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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4시 인천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용화선원 일주문 풍경
 17일 오후 4시 인천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용화선원 일주문 풍경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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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조계사 주지 겸 중앙종회의원 등은 전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불법 포커 도박을 한 혐의로 내부 고발당해 수사 의뢰.

# 2013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관련 흑색 자금, 결탁, 부정 비리 등으로 인한 대대적인 종파간 싸움 본격화 논란.

# 2014년 용주사 주지 선거 돈 결탁 의혹, 조계총 총무원장 직선제 주장. 이후 한국 대표 선승인 송담 스님 용주사 돈 선거, 조계종 법인화 등의 반발로 탈종 선언.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인 송담 스님(용화선원 원장, 용주사 회주). 은둔형 수행자의 한 길을 걸어오며 사부대중에게 선지식을 가르쳤던 큰스님이 '할'을 내쳤다('할'은 불교 선종에서 스승이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다).

지난 15일, 송담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법보선원은 대한불교 조계종에 탈종 공고문을 발송했다. 이는 14일 법보선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진 것.

역대 유례없는 큰 스님의 탈종 선언에 조계종은 물론, 불교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양상이다. 이런 이유에는 불교계의 대부격인 경허, 만공, 수월, 성철, 송담 스님으로 이어지는 선지식의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행자가 할 일은 오직 수행 뿐"

송담 스님의 조계종 탈종 선언 이면에는 그간 조계종단 스님들이 보여준 타락된 실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단에서는 사찰 주지 선거에서의 돈 결탁, 총무원장 선거로 불거진 파벌 싸움, 이권과 패권으로 얼룩진 종단 비리 등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계종 사찰 법인화 압력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명진 스님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조계종 선출직 선거에서 돈과 연관되지 않은 자리가 없다는 현실은 조계종의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송담 스님은 생애 걸쳐 오직 수행 정진에만 몰두했다. 스님은 대표 선승으로 전강 선사의 상수제자다. 또한 석가세존 78대 전법제자로 인도 마하가섭으로부터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정통의 세계적인 법맥을 잇고 있다.

한국 불교사에서는 근대로부터 경허(75대)-만공(76대)-전강(77대)-송담(78대)으로 이어지는 선불교 법맥을 잇고 있다. 스님은 10년 묵언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하여 일명 묵언 선사로도 불린다.

스님은 항상 법문을 통해 "수행자들이여, 오직 방일하지 않고, 열중해서, 단호하게 수행하라. 색을 봐도 색에 관여하지 않고, 온갖 소리를 듣되 소리에도 끄달리지 않는다. 수행자가 할 것은 오직 기도와 정진을 통한 수행뿐이다"라는 법문을 상좌 스님들에게 매일 일깨웠다.

"조계종에 대한 말기암 선고"

불교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하도겸 박사는 최근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이번 사건을 조계종에 대한 말기암 선고라고 질타했다. 하 박사는 "송담 큰 스님은 조계종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이므로 탈종이 아니라 송담 큰스님에 의한 조계종에 대한 말기암 선고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박사는 조계종의 진정한 자성과 쇄신을 강조하며 "총무원장 이하 (현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정치계와 다른 종교계에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기대해본다"라고 일갈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총무원으로 대표되는 조계종, 이들이 말하는 돈오돈수의 돈이 그 돈임은 불행이다"며 "한국불교의 선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계종은 하루 빨리 자정과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한편 기자는 17일 오후 송담 스님이 원장으로 있는 인천 용화선원을 찾았다. 사찰은 현재 공사 중이라 스님도, 관계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1시간 만에 어렵게 만난 한 상좌 스님은 "이미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인데 더 이상 할 말이 무엇이 있겠냐. 지금 내 위치에서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선원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도 "하루에 삼십 통 이상씩 전화가 온다. 일일이 대꾸도 못하지만 언론에 나타난 있는 그대로인데 내가 무얼 더 설명하겠냐"라며 침묵을 지켰다.

덧붙이는 글 | <인천불교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용화선원, #송담 스님, #조계종,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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