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당의 책임이며, 국정 최고책임자의 품격이다. 또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이며, 정치적 도리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8월 26일 청와대 규탄 성명서를 통해 정부·여당은 더 이상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성명서 전문에 따르면 목숨 건 유민 아빠의 단식에도 외면, 광화문·청와대 앞 유가족 노숙 농성도 외면, 국민들의 동조 단식도 외면하는 정부 여당의 진실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세월호 막말, 이들이 정녕 인간인가

박재동 화백의 '유민 아빠'
 박재동 화백의 '유민 아빠'
ⓒ 박재동

관련사진보기


20140416·세월호 참사는 명백한 인재였다. 국민들과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했다. 단 한 명의 생명도 살리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그래서 더욱 절실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참으로 비통했다. 사건이 있은 다음날인 4월 17일 해경간부는 "80명 구명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 뭘 어떻게 더 하란 말이냐"는 막말을 쏟아냈다. 4월 20일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세월호 침몰, 좌파단체 색출해야"라는 선동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문화방송 MBC 전국부장이라는 사람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그런 X들, 조문해줄 필요 없어',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이후에도 MBC는 피해자 가족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아세우기 바빴다.

우리 시대의 공인이라는 사람들도 막말퍼레이드를 부추겼다. 정치인 송영선은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 조광작 한기총 공동부회장은 "가난한 아이들, 수학여행 경주나 가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세월호 사고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김동길 연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을 겨냥해 물러나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다른 뜻이 있는 것"라는 둥의 막말을 했다.

정부·여당은 어떠한가. 여당은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은 가당치 않다며 때론 '보상책' 때문에 벌이는 농성이라 폄훼하기 일쑤였다. 국가 원수인 박근혜 대통령도 거짓말로 선동하긴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면담 자리에서 "항상 어떤 통로를 통해서든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지만 청와대로 향하는 유가족들을 무참히 내쫓았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병원에 실려가도록...적당히 해봐야"라며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롱했다. 조원진 의원도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당신 뭐야, 유가족이면 가만히 있으라", "AI가 발생했을때도 대통령게 책임을 묻느냐"라며 호통을 쳐 논란이 됐다. 이밖에도 권은희 의원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인척 하며 선동하는 여성이..."라는 막말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정부 관계자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우리는 큰 사건만 나면 대통령 공격",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잠수사, 시신1구당 500만원 받아"라는 둥의 막말을 거들었다.

사회적 힘의 절대적 불균형 상태를 혁파해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열린연단'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세월호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지도자들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결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며 최 교수는 사회적 힘의 절대적 불균형 상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의 정책결정 수준, 행정관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활현장과 직장생활에서의 민주주의 작동의 위태로움, 사회적 약자들의 위험이 일상화되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에 따른 원인규명도 제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무리한 화물적재와 증축, 진도VTS관제 허술 운영과 골든타임 허비,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의 무책임함, 허둥댄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 뒤늦은 구조작업 논란 등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게다가 세월호 사건 이후 부상한 문제들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해피아 문제의 심각성이 그것이고, 정부책임론에 따른 책임자 처벌, 청해진 해운비리와 정치권 결탁, 봐주기식 행정처리, 허술한 재난대응시스템 등을 명확히 재구성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대한민국호가 침몰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실체적 진실이다. 대통령도, 국가도 없었던 사고 당일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원점부터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이유인즉슨 세월호 사건의 진실 규명 앞에서는 그 누구도 성역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덕에 의한 정치를 주장했던 맹자는 왕도정치를 민생의 보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즉 군주가 덕에 의해 백성을 교화하는 정치를 하고 백성이 그 덕에 화답함으로써 나라 전체가 도덕적인 관계로 맺어진다는 의미다.

맹자가 강조한 왕도정치는 강제적인 법의 집행보다 교육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교육은 인륜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 인륜이 확장되는 사회는 강제적인 법률이 적용되기 이전에 인간 사이의 도리에 의해 움직인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향후에도 인간적인 도리를 무시하고 유가족들을 폄훼한다면 국민들도 다시는 박근혜 정부를 인간적으로 대하진 않을 것이다. 이것의 도리요, 순리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태그:#세월호 참사, #유가족, #박근혜 대통령, #맹자, #왕도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