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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바로 밑 깔딱고개에서 내려다 본 지리산
 천왕봉 바로 밑 깔딱고개에서 내려다 본 지리산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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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표지석
 천왕봉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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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5일 지리산 천왕봉 산행'.

고등학교 동문산악회 카페에 올려진 6월 산행지 안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늘 가슴에 품고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면 지리산 천왕봉이다.

산행 예약방이 분주해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천왕봉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회원, 15년 만에 오르고 싶다는 회원, 지금부터 연습산행을 하여 함께 하겠다는 회원, 부부가 손잡고 천왕봉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겠다는 회원, 62세인 선배님은 '내생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천왕봉 산행을 신청한다'고 해 읽는 회원들이 숙연해지게 한 지리산 천왕봉.

등산코스는 세 코스다.

A코스(8명)는 중산리 주차장-칼바위-법계사-천왕봉-장터목대피소-백무동(16km)
B코스(12명)는 중산리 주차장-순두류(셔틀버스로 이동)-법계사-천왕봉-장터목대피소-백무동(12km)
C코스(10명)는 중산리주차장- (셔틀버스로 이동)-법계사-중산리 주차장-백무동(버스 이동)

A코스를 가는 회원들은 산행을 많이 하는 회원들이어서 산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사연(?)도 많고 천왕봉 정상에 꼭 서고 싶어 하는 회원들은 B코스를 택한 회원들이다.

천왕봉 산행에서 법계사까지는 오를 만하다. 천왕봉 정상까지 2km가 시쳇말로 깔딱고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사망사고 발생지역 안내판도 세워져 있는 가파른 길이다. 드디어 천왕봉 1915m 표지석이 서있는 정상. 전면은 '智異山 天王峰 1915m' 가 새겨져 있고 후면은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에서 첫 번째와 두번째 선배님. 62세 노익장.
 오른쪽에서 첫 번째와 두번째 선배님. 62세 노익장.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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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오늘도 표지석 옆은 산객들로 만원이다. 그렇지만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얼굴에는 힘들게 올라온 흔적은 없다.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한껏 상기된 환한 얼굴만 있다.

동그랗게 둘러앚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있다.
 동그랗게 둘러앚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있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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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시 20분. 조금 늦은 점심시간. 동그랗게 둘러앉아 각자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내놓으면 진수성찬이다. 게다가 시장기마저 더하면 밥은 꿀맛. 카~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막걸리 한 잔도 빼놓을 수 없는 점심메뉴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면 또 갈 길은 멀다. 천왕봉에서 백무동까지는 7.8km. 산을 잘 오르지만 하산길이 더딘 사람도 있다. 나는 점심 후 맨 나중에 출발했지만 500여 미터를 채 못 가서 회원들을 앞질러 갔다.

장터목대피소 가는 길에 한 컷.
 장터목대피소 가는 길에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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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 요염한 자태로 누워있는 고사목.
 나무 아래 요염한 자태로 누워있는 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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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갔을까. 매번 올 때마다 기풍을 잃지 않고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제석봉 고사목(枯死木)은 또 내 발을 붙잡는다. 푸르렀던 생을 다 내려놓고도 저런 여유로움이 남아 있을까. 나무 아래 요염한 몸매로 누워있는 고사목이 곧 일어 설 것 같다. 인생 하나를 배우고 간다.

여름을 재촉하는 백무동 계곡
 여름을 재촉하는 백무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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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는 5.8km. 남은 체력을 시험에 들게 한 지루한 내리막 돌길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계곡물소리가 굵어지면 백무동이 가까워진 것이다. 오전 9시 15분에 중산리에서 시작한 산행은 오후 4시 30분에 백무동에 도착하면서 끝났다. 나는 7시간 15분. 맨 나중에 도착한 선배님은 9시간 30분. 길고 많은 추억이 담아있는 시간이다.

피곤함이 몸 곳곳으로 엄습해 오지만 완주의 만족감은 짜릿하다. 시원한 막걸리와 맥주를 하산주로 마시며 고통과 행복이 교차한 산행은 끝난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지리산(智異山). 함께 오른 봉우리 수가 많아지면서 다져진 선후배간의 사랑이 있는 산. 해 지는 지리산에 고요함이 스며든다. 또 다른 묵직한 삶의 깨달음을 앉고 광주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첨단정보라인 7월호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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