다. 이 건물은 유치원 용도로 지어졌으나 아직 입주 유치원이 없는 상황이다. 전남대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어린이집은 2008년 광주은행의 후원으로 전남대 생활과학대 인근에 지어졌다. 원아 정원은 99명이며 현재 보육실 7개, 관찰실 2개, 학부모 대기실 등 대지 3880㎡, 연면적 952㎡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영유아교육법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0월 1일 현재, 전남대에는 약 2500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여수캠퍼스 제외).


태그:#전남대, #어린이집, #증축,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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