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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수원시청 본관 앞뜰에 마련한 분향소
▲ 분향소 수원시청 본관 앞뜰에 마련한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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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28일에도 추적거린다. 이번 비는 농사꾼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워야 할 비인데, 사람들은 이 비도 슬픔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하늘도 슬픈 모양이네요."

28일 오전 수원시청 앞뜰 전광판 아래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수원시 추모분향소'에 분향을 하러 온 한 시민의 독백이다.

수원시는 28일 오전 9시부터 세월호 희생자들의 추모분향소를 설치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분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한 것이다. 오후 12시 30분 현재 300여 명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비가 오고 있는 궂은 날인데도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찾은 것이다.

"아파요"... 말 잇지 못하고 눈물만 삼켜

기다림 비가 오는 가운데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기다림 비가 오는 가운데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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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분향을 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멀리는 가지 못한다고 해도, 거주하고 있는 수원에 분향소가 차려졌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슴에 검은 조의를 표하는 리본을 달고, 이름을 적은 후 흰 국화 한 송이를 받았다. 분향소 안으로 들어가 향을 사른 후 고개를 숙인다.

'못다 피운 꽃 하늘에서 활짝 피길.'
'당신의 모습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친구들아 따듯한 곳에 가서 편히 쉬어라. 정말 미안하다.'
'잊어버리지 않고 여러분을 기억할게요.'

묵념 헌화와 분향을 마친 수원시청 청경 일행이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묵념 헌화와 분향을 마친 수원시청 청경 일행이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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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리본에 적혀있는 추모의 글귀들이다. 아침부터 이곳에 나와 봉사를 하고 있는 수원시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김영옥 연합회장과 회원들은 분향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맡고 있다가,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파요'라는 말만 남길 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인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 지지 않고..."

정오를 넘기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듯하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시민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가 다 아픕니다. 방송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이젠 두렵기조차 하네요. 도대체 이 나라가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다고 봅니다. 모든 국민이 다들 아파하고 힘을 잃고 있는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더 편치가 않습니다. 아이들을 볼 면목도 서질 않고요."

리본달기 분향을 마친 조문객들이 노랑천에 글을 써 묶고 있다
▲ 리본달기 분향을 마친 조문객들이 노랑천에 글을 써 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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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친구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 여학생도 말을 보탰다.

"세월호에서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많은 선배님들께 죄스러운 생각에 찾아왔어요. 제발 하늘나라에선 이런 아픔이 없었으면 해요.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여학생은 책임을 지지 않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고개를 들 자격도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이 이어진다. 시청 본관 앞 정원 한편에 마련한, 노란 리본을 다는 곳에도 분향을 마친 사람들이 노란 천에 글을 적어 달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아라.'
'미안하다. 구하지 못해 사랑하는 단원친구들.'
'하늘나라엔 이런 아픔이 없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행복하세요.' 

안내판 28일부터 수원시청의 홍보전광판은 단 문구가 없이 세월호 추모분향 안내문만이 보인다
▲ 안내판 28일부터 수원시청의 홍보전광판은 단 문구가 없이 세월호 추모분향 안내문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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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을 하기 위해 점심도 걸렀다며 총총히 발길을 옮기는 한 사람은, 아침 출근길에 시청 홍보전광판을 보고 분향소가 차려진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 앞에만 서도 눈물이 쏟아지네요. 아직도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한 100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들. 그 속에서 얼마나 추울까요. 집에서 잠을 잘 때도 따듯하게 자는 것이 죄스럽습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 돼버렸네요. 고개를 들고 살 수 없는…."

순식간에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그리고 벌써 10여 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이를 찾아 바람이 이는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있는 유가족들. 매번 뒷북만 치고 있는 안전타령. 아이들에게 우리는 영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몰염치한 어른들이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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