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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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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꿈을 꿔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 청와대에서 걸어 나오셔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의 유가족들을 껴안고 '고생 많았다,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성묘하러 가시라'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진짜 꿈에 그쳤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시 강조했다. 그는 "유족들이 단식 농성까지 하면서 바라는 게 대통령 결단 아니냐"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앞서 유가족의 요구에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결단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장은 24일 방송된 <오마이뉴스> 데일리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세월호 정국을 비롯해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개장, 120다산콜센터 직원 직접 고용 등 서울 시정에 대해 인터뷰했다.

지난 22일 방송을 시작한 <장윤선의 팟짱>은 '아줌마 기자의 정보가 있는 시사토크쇼'라는 콘셉트로 '전혀 다른 뉴스'와 '색깔 있는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장윤선의 팟짱>의 세 번째 출연자인 박원순 시장은 미국 방문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난 17일 오후 9시를 넘겨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박 시장은 이날 재능기부 관련 특강을 마친 직후라 피곤해 보였지만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때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인터뷰는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박 시장의 거침없는 대답에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답답한 새정치... 지지율 바닥 갔으니 올라가지 않겠나"

박 시장은 자신이 속한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을 향해 고언을 던졌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박 시장은 "답답하다"라고 말문을 열었지만, "바닥까지 갔으니 올라갈 일이 남지 않았겠느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지난 추석 연휴에 광화문 광장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 먹었던 일간베스트(아래 일베) 회원들을 야만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인식에 달려 있다"면서 "(일베 회원들의) 야만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또 "내 입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폭식에 대해) 국민들도 그렇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시장은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교훈으로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세월호 정국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제 할 일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세월호 사고 이후 벌어진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 등의 문제를 잘 처리하는 게 내 소임"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개장 승인에 대해서는 "지난 6월, 롯데 측의 임시 사용 승인을 반려했고 7월에는 교통과 안전 대책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면서 "수많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이제는 임시 사용 승인 문제가 정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라며 "재난은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 늘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의 트라우마, 시민 불안 충분히 이해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1일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제36대 서울시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1일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제36대 서울시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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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개장 문제와 관련해 말들이 많습니다. 어제(9월 16일)까지 프리 오픈 기간이었고요. 서울시가 이달 말까지 임시 개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시장님은 프리 오픈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민 안전을 가장 깊이 고민하는 사람은 저 아니겠습니까. 왜냐하면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지요. 시민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지, 어떻게 시민들을 설득할지, 이런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지난 6월, 롯데 측의 임시 사용 승인을 반려했고 7월에는 교통과 안전 대책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 회의를 거쳐서 이제는 임시 사용 승인 문제가 정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잖아요. 홍콩 산사태 방재청에서 배웠습니다. 결론은 재난은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 늘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벽하다는 것은 오만이 될 수 있어요. 지식, 힘, 권한 등 모든 능력을 동원했을 때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죠."

-제2롯데월드 지하의 아쿠아리움과 석촌 변전소도 시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세월호 사고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하는데요. 전대미문의 사고를 겪고난 뒤 국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시민들을 충분히 이해해요.

우리 사회가 성장을 위해서 속도전을 해온 결과잖아요. '안전하게 해라', '제대로 해라'는 말보다 '빨리빨리'였잖아요. 그래서 세월호 사고 이전의 시대와 그 이후의 시대가 나뉘어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노력과는 별도로, 시민들의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시민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2롯데월드 현장에 다녀온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위험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엄마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잠실 근처는 가지 말자고, 잠실 땅은 사지 말자는 말이 돌고 있어요. 일종의 불안의 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잠실에 땅을 사야 해요.(웃음)"

-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 것 같아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셨지만, 정치권을 보면 정말 달라지려고 하는 태도인가라는 의문이 들어요. 
"맞습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한 뒤, 경각심을 갖고 있는지 늘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지하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 도곡역 화재 사건이 있었고,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도 있었잖아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이 사고들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 광화문 광장 사용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마련된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피켓을 보고 있다.
▲ 유가족 '시장님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마련된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피켓을 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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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별법 처리 요구로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문정현·문규현 신부님을 만났는데, '시장 하나는 잘 뽑았다'고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안전하게 농성을 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고마워하셨습니다.
"광장은 누구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칙을 지켜야 하고요. 물론 점용료도 내야죠. 그것만 지킨다면 축제를 벌이든, 조용히 책을 읽든, 정치적 목소리를 내든,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물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쫓아낼 수는 없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생각입니다."

-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장님은, 인권 변호사로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교훈은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안 됐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것이거든요. 제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제 위치에서 제 할 일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월호 만큼은 아니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있었잖아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대하면서 내린 가장 큰 결단입니다."

- 세월호 사고를 끔찍하게 접근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폭식을 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정신적 수준도 세월호 사고의 여러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인식에 달려 있어요. (일베 회원들의) 야만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입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폭식에 대해) 국민들도 그렇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세월호 참사 이후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질문이 바뀌어서 '이것이 야당이냐'는 이런 비판을 하는데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저도 답답하죠.(웃음) 뭐 지지율이 바닥까지 갔으니까 올라갈 일이 남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겠죠. 그렇게 믿고요. 제가 용을 써봐야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죠. 여의도 정치는 여의도에 계신 분들이 하셔야 한다고 보고요.

제가 당 지도부에게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혁신은 시민 삶속에서 시민의 손을 잡고, 시민에게 귀를 열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일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너무 바쁘신 것 같아요.(웃음) 서울시 권한을 잘 활용해서 서울을 바꿔 내야한다고 한 것처럼, 국회와 정당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있잖아요. 새정치연합이 작은 일들을 계속하면 국민들이 환호하고 감동받고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대통령 권한이 아니다' '국회가 민생 법안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할 사람은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국면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보고 자꾸 주제 넘는 얘기를 하도록 하시네요.(웃음) 광화문 광장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유족들이 단식 농성까지 하면서 바라는 게 박 대통령의 결단, 아닙니까. 저는 이런 꿈을 꿔봤습니다.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 시작되는 날, 청와대에서 걸어 나오셔서 주민센터의 유가족들을 껴안고 '고생 많았다,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성묘하러 가시라'고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하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꿈에 그쳤습니다."

"정의롭게, 형평에 맞게 하려고 온갖 노력 다해"

-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답게 대우받고 싶다'는 말도 국민들 사이에 많이 나옵니다. 경제 논리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헌법은 국민이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법률과 제도, 행정은 국민의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죠. 시장이 되면서 공공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됐는데요. 정부가 잘 못해서 사교육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빈곤을 세습하게 됐어요.

또 외국에는 강변에 공원, 박물관 등 공공건물이 있는데, 한강변에는 부자 아파트가 들어 서 있거든요.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은 한강 볼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죠. 한강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그래요. 이런 걸 시정해주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죠. 그래서 정의롭게, 형평에 맞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

- 정치 철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공성의 철학이 없었던 정치 지도자들이 오늘날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렇죠.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법령, 제도, 행정이잖아요. 이것들이 시민의 삶에 근본 환경을 만들잖아요.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 저는 시민운동을 했고, 시장이 되고서 바로 잡을수 있는 기회를 가졌죠. 서울시 한 해 23조 원의 예산과 4만6000명의 직원들이 세상을 못 바꾼다면, '모두 한강에 빠지자'고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합니다.(웃음)"

- 서울시 내부에도 노동의 격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민원 전화를 받는 '120다산콜센터' 직원들의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뼈아픈 얘기들만 하시는지….(웃음)"

- 콜센터 직원들은 '박원순 시장은 다를 줄 알았는데, 해결이 안 되나'라고 답답해 합니다.
"모세의 기적처럼 하루 아침에 바뀐다면 시장을 하루하고 끝내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콜센터 직원들의 위상은 서울시 위탁 기업이 고용한 직원들입니다. 서울시는 7000개가 넘는 업무를 외부 기업에 위탁하고 있어요.

콜센터 직원 500여 명을 직고용하면 나머지도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또 직접 고용하게 되면 공무원수를 제한한 총액인건비제도와 법률적으로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공단 혹은 자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본청과 산하기관, 투자·출연기관은 직접 고용을 하고 있거든요.

콜센터 직원들은 감정노동이 심하죠. 물론 근무 조건은 상당히 좋아지긴 했습니다. 어쨌든 직접 고용에 대해 두 번째 연구 용역을 하고 있습니다. 첫 용역 결과는 직접 고용할 수 없다고 나왔습니다. 두 번째는 콜센터 노조와 협의해 용역을 발주했고요. 제가 시장이니까 이 정도로 신경쓰는 것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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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서울시장, #장윤선의 팟짱, #제2롯데월드, #세월호,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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