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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일베'(일간베스트) 카페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 농성장이 불법시설물이라며 농성장에 난입해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경찰 제지선을 뚫은 몇명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서명대까지 들이닥쳐 스피커를 넘어뜨리는 등 기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 보수단체, 광화문 세월호농성장 습격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일베'(일간베스트) 카페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 농성장이 불법시설물이라며 농성장에 난입해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경찰 제지선을 뚫은 몇명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서명대까지 들이닥쳐 스피커를 넘어뜨리는 등 기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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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서명대에 접근한 보수단체 회원들 경찰이 제압하고 있다.
▲ 세월호 농성장 습격, 경찰 제압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서명대에 접근한 보수단체 회원들 경찰이 제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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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 명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고성을 지르며 소동을 일으켰다.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켰기에 광화문광장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미흡하기 때문에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끝까지 농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기 위해 대국민 운동을 펼치기 위한 거점으로 농성장을 지키려 하고 있다. 서울시는 농성을 유지하겠다는 유가족의 입장을 존중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지막 거점, 광화문광장 농성장

세월호 진상규명 농성장에 난입했던 한 보수단체 회원이 항의하는 시민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세월호농성장 습격' 세월호 진상규명 농성장에 난입했던 한 보수단체 회원이 항의하는 시민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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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농성장은 분주했다. 광장 청소부가 바닥을 쓸었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아래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라는 노래가 흘렀다. 그룹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다. 농성장은 평일에는 시민 30~40여 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100여 명이 지키고 있다.

농성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최후의 보루다. 안산에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진도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있지만 서울에는 광화문광장 농성장만 남았다. 지난 7월 1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내걸고 단식농성 천막을 친 이후로 121일 흘렀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아래 가족대책위)는 지난 5일에는 청와대 앞 농성장을 철수했다. 그리고 지난 8일 국회 사무처는 세월호 국회 농성장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농성장은 끝이 뾰족한 몽골 텐트 14동이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순신 동상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상황실과 구급대원 대기실, 시민 천막, '4·16약속지킴이 사랑방'이, 오른편에는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인 천막 세 동과 시민 천막 등이 세워져 있다.

마당 한가운데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다. 잔디 좌우로 세월호 희생자 사진과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쓴 시민들의 편지가 철제 전시판에 붙어 있다. 농성장 입구에는 홍보용 배너 거치대에는 다음 내용이 적혀 있다.

"세월호에서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 중 가장 어린 7살 권혁규 어린이. 이 어린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11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 9명 실종자들 중 가장 어린 권혁규군을 기억하자는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권혁규군의 아버지 권재근씨도 현재 실종된 상태이다.
 11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 9명 실종자들 중 가장 어린 권혁규군을 기억하자는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권혁규군의 아버지 권재근씨도 현재 실종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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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참변을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이날 정부는 9명 남은 세월호참사 실종자 수색 중단을 선언했고,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에게는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또한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일베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광화문농성장을 철거하겠다며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11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참변을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이날 정부는 9명 남은 세월호참사 실종자 수색 중단을 선언했고,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에게는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또한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일베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광화문농성장을 철거하겠다며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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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통과로 명분 잃어? "끝까지 지켜보겠다"

정중앙에 위치한 두 동의 천막은 세월호 유가족인 '민우 아빠' 이종철(47)씨와 '영석 아빠' 오병환(42)씨의 거처다. 천막 외부에는 검은 글씨로 쓴 '어서 돌아오세요'라는 문장과 함께 실종자 9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또 단원고 희생자와 실종자 250명의 사진을 새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두 사람은 100일 넘게 이곳에 머물며 농성장 주인 역할을 해왔다.

두 사람은 농성장 유지의 명분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7일 국회가 통과시킨 세월호 특별법이 미흡하기에,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는지, 광화문에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또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게 끊임없이 알리겠다고 밝혔다. 보수단체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농성을 할 이유가 없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4·16약속지킴이와 국민간담회, <광화문TV> 등이다. 약속지킴이는 일상 속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캠페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세월호 참사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또 시험방송 중인 <광화문TV>를 통해 농성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종철씨는 농성은 세월호 유가족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이 매일 얘기하잖아요. 저희만의 일이 아니라고요. 또 누군가의 일이 될 수 있잖아요. 진상조사가 제대로 될 때까지 지키고 있어야죠."

이씨는 "국민들이 잊으면 또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며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농성장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이같은 방침에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유가족들이 농성장 유지를 원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유가족들의 입장을 존중해 최소한의 편의를 위한 의료, 소방 등의 지원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보수단체 소란으로 농성장에 긴장감 흐르지만

11일 오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1일 오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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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0여일간 지속되었던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광화문광장 농성장 천막에 실종자 9명(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권재근, 권혁규,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고창석)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이름이 적혀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0여일간 지속되었던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광화문광장 농성장 천막에 실종자 9명(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권재근, 권혁규,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고창석)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이름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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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한겨레청년단,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난민인권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 명 소란으로 농성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회원들은 먼저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농성장 철거를 요구했다. 경찰에게 막히자 일부 회원들은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 내 책상을 치고 의자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빨갱이들 당장 나가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후 농성장 길 건너편인 일민미술관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경찰들은 박원순 편이냐", "나라 망치는 농성장 철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회원들이 농성장 입구까지 들어와 "너희들 당장 나가",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라며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했다.

보수단체들의 철거 요구에도 유가족들은 기한없는 농성을 계획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변함없이 농성장을 지킬 예정이다.

오병환씨는 "여당이나 정부가 무슨 꼼수를 부릴지 모른다"며 "유가족이나 시민들이 광화문을 거점으로 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집회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씨는 '추운 겨울, 지내기 불편할 것 같다'는 질문에 "얼어죽어도 농성 해야 한다"며 "겨울이든 뭐든 진상조사 제대로 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을 지켜보던 이종철씨는 "이렇게 시끄럽게라도 해야 국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겠죠"라며 웃었다.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씨는 대답했다.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 내 새끼 잃은 부모들은 두려울 게 없어요."

농성장 천막은 누구 것?
서울시는 유가족들의 농성 유지 입장을 존중하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14일에 유가족들의 천막 1동 외에 13동의 천막을 지원하고 있다. 시는 천막 1동에 대해서는 허가 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로 변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배려로 가능한 일이었다. 박 시장은 농성 4일차에 농성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 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시는 유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의료진과 구급대원을 24시간 대기시키고 시청 직원과 유가족의 핫라인(긴급전화) 개설했다. 또 필요한 천막 설치를 도왔다.

서울시 역사도심관리과 관계자는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이 하루에 5960원씩 부과되고 있다"며 "11일 현재까지 약 72만 원이 책정돼 있으며 농성 상황이 종료되는 시점에 유가족들에게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세월호 참사,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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