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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는 지난 9일 KBS 신임사장 후보에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을 선임했다.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조 사장 후보자는 1978년 공채 5기 PD로 입사해 TV제작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쳤다. 특히 2008년 이병순 사장 시절 <시사투나잇>등을 폐지하는 데 기여했고 김인규 사장 때는 부사장으로 일하며 '김인규의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조 사장 후보자 내정에 대해 KBS 양대노조가 미묘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KBS 노동조합은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절대 불가'란 입장이나 새노조라 불리는 언론노조 KBS 본부는 5가지 조건을 달아 '(이를) 조 후보자가 받아들이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

어떻게 된 연유인지 궁금해 지난 15일 KBS 새노조 사무실을 찾아 남철우 정책실장과 조 후보자 내정과 함께 사장 선임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남철우 KBS 새노조 정책실장과 나눈 일문 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조 사장 후보자 선임, 양대 노조 입장이 다르다고요?"

남철우 KBS 새노조 정책실장
 남철우 KBS 새노조 정책실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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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KBS 이사회가 신임사장 후보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을 선출했는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십니까?
"조합원들에 의해 부적격 후보로 선정된 조대현씨가 사장 후보로 선출됐다는 점에서 유감입니다. 최악을 피하긴 했지만 조대현씨를 쉽게 사장으로 인정할 순 없습니다. 그동안 조대현씨가 PD에서 제작본부장과 부사장 등의 보직을 거치면서 보여준 행보는 노동조합의 투쟁 대상임에 틀림없습니다."

- 이사회에서 여권 이사들의 표가 갈라진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길환영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서 한 목소리를 못내고 분열된 양상을 띤 것이 이번 신임 사장 후보 선임에도 작용됐다고 봅니다. 이전과 달리 KBS사장 선임과 관련해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청와대 내부 상황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조 사장 후보자의 선임과 관련해, KBS 양대노조에서 다른 반응을 보이던데.
"새노조는 '이번 사장선임투쟁의 원칙은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 다만 사장 자격이 없는 후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하고 걸러내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양대 노조는 차기 사장의 자격 조건과 부적격 조건에 합의하고 모든 후보에 적용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양대 노조가 조대현 사장과 각을 세우고 싸운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새노조가 조 사장을 밀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마 조 사장에 대한 일부 야당 이사들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싸움의 강도 등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에선 구노조와 다르지 않아요."

- 지난 파업에서 양대노조가 함께하여 시너지를 냈는데, 자금도 유효한가요?
"네, 유효합니다. 기본적으로 차기 사장의 자격 조건과 부적격 기준에 대해 양대 노조가 인식을 같이 했고 합의된 내용을 가지고 싸움을 같이 했습니다. 조 사장이 양대노조가 합의한 자격조건에 해당되는 내용을 숙지하고 자격에 맞는 역할을 해나갈 때는 박수를 보내겠지만 그에 반하는 행동이나 정책을 폈을 때는 양대노조가 사장의 자격조건과 부적격기준에 합의한 정신으로 함께 연대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 노조에서 조 사장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 '취임 1년 뒤 신임평가 실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등 국장책임제 도입', '부당 인사 원상 회복 및 인적 쇄신 단행', '대화합 조치 실시' 등을 요구 했으나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던데.
"싸워야 합니다. 청와대의 눈치도 봐야 할 것이고 다수 이사들의 입장도 살펴야 하는 조대현씨의 입장에서 선뜻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긴 힘들 겁니다. 사장이 누가 되더라도 선뜻 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결국 싸워서 쟁취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들고 내년 11월까지 임기내내 사장에게 5가지 사항에 대한 요구를 관철시킬 것입니다."

- 노조의 요구사항 중 '취임 1년 뒤 신임평가 실시'라는 항목이 있던데, 임기가 1년 4개월인 사장에게 무의미한건 아닐까요?
"아닙니다. 왜냐면 물론 내년 11월이면 청문회를 거쳐서 새 사장이 선임되는데 역대 사장들 다수가 연임을 시도했었고 그런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조 사장이 연임을 꿈꾼다면 1년 동안 행적에 대한 평가가 따라 줘야 합니다."

- 조 사장 후보자는 이병순 시장 시절 TV 제작본부장으로 <시사투나잇> 등을 폐지하는 데 기여했고 김인규 사장 때는 '김인규의 남자'로 불리며 부사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다시 KBS가 보수화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조 사장의 그간 행보를 봤을때 그런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국민들은 KBS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신임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
 신임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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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력하게 거론되던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의 탈락은 어떻게 보십니까?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부사장 시절 불신임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다수이사들 사이에서도 1표도 안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고 전 보도본부장에 대한 사내외의 평가는 끝났다고 봅니다. 그런 판단들이 유력한 후보였던 고대영씨의 탈락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 조 사장 후보가 선임된 지 열흘이 지났으나 박근혜 대통령 결재가 늦어지고 있는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청와대 내부 사정이야 잘모르겠지만 길환영 사장 때도 대통령 결재가 열흘 이상 걸렸습니다. 야당 이사들이 지지한 후보가 사장으로 올라왔다는 점을 청와대가 의아해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재가 늦어지면서 조대현씨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사장 선임 구조예요. 이번에도 특별다수제 등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7:4(여:야)의 구조를 못 벗어났잖아요. 바로 내년 말이면 사장 선임에 들어갈 텐데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결국 제도개선과 법개정을 통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 공정성특위에서 KBS사장 인사청문회와 사장, 이사자격 조건 강화 등이 합의돼 통과됐지만 특별다수제와 사장추천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새노조는 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방송법 개정 입법청원 투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KBS 전 직원들의 뜻을 모아 9월 정기국회부터 이슈화 시킬 것입니다."

- KBS 당면과제 중 하나가 수신료 인상 문제인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일단 지금까지 수신료 인상은 역대 사장들이 일성처럼 말했지만 좌절되었잖아요. 결국 수신료 인상은 정치권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여론이 움직일 때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수신료를 올려줄 만큼 KBS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KBS가 국민의 편에서 잘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수신료 인상의 첫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KBS는 길 사장 퇴진 파업 관련자를 대규모로 징계할 방침이던데 이에 대해 새노조 입장은 무엇입니까?
"차기 사장을 내정해 대통령의 임명제청을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대규모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길환영 체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장직무대행, 인사책임자 등은 길사장 퇴진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고 KBS를 망가뜨린 책임을 함께 져야합니다. 이번 대규모 인사위 회부는 또다시 싸움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길환영 사장 퇴진투쟁은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정당한 싸움입니다."

- 새사장 후보 선임으로 KBS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큽니다. 앞으로의 대응 계획과 아울러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BS는 세월호 참사 재난보도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낱낱히 드러냈습니다. 5월 8일 유가족들이 KBS를 찾아왔을 때 KBS 간부들은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젊은 기자후배들이 먼저 반성을 했고 양대노조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파업을 벌였고 길환영 사장을 몰아냈습니다. 길 사장이 나가고 KBS보도는 문창극 발언을 단독보도해 낙마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브라질 월드컵 방송도 활기차게 이어갔습니다. 길 사장 퇴임이후 6월11일부터 현재까지의 KBS는 파이팅에 차 있고 선후배간의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들은 KBS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새로운 사장이 오면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 확보를 포함해 경영적자 타개 등의 난제를 헤쳐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노조는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릴수 있도록 앞장서 싸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KBS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많은 질책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 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철우, #KBS 새노조,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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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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