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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이유로 한강 개발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한강 관리 위임 사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가 이를 두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로 서울시가 한강 생태계 회복에 중점을 둬왔다는 점에서 향후 마스터플랜 구상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계획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다 실패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같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정부의 제주도 신규 카지노 허가 방침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파리 센강· 런던 템즈강처럼 한강도 고급스럽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사업으로 지은 세빛둥둥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사업으로 지은 세빛둥둥섬.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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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 합동으로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한강 개발 계획은 파리 센강과 런던 템즈강처럼 한강에 건축물과 상업 시설을 조성해 관광코스를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밑그림은 한강과 주변 지역을 개발해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복합된 관광·휴양 명소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 세빛둥둥섬·노들섬의 관광자원화 ▲ 유람선 경쟁체제 도입 ▲ 전시장 및 공연장 확충 ▲ 선착장에 쇼핑몰과 문화시설 설립 ▲ 지하통로와 오버브리지(구름다리) 건설 ▲ 수상 레저시설 확충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한강 방문이 20~3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관광객의 한강 방문 비중은 10.8%에 그친다. 한강 개발로 이 비율을 관광객 10명중 3~4명이 찾는 명동 수준으로 높여 한강을 서울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논평을 내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광개발이 아닌 한강의 자연성회복"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이 실패한 한강 난개발 사업의 재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문제는 서울시다. 도로 및 강과 같은 하천의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이같은 개발은 서울시와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미 이번 발표에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마쳤다고하지만 문제는 마스터플랜 수립이다. 실체적 방안이 담긴 마스터플랜은 내년 상반기 중에 마련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정부간의 입장 충돌도 예상된다.

이유는 서울시의 한강 관련 기본 계획과 충돌하는 지점 때문이다. 먼저 쇼핑몰과 수상레저 시설 신설, 유람선 경쟁체제 도입은 서울시의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과 충돌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3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강은 이용 단계를 지나 생태계를 보존하고 자연성을 회복해야 할 단계라며 녹지와 생태계, 수질 보존에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성 회복은 한강 보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의도공원의 5배에 달하는 숲을 조성하고 큰고니, 물총새 등 한강에서 보기 어려운 생물 서식지를 복원하는 등의 계획이 담겨 있다. 또 모래톱, 자연호와 천변습지 등을 만들어 물놀이가 가능한 수준으로 한강의 수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쇼핑몰과 관광 시설이 들어설 경우 한강 오염은 피할 수 없다. 유동인구가 늘어나 시민들이 밀집할 경우 위락 시설 인근의 하수와 쓰레기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한강시민공원은 봄과 여름철, 시민들의 이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대표적인 교통 혼잡 구간이 쇼핑몰 이용으로 정체가 극심해 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한강 개발은 서울시의 자연성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스카이라인 원칙 중시한 서울시, 강변 개발 허용할까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10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 2기 서울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서울시정 2기 청사진 밝히는 박원순 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10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 2기 서울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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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부 계획은 서울시 '한강변 관리방향 가이드라인'에도 부적절해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병풍같은 한강주변의 아파트와 건축물 관리가 필요하다며 건축물이 한강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시, 관광 시설물은 경관 측면에서 한강변 관리 원칙에 어긋난다.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 위원인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이미 한강은 이용 단계를 지나 가꾸고 보살펴야 하는 단계에 있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15년, 20년 뒤처진 낡은 사고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교수는 "서울시는 자연성 회복과 한강변 관리 방향이라는 큰 틀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지금은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인데, 이를 거스르는 정부의 발표는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환경 관련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처장은 "4대강사업으로 한강에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나고 녹조 발생이 빈번해지는 등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도 오염된 한강이 개발이 된다면 한강의 자연성 회복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정부 발표는 내년에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될 것"이라며 "자연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진행될 것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서울시, #박근혜, #박원순, #한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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