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연장 끝에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서건창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2014.10.8

지난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연장 끝에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서건창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느덧 시즌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2014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에서 화제의 중심은 단연 넥센 히어로즈다. 이미 구단 창단 이래 최초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은 넥센은, 빨리 페넌트 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으려는 선두 삼성을 번번이 훼방놓으며 막판까지 끈질기게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 타이틀과 신기록 경쟁을 둘러싼 '집안싸움'까지 맞물리며 넥센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개인타이틀 경쟁은 그야말로 '넥센 천하'다. 넥센은 올시즌 현재 다승-탈삼진(이상 밴 헤켄), 세이브(손승락), 홀드(한현희), 타율-득점-최다안타(이상 서건창), 홈런(박병호), 장타율(강정호) 등 투타 주요 9개 부문에서 선두를 싹쓸이하고 있다.

올시즌 MVP 경쟁도 사실상 넥센의 집안싸움으로 압축된 분위기다. 서건창-박병호-밴 헤켄-강정호까지 굵직한 후보만 4명이다. 현재 넥센 선수들을 제외하면 MVP 경쟁에 이름을 올릴 만한 다른 후보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넥센 선수들은 올시즌 뛰어난 개인성적에 기록의 희소성과 사연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역대급 MVP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넥센, 투타 주요 9개 부문 선두... MVP 경쟁도 집안싸움?

넥센 히어로즈 톱타자 서건창은 최근 프로야구 타격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13일 광주 KIA 전에서 선발 출장한 서건창은 2회초 2사 2루 찬스서 KIA 선발투수 김병현을 상대로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96안타를 기록 중이던 서건창은 이 안타로 197안타를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이에 앞서 1회 첫 타석에서는 역대 최초로 한 시즌 130 득점 고지도 밟았다.

서건창 이전에 최다안타와 득점 기록은 각각 해태 이종범(94년, 196개)과 삼성 이승엽(99년, 128득점)이 보유하고 있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들이다. 프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 3년차에 불과한 서건창이 한국 프로야구사의 전설들을 뛰어넘는 새 역사를 두 개나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서건창은 이미 타율, 안타, 득점 등에서 2위와 격차가 커서 3관왕을 예약해 놓은 상황이다. 다음 시즌부터 10개 구단이 돼 팀 당 144경기를 치르지만 올시즌 서건창이 세운 기록은 당분간 앞으로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해도 128경기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시즌에 만들어낸 기록인 만큼 서건창의 업적은 더욱 빛난다.

서건창의 대기록이 더욱 빛나는 것은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드라마틱한 사연 때문이다. 2008년 LG 트윈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한 서건창은 그해 1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긴 채 1년 만에 방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서건창은 현역 군 복무를 마친 뒤 2011년 넥센에서 다시 신고선수로 프로 무대에 복귀하며 뒤늦게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승엽이나 이종범같이 어린 시절부터 빛을 발한 천재형 선수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서건창은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 안타 3개만 추가하면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단일시즌 200안타라는 전대미문의 주인공이 될수 있다. 200안타는 한국보다 경기수가 훨씬 많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흔하게 보기 힘든 기록이다. 여기에 타격 3관왕까지 더해진다면 서건창은 올시즌 MVP 1순위에 이름을 올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역대급 활약에도 불구하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었던 아쉬움을 떨치고도 남을 만하다.

새 역사 쓰는 넥센 서건창과 50홈런에 도전하는 박병호

서건창의 강력한 대항마는 50홈런에 도전하는 팀동료 박병호다. 박병호는 현재 4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2003년 이승엽-심정수 이후 11년 만의 50홈런 고지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기간을 전후해 홈런포가 다소 주춤했던 박병호는 지난 11일 문학 SK전에서 9경기만에 홈런포 1개를 추가하며 50홈런에 1개 차로 다가섰으나 13일 KIA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초반 한때 이승엽(56개)을 뛰어넘는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도 넘볼 만한 페이스였으나 7~8월에 다소 주춤한 게 아쉽다. 하지만 50홈런만 해도 국내에서 그동안 세 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박병호는 이미 최소한 3년 연속 홈런왕과 100타점 돌파를 확정한 상황. 타점에서도 116타점로 1위 에릭 테임즈(NC, 120타점)를 불과 4개 차이로 추격 중이라 막판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2012-13시즌 연속 MVP를 수상한 바 있는 박병호는 올시즌마저 타이틀을 차지할 경우, 이승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MVP 3연패의 주인공이 된다.

서건창-박병호에 비하면 MVP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느낌이지만 '유격수 부문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강정호와 '선발 20승'에 도전하는 밴 헤켄 역시 예년같으면 MVP로 손색없을 만한 성적표다.

강정호는 지난 1997년 이종범이 세웠던 유격수 최다 홈런(30개)을 넘어 38홈런(2위)을 기록 중이다. 시즌 후반 부상과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다소 주춤하기 전까지 팀동료 박병호와 홈런-타점 부문 선두를 놓고 경쟁하며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정호는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 포지션의 고정관념을 비웃듯, 타율(0.354) 5위, 타점(110점) 3위, 출루율(0.457) 2위 등에 올라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을 마치고 구단 동의 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강정호는 이미 미국 언론에서도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넥센 선발투수 밴 헤켄이 역투하고 있다. 2014.6.24

지난 6월 24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넥센 선발투수 밴 헤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밴 헤켄의 20승 여부는 마지막 등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19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중인 밴 헤켄은 지난 8일 삼성전에서 6.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불펜의 난조로 20승을 목전에서 놓친 바 있다. 넥센은 14일과 15일 사직 롯데전을 벌인 뒤 17일 목동구장에서 SK와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밴 헤켄은 14일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밴 헤켄은 올시즌 롯데전에서 4경기에 등판하여 2승을 거뒀으나 자책점은 6.43으로 8개구단을 통틀어 가장 좋지않았고 피안타율도 .314나 된다는 게 변수다.

밴 헤켄이 20승 고지를 밟는다면 2007년 리오스(당시 두산·22승) 이후 7년 만에 '20승 투수'가 탄생한다. 좌완으로는 1995년 이상훈(당시 LG·20승) 이후 무려 19년 만이 된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극심한 타고투저로 투수들이 고전했던 시즌인 만큼, 밴 헤켄의 기록은 더욱 빛날 전망이다. 밴 헤켄은 탈삼진 부문에서도 삼성 밴덴헐크(168개)에 불과 1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선두를 지키고 있어서 최종전에서 2관왕 수성이 가능할지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도 손승락과 한현희는 지난해에 이어 각각 세이브와 홀드 부문 2연패에 도전한다. 손승락은 31세이브로 구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그룹인 임창용(삼성)-봉중근(LG. 이상 30개)과는 불과 1개 차이다. 홀드 부문은 한현희(29개)가 안지만(삼성, 27개)에 2개 차이로 앞서 있어서 유리한 상황이다. 이미 개인기록에 관한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역대 최고 시즌을 보낸 넥센의 도전이 최종전에서 어떤 해피 엔딩을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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