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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에 고립된 채 하루하루 숨 쉬며 살아내는 일조차 버거운 장애인 부부의 암담한 사연이 안타깝게 전해지고 있다.
 쪽방에 고립된 채 하루하루 숨 쉬며 살아내는 일조차 버거운 장애인 부부의 암담한 사연이 안타깝게 전해지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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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에 고립된 채 하루하루 숨쉬며 살아내는 일조차 버거운 장애인 부부의 암담한 사연이 안타깝게 전해지고 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갈매길의 한쪽 방에 거주하는 윤종관(67)·정옥순(58) 부부 이야기다. 이들 두 부부가 충남에서 생활하게 된 것은 1997년 찾아온 IMF(국제통화기금) 때문. IMF 경제위기가 찾아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윤종관씨는 수도권에서 70~8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전기사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IMF 위기가 찾아와 하루 아침에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도산을 맞았다. 이 위기는 윤종관씨도 비켜가지 않았다. 협력회사로부터 결재 받아야 할 각종 전기공사 대금이 연체되기 시작하자 자금압박이 심각해졌다. 급기야 직원들 급여까지 밀리며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때 윤종관씨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사업을 정리해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를 정산해 주고 사업에서 손을 떼는 일이었다. 결국 윤종관씨는 사업장은 물론 회사 소유였던 차량 4대와 살던 집까지 모두 팔아 부채를 정리했다.

IMF로 하루 아침에 몰락... 갈 곳 잃은 부부

IMF 경제쇼크로 사업체를 송두리째 날려버린 윤종관씨 부부는 무작정 충남 천안시의 한 농촌 마을로 도피했다. 그때가 1998년 2~3월 무렵이었다. 당시 농촌 지역은 봄맞이 영농 준비가 한창이었다.

윤씨 부부는 말 그대로 빈털터리였다. 주머니에는 마지막 남은 7만 원이 전부였다.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밥 한 끼 챙겨먹을 돈밖에 되지 않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이런 극한의 상황을 이기고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윤씨 부부는 빈 깡통 하나와 땔감으로 나무토막들을 주워 모아 농업용 비닐하우스를 전전하며 쪽잠을 자는 등 반 걸인 신세로 전락했다. 늦겨울 추위와 변변치 못한 끼니로 체력이 고갈되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망가졌다.

몸이 쇠약해진 탓에 막노동을 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통이었다고 한다.

장애인 부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쪽방은 한 겨울 추위만큼 한 여름 무더위도 무섭다.
 장애인 부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쪽방은 한 겨울 추위만큼 한 여름 무더위도 무섭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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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 보니 시간도 흐르고 복지직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아산시에 새 터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 정옥순씨 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미 자궁암 수술을 경험했던 그녀의 몸에 위암까지 발병해 수술을 해야 했다. 위암 수술을 한 이후부터 그녀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원인 모를 심한 안구 통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안구 통증과 함께 시각 능력 저하로 사물에 대한 구분도 못 하는 상황이다. 현재 그녀는 1초 이상 사물을 집중해서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1초에 1회 이상 눈을 깜박인다. 그녀가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다.

2010년 어느 날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던 윤종관씨는 9m 높이의 전신주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내장이 파열되고, 부러진 갈비뼈에 장기 곳곳을 찔렸으나 대수술 끝에 간신히 목숨만은 건졌다. 현재 의술로는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병원은 윤씨를 퇴원시켰다. 그러나 윤씨는 끔찍한 통증 때문에 단 하루도 진통제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그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숨 쉴 때마다 신음소리를 낸다. 하지마비로 하루 종일 누워서 앓는 것이 일상인 그는 추락사고 후유증으로 온 몸의 통증과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삶이 두려운 장애인 부부의 위험한 상상

윤종관씨는 사고로 하지가 마비돼 지체장애인이 됐다. 아내 정옥순씨는 자궁암과 위암수술로 체력이 고갈되고 시각장애까지 안고 살아야 한다. 이들을 부양해 줄 가족 한 명 없다. 생활비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부부장애 지원금 7만 원 등 15만 원이 전부다.

이들이 기거하는 쪽방 임대료 15만 원도 몇 달째 밀려있다. 나머지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은 말할 것도 없다. 전화요금도 내지 못해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다. 안면 있는 이웃들에게 5만 원, 10만 원 조금씩 빌린 돈도 갚을 길이 막막하다.

현재 두 장애인 부부는 쪽방에서 세상과 단절돼 있다. 아파도 견디고, 배고파도 견디고, 외로워도 견뎌야 한다. 그나마 이 쪽방도 월세를 내지 못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이들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한 상상을 한다. 실제로 정옥순씨는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 이 험난한 세상과 이별을 준비했다고 한다. 얼마 전 삶을 비관해 세상을 떠난 세 모녀 사건이 연상됐다.

이들 부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들은 자신의 집을 찾은 기자가 더울까봐 이미 자신들에게는 일상 생활인 더위를 걱정했다. 또 시원한 물 한 컵을 내밀며, 변변하게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돈 빌린 이웃과 임대료를 못 내 집주인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쪽방에서 병마에 시달리는 이들 장애인 부부에게 이 사회는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태그:#쪽방, #장애인부부,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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