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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늦겨울 추위가 없었던 탓에 배꽃 개화가 작년보다 열흘 일찍 빨라졌다.
 올해는 늦겨울 추위가 없었던 탓에 배꽃 개화가 작년보다 열흘 일찍 빨라졌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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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늦추위 없이 봄기운이 빨라져 올해 배꽃 개화가 작년보다 열흘 정도 빨라진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한낮에는 20~24도까지 오르는 등 급상승한 기온 탓에 꽃망울이 터지면서 나뭇잎 자라는 속도도 예년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지 농가와 아산시농업기술센터 등에 따르면 평소 4월 23일을 전후해 만개하던 배꽃이 작년에는 1주일 이상 늦어져 4월 30일을 전후해 만개했다. 반대로 올해는 작년보다 열흘이상 빠른 17일을 전후해 만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빨라진 개화시기에 맞춰 화접(인공수분)을 해야 하는 농촌지역에 인력수급 혼선을 빚어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또 만개시점인 목요일 이후 비소식까지 더해져 과수농가들이 더 다급해 졌다.

꽃가루 확보 비상

올해는 작년보다 열흘 이상 빠르게 배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열흘 이상 빠르게 배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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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배꽃이 일찍 개화하면 현지 농가들은 화접을 위한 꽃가루 확보가 어렵다.

화접은 품종이 다른 수나무의 꽃가루를 채취해 수확하는 품종의 암꽃에 사람이 직접 꽃가루를 묻혀주는 작업이다. 그동안 아산지역 농가들은 아산배의 주품종인 신고배가 다른 품종의 수나무보다 늦게 꽃이 피기 때문에 미리 꽃가루를 채취해 두었다가 화접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수꽃과 암꽃이 같은 시기에 꽃망울을 터뜨려, 수꽃을 자체 조달하던 농가에서는 부득이 꽃가루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인근 대학과 기업, 학교, 공무원, 군인 등의 자원봉사 지원을 받던 농가에서도 인력지원을 제공하려는 기관과 시간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인원이 선거캠프에 합류하거나, 선거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바람에 인력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농촌지역에 화접자원봉사를 계획하는 대학생이나 기업체 관계자들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최소 1주일 이상 날짜를 앞당겨 지원일정을 잡아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개화가 빠른 수확으로 이어질까

올해는 빠른 개화가 빠른 수확으로 이어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올해는 추석이 9월 8일로 작년 9월 19일보다 11일 빠르다. 본격적인 출하는 추석을 앞두고 이뤄지는데 빠른 개화로 추석에 맞춘 수확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화와 화접 시기가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수확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일년 생육기간이 일정한 주기를 갖기 때문에, 화접 시기가 빨라졌다고 해서 수확기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수없이 변화하는 날씨로 수확시기가 앞당겨 질 가능성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오히려 늦춰질 수도 있다.

과수농사 7할은 봄날씨가 좌우

배나무 한 그루에는 8000~1만 송이의 꽃이 핀다. 이 중 화접에 의해 250개 정도의 열매가 맺힌다.
 배나무 한 그루에는 8000~1만 송이의 꽃이 핀다. 이 중 화접에 의해 250개 정도의 열매가 맺힌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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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 한 그루에는 8000~1만 송이의 꽃이 핀다. 이 중 화접에 의해 250개 정도의 열매가 맺힌다. 농민들은 봄과 여름을 지나 태풍피해까지 예측하며 수확기에 몇 개의 열매를 끝까지 매달고 갈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상품성이 좋은 배 하나를 수확하기 까지는 앞으로도 멀고 험한 여정이 남아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은 5월 초까지 이상저온에 일조량 부족까지 겹쳐 많은 농가에 피해를 입혔다. 작년에는 4월 말까지 두꺼운 겨울옷에 우비까지 입고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변덕스런 날씨가 과수농사에 가장 큰 복병이었다.

올해는 화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15일 이후부터 만개시점까지는 비소식이 예고돼 있어 농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개화가 빨라지는 시점의 가장 큰 문제는 아침과 저녁 최저기온이 10℃이하로 떨어지고, 때로는 영하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꽃은 인공수분을 무사히 끝마쳤다 하더라도 5~6일 정도는 꽃송이가 달려 있어야 정상적인 수분이 이뤄진다. 또 인공수분을 제때 했다 하더라고 평균 16℃ 이상 온도를 유지해 줘야 좋은 열매가 맺힌다. 따라서 과수농업의 7할 이상은 화접을 하는 봄 날씨가 좌우하게 된다.

이번 주말 배꽃만개로 경관 절정

배꽃은 이번 주말 만개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배꽃은 이번 주말 만개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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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아산시 음봉면에서 둔포면을 지나 천안시 성환읍과 직산읍을 연결하는 평평한 밭고랑에서부터 산비탈 계곡까지 줄지어선 수천, 수만 그루의 배나무에서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뿜어내는 흰 빛 물결이 마을 굽이굽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서 아산시 700농가 772㏊, 천안시 1075농가 1288㏊의 과수농가 거대한 벨트를 형성하며 흰 배꽃이 융단처럼 펼쳐지고 있다. 아산과 천안 두 도시에서 생산되는 배는 5만톤 규모로 전국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배 작황에 따라 천안·아산 농업의 평균소득이 큰 폭으로 좌우될 정도다.

천안시 성환읍에서 인근지역으로 한 필지, 두 필지 늘려가던 배 과수원이 아산 둔포면과 음봉면으로 넘어와 지금은 전국 최대의 과수단지로 탈바꿈했다. 이 거대 과수단지로 접어들면 길과 마을을 제외하고 온통 새하얗다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이곳에서 앞으로 보름 동안은 절정으로 치달았다가 떨어지는 배꽃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들풀, 냉이꽃과 함께 어우러지는 싱그러운 세상을 관찰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배꽃, #아산시, #화접, #배꽃만개, #인공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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