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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선거후 남은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운동원 친구들과 함께했기에 그나마 덜 힘들고 외로운 길이었다.
▲ 공원에서의 선거운동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후 남은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운동원 친구들과 함께했기에 그나마 덜 힘들고 외로운 길이었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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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를 끝으로 시의원 도전기를 마치고자 한다. 사실, 지난 과정을 복기하는 것이 행복한 일만은 아니었다. 선거에서 떨어지고 이틀 후부터 기사의 초안을 작성했다. 그 과정을 하나하나 헤집어서 분석하고 기록한다는 것은 마치, 칼로 베어 꿰맨 부위를 다시 실밥을 풀고 벌려서 어느 층까지 칼날이 도달했고 어느 조직이 손상을 입었는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행위와도 같았다.

그런데도 이 기록을 남겨야 했던 건, 지역주의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남기고 싶은 마음 말고도, 평범한 시민 누구나 기초의원에 도전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마음만 굳게 먹고 착실히 준비하면 누구나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평범한 시민이 선거를 치르고 당선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직장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자영업 하시는 분들 중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분들에게나 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치란 특정인들의 소유물이 아닌 바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자각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더구나 앞으로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그 문턱 또한 매우 낮아질 것이다.

이번 마지막 회에서는, 나와 같은 꿈과 희망을 품고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너무 준비 없이 뛰어든 선거판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배운 생생한 조언이다. 너무나 기초적이어서 선거 컨설턴트들도 설명해주지 않는 밑바닥 기본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선거자금 준비는 3년 전부터... 조기 축구회라도 가입하세요

선거에 지고나서 사무실을 정리하고 마지막에 남아있는 텐트를 철거하기 전 사진. 소파 하나 없는 삭막한 사무실에서 그나마 저 텐트 덕분에 운동원들이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 선거 사무실을 정리하며 선거에 지고나서 사무실을 정리하고 마지막에 남아있는 텐트를 철거하기 전 사진. 소파 하나 없는 삭막한 사무실에서 그나마 저 텐트 덕분에 운동원들이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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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선거는 돈이다. 뭐 새로울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선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돈이다. 누구는 선거 세 번 만에 집안을 말아먹었다는 둥, 선거 한번 하면 집안 기둥을 뽑아야 한다는 둥 말이 많다. 지나가던 사람들 중에는 '치과 해서 돈 많이 벌어서 쓸 데가 없으니까 선거에 나왔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말이다.

당 후보 등록 1주 전에 출마를 제안받고, 3일 만에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선거 하라고 하늘에서 돈다발이 뚝 떨어질 리가 없다. 병원 규모가 크다 보니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현실에서, 당장 선거자금을 구하는 것은 나 역시도 힘든 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 준비 때문에 자주 병원을 비우다 보니, 경영 상태 또한 어려워졌다.

시의원 선거에서 보전받을 수 있는 선거비용 최대 금액은 4500만 원이다. 그 이상 써봤자 보전이 불가능하니 대부분은 4500만 원을 꽉 채워서 쓴다는 말이다. 아내에게 어떻게 좀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보험 담보 대출도 받고, 지인들에게 차용증 작성하고 돈을 빌렸다.

선거 후 결산해보니 지출 총액이 3500만 원 정도였다(당 지원금 제외). 나름 아끼고 아껴 썼는데도 4000만 원 가까이 쓰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15%의 득표율을 넘겨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출마해서 득표율 15%를 넘기고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돈 쓰고, 몸 버리고, 빚만 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선거에 출마하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면, 월 100만 원 납입 3년 만기 적금부터 부으시라. 3년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자원봉사단이 아니었으면, 선거를 치르지 못할 뻔했다. 선거 운동원및 선거에 함께 할 멤버들을 미리미리 섭외해야 한다.
▲ 선거는 전략이다 직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자원봉사단이 아니었으면, 선거를 치르지 못할 뻔했다. 선거 운동원및 선거에 함께 할 멤버들을 미리미리 섭외해야 한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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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선거는 조직이다. 무척이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다. 1년 전에 술 끊겠다고 모든 모임을 정리하고(그래봤자 몇 개 없지만),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전념했다. 지인들과 연락은 대부분 끊겼고, 출마한답시고 다시 얼굴 들이미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는 선거에 커다란 독이 되었다.

선거에 출마하겠다면 적어도 2년 전부터는 지역 사회의 모임에 적극 참여하자. 하다못해 동네 조기축구회라도 가입해서 얼굴을 알려야 한다. 조직이란 결국 인맥이고, 인맥은 서서히 본인과 주변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뚝딱 1개 사단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모임에 참여해서 지역의 문제점들과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자.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고 열정이 읽힐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오프라인의 소중한 인연들과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단순하게 온라인상에 쌓여 있는 친구의 숫자는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온라인상의 모임(예를 들면 밴드나 페이스북 등)이 열 개 이상 되고, 거기에 포함된 대화 가능한 회원들이나 친구의 숫자가 천 명쯤 된다면 당신은 이미 탄탄한 조직과 인맥을 갖춘 것이다.

그 상태로 지역의 이슈나 문제점들을 공론화시키고 의견들을 모아내는 단계까지 간다면 공약에 대해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선거준비의 네 가지 기본은 돈·조직·전략 그리고 '체력'

비오는 날, 아파트 정자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 하루 10시간 이상을 걷거나 서 있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 선거는 체력이다 비오는 날, 아파트 정자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 하루 10시간 이상을 걷거나 서 있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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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선거는 전략이다. 선거판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그것도 잠시 기웃거린 사람이 아닌, 사무장 혹은 회계책임자 이상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라. 전체 판을 보고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 등의 전략을 짜놓지 않으면 선거운동 중간에도 갈팡질팡하게 마련이다.

6개월쯤 전부터는 구체적 전략을 짜기 시작해야 한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프라인 모임 참여, 온라인상의 스토리 기획, 각종 연설문 작성, 선거운동원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타임 스케줄에 맞게 미리 기획해두지 않으면 한 달의 시간은 뭐하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린다.

일례로 선거운동원 모집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을 사나흘 남기고 구하려 하니 도무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가까스로 모집된 운동원 중에는 전역한 바로 다음 날 합류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니 무슨 준비가 되었겠는가?

마지막 넷째로, 선거는 체력전이다. 반드시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선거의 길은 동네 마실 다녀오듯이 내킬 때 훌쩍 다녀오는 길이 아니다. 한 자리에 서서 4시간 이상을 허리 숙여 인사해야 하며,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다보면 예닐곱 시간은 걷거나 서 있어야 한다.

사실 선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체력적인 부분이었다. 막바지에 가서는 다리 전체에 파스를 붙이고 시간 날 때마다 자원봉사 나온 시민들이 마사지를 해줘서 버텨냈다. 적어도 선거 3개월 전부터는 체력관리에 들어갈 것을 추천한다.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걷거나 뛰는 운동을 하고, 식습관 조절 등을 해서 기초 체력을 탄탄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으로 선거 준비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고, 거기에서 모든 것은 비롯된다. 선출직 공무원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강렬한 열정이 있다면 절반의 준비는 끝난 셈이다.

끝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며 고마웠던 분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낙선 후에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몇몇 분께는 인사드렸지만, 아직 전화 한 통 못 드린 분들이 더 많이 계신다. 그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

특히 비 오는 날 함께 비 맞아가며 투표 독려 운동을 해주신 자원봉사 시민들과, 끼니 걸러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준 선거운동원들, 그리고 직장생활과 선거운동을 오가며 녹초가 될 정도로 헌신해준 캠프의 가족들께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선거운동 기간동안 함께 해주신 많은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오는 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며칠간의 저녁을 함께 해준 아름다운 모습들이 시민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 투표독려 시민 자원봉사자들 선거운동 기간동안 함께 해주신 많은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오는 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며칠간의 저녁을 함께 해준 아름다운 모습들이 시민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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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거 전략, #선거비용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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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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