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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9명 중 4명을 교체하는 중폭 수준의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인적 쇄신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하고 '친박' 측근들을 주변에 대거 포진시키는 친정체제 강화에 나서면서 국정운영 기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수·관료 참모 내보내고 '친박' 측근 중용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자료사진)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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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정무·경제·민정·교육문화 수석 등 모두 네 자리를 물갈이 했다. 6·4 지방선거 직후 교체 됐던 홍보수석 자리까지 포함하면 모두 5명의 수석들이 짐을 쌌다.

새 정무수석에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경제수석에는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민정수석에는 김영한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 교육문화수석에는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이 내정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친정 체제 강화다. 1기와 2기 참모진에서 두드러졌던 관료와 교수 기용에서 벗어나 측근 정치인들을 곁으로 불러들였다. 조윤선 정무수석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 2012년부터 대통령 당선인 시절까지 대변인을 지냈다. 지근거리 보좌를 통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으면서 새로운 친박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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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경제수석 내정자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괄한 '정책통' 초선 정치인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대선 캠프 안에서는 경제민주화법안을 추진하던 김종인 전 장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당선 됐지만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고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됐다.

교육행정 전문가인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내정자도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다. 송 내정자는 작년까지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정수장학회의 이사로 활동해 왔다.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이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사정라인 쪽은 공안색채가 강화됐다. 김영한 내정자는 검찰 재직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과 대검 공안 1·3과장을 두루 지내는 등 전형적인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김기춘 유임·친정체제 강화... 국정쇄신 의지 있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자료사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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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나 교수 대신 측근 정치인을 중용한 것은 달라졌지만 근본적인 국정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정 라인에 공안통을 선호하는 기류도 변한 것이 없다. 

특히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망언' 파문으로 거취가 주목됐던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됐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 실장을 향한 책임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사퇴론이 나오는 등 공세의 표적이 됐지만 박 대통령은 변함없는 신임을 나타냈다. 대신,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은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물었다. 야당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청와대는 추가 참모진 개편은 없다는 입장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 개편이 마무리 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된다"고 답했다.

회전문 인사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교체된 조원동 경제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등은 13일 발표될 개각에서 내각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준우 정무수석은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된 이병기 주일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정청에 친박 전진 배치... 일방통행 국정운영 강화되나

만약 교체된 수석들이 입각할 경우 사실상 영전하게 된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새 출발을 위한 인적 쇄신이 아니라 회전문 인사를 위한 사전 포석이 되는 셈이다.

이미 김관진 국방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병기 주일대사가 국정원장에 내정 되는 등 돌려막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또 이완구 원내대표가 버티는 당과 친박 정치인들이 중용된 청와대, 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의 입각 가능성이 큰 정부까지, '친박'의 당·정·청 장악력이 커지면서 오히려 일방통행의 국정운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김기춘 실장의 유임은 대통령부터 바뀌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자 스스로 바뀌지도 않고 국민과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만기친람(萬機親覽)에 이어 만'기춘'람(萬'淇春'覽)으로 불통인사, 일인통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국정운영 과정에서 야당과 국민의 동의와 협력을 얻을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균형과 소통과 통합을 강조한 지방선거의 교훈을 무시한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박근혜, #청와대, #조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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