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머뭇거림이 없었다."

11일 밀양시청 공무원과 경찰관들의 밀양 송전탑 반대 움막농성장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지켜본 사람들이 밝힌 반응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시민단체 등 연대단체 활동가뿐만 아니라 천주교 신부·수녀 그리고 주민들도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경찰과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 4시경 집결하기 시작해, 6시경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 움막 철거를 시작으로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철탑), 위양마을(127번 철탑),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철탑), 단장면 용회마을(101번 철탑)에 있었던 움막을 차례로 철거했다.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움막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움막 안에서 몸에 쇠사슬을 묶어 농성하던 주민들이 불안은 표정을 지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움막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움막 안에서 몸에 쇠사슬을 묶어 농성하던 주민들이 불안은 표정을 지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조성제 신부와 교장 출신인 고준길씨 등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다.
 조성제 신부와 교장 출신인 고준길씨 등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주민들은 알몸으로 저항하거나 몸과 목에 쇠사슬이나 밧줄을 묶어 저항했지만, 모두 경찰에 의해 끌려 나오고 말았다. 때로는 주민들과 수녀들이 울부짖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정대집행은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집행해야 하는데 경찰관들이 절단기와 칼을 갖고 움막의 시설물을 뜯어내기도 했고, 여성들이 앉아 있는데 남성경찰관이 먼저 들어가 끌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와 인권침해 시비가 계속 발생했다.

또 강제철거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는데도 의료진이나 응급후송장비들이 부족했다. 이날 오전 평밭마을에서는 부상자가 속출하고 난 뒤에 응급차들이 산으로 대거 올라가기도 했고, 위양마을 쪽에서는 들것이 모자라 환자가 10여 분 가량 후송되지 못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평밭마을과 위양마을 움막 앞에는 각각 구덩이가 있었고, 그 속에 주민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구덩이에는 가스통 등 위험물이 있었지만 제거하지 않고 행정대집행이 단행됐다. 다행히 주민들은 가스통을 열지 않아 우려했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은 "해도 너무 한다"거나 "머뭇거림이 없다",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님 이러면 안됩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바라느냐"고 소리쳤다.

조성제 신부 "박근혜 정권 영원할 것 같느냐"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녹색법률센터 배영근 변호사는 변호사접견권을 요구하며 움막 안의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제지해 항의하고 있다.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녹색법률센터 배영근 변호사는 변호사접견권을 요구하며 움막 안의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제지해 항의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다.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지난 4월 13일부터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해발 400m)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 철탑 현장의 움막에서 농성해 왔던 조성제 신부(천주교)는 경찰을 향해 "박근혜 정권이 영원할 것 같으냐. 레임덕이 오고 새 정권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오늘 상황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뒤 국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이거냐. 정부는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데 충돌 현장에 들것이 없어 환자가 10여 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01번 철탑 현장의 움막 철거 장면을 지켜본 김 의원은 "잔인하다. 이것이 사람한테 할 짓이냐. 움막 지붕 위에, 그리고 움막 안에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강제철거를 할 수 있느냐"며 "그 현장에는 용산참사 유가족도 있었다. 참으로 잔인무도하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한 배영근 변호사는 "움막 안에 있는 주민들이 고립되어 있어 만나기 위해 변호사접견권을 요구하며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았다"며 "변호사접견권을 방해하면 직무유기 등에 해당하기에 국가 차원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도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국회의원은 움막 안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있는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국회의원은 움막 안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있는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경찰이 들이닥치자 통합진보당 김재연 국회의원이 연대단체 회원들과 함께 움막 앞에 스크럼을 짜고 지키고 있다. 당시 김재연 의원은 팔목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통합진보당 김재연 국회의원이 연대단체 회원들과 함께 움막 앞에 스크럼을 짜고 지키고 있다. 당시 김재연 의원은 팔목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정상규 변호사는 "행정대집행 때 건물(움막) 안에 사람이 없을 때 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행정대집행은 공무원들이 움막을 뜯어내야 하는데 경찰이 하기도 하고 심지어 한국전력공사 헬멧을 쓴 사람들이 와서 움막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몇 겹으로 방호벽을 설치해 변호사접견권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 팀장은 "주민들이 다치고 하니까 안타깝다"며 "긴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13명의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해 활동했는데, 조사보고서를 제출해 상임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움막이 뜯겼더라도 송전탑 반대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이사라(83) 할머니는 "평생 이곳에서 살아온 그대로 살고 싶다"며 "움막이 없다고 해서 그만둘 일이 아니고,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경(79·위양마을) 할머니는 "우리는 10년 가까이 싸웠다. 원통하다.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는 보상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용산참사 유가족인 이충헌씨가 부상을 입어 누워 있다.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용산참사 유가족인 이충헌씨가 부상을 입어 누워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경찰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농성하던 주민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경찰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농성하던 주민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밀양 송전탑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