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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임원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인천시 고위 공무원을 위해 부평구가 조직적으로 탄원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A팀은 12일 오전 '각 과 서무들은 집결하라'고 방송했다. A팀 팀장은 모인 서무들에게 탄원서를 내밀었다. 이 탄원서는 건설업체 임원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전·현직 공무원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얼마 전 대기발령 된 홍아무개(55, 2급) 전 부평구 부구청장과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처장에서 사퇴한 황아무개(59, 2급)씨다. 황씨는 홍 전 부구청장 바로 전에 부평구 부구청장을 지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대우건설 임원으로부터 각각 1500만 원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부평구청 공무원들이 받은 탄원서.
 부평구청 공무원들이 받은 탄원서.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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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영 부평구청장이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직무수행이 정지돼, 선거일 자정까지 구청장 직무는 통상 부구청장이 수행한다. 하지만 부구청장이 대기발령 된 상태라 자치행정국장이 구청장 직무를 대행한다.

이런 자치행정국장이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을 위해 탄원서를 조직적으로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부평구 관계자는 탄원서를 자율적으로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재 구정을 총괄하는 구청장 직무대행자가 대표 탄원인으로 돼있는 탄원서를 각 과 서무들을 통해 받은 것이라, 과연 자율적이라 할 수 있는지 논란도 제기된다.

자치행정국장은 "직장 동료들로서 그동안 함께 행정의 최일선에서 동고동락하며 업무에 대한 철학을 지켰으며, 인간미 넘치는 동료애를 느껴오면서 피고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이렇게 탄원서를 올리게 됐다"고 탄원 취지를 밝혔다.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 탄원서 받기 막아

이런 탄원서가 부서별로 돌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부평구지부는 탄원서 서명을 막고 자치행정국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부평구는 결국 13일 탄원서 받기를 중단했다.

부평구 공무원 C씨는 "우리가 모셨던 상사이고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선배 공무원을 위해 탄원서를 받는다는 것은 올바른 처사로 보이지 않는다"며 "더욱이 현재 구청 최고 책임자가 부정부패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를 위해 탄원서를 주도해 받는 것은 부평구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종면 전공노 인천지역본부장도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고위 공직자들이 정부 출연기관 등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갔지만 제대로 역할을 못해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한 뒤 "금품 수수로 기소된 인사를 위해 구청장 직무대행자가 나서서 탄원서를 받은 것은 국민정서를 떠나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다"라고 지적했다.

부평구 A팀 팀장은 "탄원서를 나눠주기 편해 서무들을 불러 배부했지만, 몇 차례 절대 강요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며 "공직 선후배와 동료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탄원서를 받았을 뿐이지, 강요 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남동구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직 공무원을 위한 탄원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동구 총무과는 5월 초에 탄원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무과 관계자는 "전직 부구청장이 재임 기간 중 '화분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벌이는 등, 좋은 기억을 가진 선후배 공직자들이 개별적으로 서명을 받아 저도 참여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역 기초단체장이 6·4 지방선거에 대거 출마해 행정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탄원서를 조직적으로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12일 현재 인천시 10개 군·구 기초단체장 중 8명이 직무 정지에 들어갔다. 해당 지역은 중구·동구·남구·남동구·부평구·계양구·강화군·옹진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미영, #부평구청, #금품수수, #뇌물수수,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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