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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20일 오후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MBC는 20일 오후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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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20일 방영 예정이던 정규 프로그램 두 편의 결방을 알렸다. 예능프로그램인 <7인의 식객>과 <나 혼자 산다>를 결방한 대신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이하 문창극 대담)을 편성한 것이다.

이 사실은 방송을 두 시간 앞둔 시점에서야 언론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오후 7시 이전에는 편성표 상에도 <7인의 식객>과 <나 혼자 산다>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급작스럽고 이례적인 편성인 것이다.

20일 <한겨레>에 실린 MBC 방송편성표
 20일 <한겨레>에 실린 MBC 방송편성표
ⓒ 금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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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개입 의혹 제기된 김현희 대담과 방식 유사

MBC에선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월 15일 MBC는 <100분 토론>을 급작스럽게 결방시킨 대신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와의 대담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프로그램명은 <MBC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이하 김현희 대담)>이었다. 해당 방송의 편성은 방송 하루 전에야 결정됐다.

당시 MBC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김현희 대담이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프로그램"임을 지적했다. 한편 "이번 방송이 방문진의 공식 결정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불법행위"라고 방송문화진흥회의 편성 개입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문창극 대담 역시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편성의 의외성 면에서 따져볼 때 김현희 대담보다 논란의 소지가 많다. 2013년 김현희 대담은 방송 하루 전날 편성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으나 문창극 대담은 방송 2시간 전에야 언론에 공개됐다.

또 김현희 대담은 본래 시사프로그램 방영 시간대에 70분 동안 방송됐다. 반면 문창극 대담은 2시간 30분이라는 이례적인 장시간 편성으로 기획됐다. 방영 시간대를 보더라도 문창극 대담은 9시 50분부터 12시 20분으로 비교적 TV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를 포함한다. 즉 MBC는 갑자기, 그것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이다.

좌측은 2013년 긴급 편성된 김현희 대담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보이며 우측은 20일 방영된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프로그램 관련 정보다.
▲ MBC 긴급편성 대담 프로그램 비교 좌측은 2013년 긴급 편성된 김현희 대담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보이며 우측은 20일 방영된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프로그램 관련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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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형식은 공정한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질 왜곡

MBC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자격논란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프로그램의 취지를 밝혔다. 방송은 2:2 토론으로 진행됐다. 절차상의 문제를 제외하고 방송 형식면에서 보자면 문창극 대담은 김현희 대담과 달리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창극 대담 방송은 일반적 토론과 달랐다. 논란이 됐던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영상의 대부분을 방영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한 것이다. 사회자인 김상운 MBC 논설실장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일부 발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전체 영상을 본 후에 본격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앞서 KBS가 단독보도한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구성이다. 또 문제된 교회 강연 전체영상을 MBC가 보도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영상이기 때문이다. 굳이 두 프로그램을 결방시키면서까지 전체영상을 보도해야 했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왼쪽은 손석춘 건국대 교수, 오른쪽은 유창선 정치평론가
▲ MBC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방송장면 왼쪽은 손석춘 건국대 교수, 오른쪽은 유창선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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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영상이 논란의 전부인양 설정하는 보도 프레임에 있다. 실제 문 후보자의 자질 논란 중 교회 영상과 관련해 불거진 것은 일부다. 과거 <중앙일보>에 연재한 '문창극 칼럼'과 관련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특히 "40년 전 배상 문제가 마무리됐다", "과거 보상 문제는 아무리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도 협정을 무시하고 떼를 쓰는 꼴" 등 과거 칼럼 내용들은 여론의 질타를 받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보수언론인 <동아일보>도 보도한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문창극 "日에 위안부 보상요구는 떼쓰는 꼴"… 국민정서와 차이>를 통해 문 후보자의 과거 칼럼 분석결과를 보도했며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과 종교편향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문 후보자는 와병중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제기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을 비판하는 등의 부적절한 칼럼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군 복무 중 대학원 생활을 한 사실과 공직경험이 없다는 점 역시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교회 강연 영상만을 놓고 문 후보자 논란에 대한 토론을 하겠다는 건 그 자체로 공정하지 못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뉜 패널 구성은 성향에 따라 사안의 대한 견해가 팽팽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할 여지마저 있다. 실상 문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보수언론은 물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라는 점, 문 후보자 총리 임명에 대한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즉, 급작스러운 편성 및 황금시간 배정, 교회강연 영상 중심의 왜곡된 토론은 결과적으로 문 후보에 대한 논란을 검증하는 차원이라기보다 문 후보를 옹호하는 방송에 가깝다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MBC가 정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방송이라는 사실에 비춰 봤을 때 이번 방송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그:#문창극, #국무총리, #MBC,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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