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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현지시간)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 통일 구상 밝히는 박 대통령 (드레스덴=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현지시간)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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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통일 대박'발언을 시작으로 통일 드라이브를 본격화했을 때, 많은 이들의 최대 궁금증은 북한과의 교감 여부였다.

2월 12일과 14일,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북한의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남북고위급접촉'을 한 뒤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중상 중단에 합의하자, 이에 앞서 남북 간에 물밑접촉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치러진 뒤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발표에 이어 박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는 방침이 나오고, '드레스덴 연설'이 예고될 때도 역시 북한과의 교감여부가 큰 관심대목이었다.

그러나 애초 '통일 독트린'으로까지 예고됐던 '드레스덴 연설'의 실 내용은 북한과 '일정 수준의 교감'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대단히 빈약했다.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는 우리 정부가 이미 1990년 이후 6차례나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것이었다. 북한은 특히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뷰를 통해 이를 제안하자 "북남 관계 책임을 돌리려는 얕은 수"라며 맹비판했다. 북한이 '비핵개방3000'을 '반통일선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부르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사전 교감도 없이 불쑥 던진 데 대한 반발이었다.

드레스덴 선언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제안도 마찬가지다. 이미 박 대통령에게는 "편리한 시기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까지 한 '김규현-원동연'라인이 있다. 이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끌어낸 바 있고, 북한이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대표단'이라고 힘을 실어준 연결선이었다. 그런데 이 라인은 어디로 가고, 박 대통령은 독일에 가서 다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꺼냈다.

'드레스덴 연설'여운 가시기도 전에 포격전

최윤희 합참의장이 연평도 포격도발 3주기를 앞두고 지난 2013년 11월 11일 오후 서북도서에 실전 배치된 스파이크 유도미사일 부대를 방문해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합참의장 서북도서 현장지도 최윤희 합참의장이 연평도 포격도발 3주기를 앞두고 지난 2013년 11월 11일 오후 서북도서에 실전 배치된 스파이크 유도미사일 부대를 방문해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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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만에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나섰고, 3일만에 남북은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포격전을 벌였다. 드레스덴 연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이다.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와 방사포 500여 발 중 100여 발이 백령도 인근 NLL 이남 최대 3㎞ 해상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번 해상사격 훈련을 사전 통보한 것과는 별개로 남한을 자극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는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 진행중인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 그 중에서도,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상륙훈련(쌍용훈련)과 북한 어선 나포 사건에 대한 '단기적 대응'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박 대통령의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비핵화 발언과 관련해 "방구석 아낙네"(3월 2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북남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정치, 군사적 도발의 진범인도, 반인륜 범죄의 우두머리도 다름 아닌 박근혜"(3월 30일 조선중앙통신)라고 박 대통령을 실명비난하고, 4차 핵실험을 예고한 것과 연결시켜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아직까지 공개적인 입장 발표는 없었지만,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이 읽혀진다. 이는 박 대통령의 '통일 드라이브'가 북한과의 물밑교감이 없이 진행됐거나, 물밑접촉이 있었다 해도 낮은 수준이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북핵 문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조치'만 반복

박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와 독일에서 한 숱한 북핵 관련 발언중에 핵과 관련,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없었다는 점도 이미 북한의 이후 행보를 예측케 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과 뒤이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 목소리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조치'만을 반복했다. 중국이 움직일 공간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모자패키지 사업'(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사업)까지 챙기는 세심함을 보였지만, 그 외 박 대통령이 말한 교류협력사업 대부분은 5·24조치 그리고 북핵 문제와 연결돼 있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을 마친 뒤 "그날이 오면 모든 것이 드레스덴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날'은 통일의 날을 의미하는 것이겠으나, NLL에서 포탄을 주고받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공허할 수밖에 없다.

동독 출신 첫 총리로 자신을 "통일의 산물"이라고 표현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한 조언이 절절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을 열린 마음(개방적 자세)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태그:#북한 서해 사격훈련, #NLL포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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