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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진씨 "슬픔은 제 몫... 너무 슬퍼하지 말되, 잊지 말아달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인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13일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길 위에서 희망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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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 도보순례 당시 만났던 이호진씨(관련기사 : "여당 의원들도 자식이 있다면, 부모 고통 생각해 특별법 제정")와 13일 연단에 오른 이호진씨는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스스로도 "걷기 전과 걷고난 후(의 심경에),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 중간중간 웃음을 자주 내보이기도 했다.

한 청중은 "무겁고 슬픈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씨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도보순례를 무사히 마친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라고 이씨를 향해 말했다. 다른 청중도 "우리가 (이씨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고 간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아들(단원고 고 이승현군)을 잃은 이씨는 이날 '길 위에서 희망을 묻다'를 주제로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한 강연을 통해 "너무 슬퍼하지 말되, 꼭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슬픔과 불행은 제 몫입니다.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손가락질 하지도 말아주세요. (대신) 꼭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304명의 (세월호 승객) 분들이 왜 별이 됐는지 기억해주세요. 다른 것은 원하지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꼭 기억해주셔야 다음에 이런 사고가 났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도보순례 전, 살아 움직이는 것 모두 원망"

이호진씨가 이지난 8월 4일 광주 남구 인성고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호진씨가 이지난 8월 4일 광주 남구 인성고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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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아래 시민상주모임, 관련기사 : "월드컵·올림픽 지나도... 세월호 3년상 치릅니다")과 전남대 총학생회의 초청으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3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씨는 "지금 유가족들이 희생자 304명을 따라 하늘나라로 간다고 해도 정부와 정치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불러주는 데마다 가서 강연을 하는 이유는 세월호 희생자를 잊는 순간 제 2, 3의 세월호 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날 강연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김학일(단원고 고 김웅기군 아버지)씨와 함께 진도-안산-서울 등을 오간 도보순례길 약 900km을 떠올리며 "(도보순례를 하기) 전에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봤고, 심지어 살아 움직이는 것까지 원망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도보순례 동안 만나고, 도움을 준 약 3000명의 인연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며 "예고 없는 참사를 겪었지만 (도보순례와 도움을 준 사람들 덕분에) 빨리 일어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도보순례 출발부터 함께 한 <한겨레21>을 거론하며 "희망은 대안언론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은주 <한겨레21> 사회팀장은 이날 이씨와 함께 연단에 올라 질의응답 시간을 이끌었다.

이씨는 "우리의 행동이 정반대로 세상에 알려지고, 이를 믿고 세월호 가족들을 험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것은 앞에서 움직이며 오보와 조작을 일삼는 일부 언론 때문"이라며 여러분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안언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식 셋 중 가장 날 닮은 승현이... 죽음 인정 못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인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13일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길 위에서 희망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은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과 전남대 총학생회의 주최로 열렸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인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13일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길 위에서 희망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은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과 전남대 총학생회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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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에선, 최근 일반인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의 영정을 옮기는 등 유가족 사이의 갈등 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씨는 "언론에서 마치 내분이 일고 있는 쪽으로 몰아가는데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사이가 벌어져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의견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진상규명을 바라는 최종 목적은 일반인 유가족이나 단원고 유가족이나 모두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폭행사건으로 유가족들이 지치고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는 등 오히려 결속력이 더 강해졌다고 본다"며 "유가족 내부 분위기는 좋아지는 방향으로, 전화위복이 됐다"고 덧붙였다.

"주변의 도움 덕분에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중이기 때문에 이젠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는 이씨는 강연 중 아들 승현군을 떠올리며 딱 한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데, 승현이와 제가… 같이 마주하며 담배를 한 번 피워봤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승현이는 운동을 참 좋아했어요. 수의 대신 운동복을 입혔고, 발에는 축구화를 신게 했어요. 축구공도 하나 넣었고요. 자식 셋 중에서 거의 100% 저를 닮은 놈이 승현이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승현이를 화장한 유골함이 아직 있습니다. 아직 저는 승현이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한편 시민상주모임은 다음달 10일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을 초청해 릴레이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7일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가 '세월호의 진실과 남은 사람들의 숙제'를 주제로 첫 강연을 한 바 있다.

지난 7월 8일 아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십자가를 지고 걷기 시작해 27일 팽목항에 들른 김학일씨와 이호진씨가 다시 발길을 돌려 8월 4일 광주로 도착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 아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십자가를 지고 걷기 시작해 27일 팽목항에 들른 김학일씨와 이호진씨가 다시 발길을 돌려 8월 4일 광주로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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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이승현, #이호진, #단원고, #시민상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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