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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여행, 광양 매화마을도 좋지요.
 봄꽃 여행, 광양 매화마을도 좋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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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굽어보며 앉아 있는 홍쌍리 매실가의 전통 옹기들.
 섬진강을 굽어보며 앉아 있는 홍쌍리 매실가의 전통 옹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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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봄꽃 여행 떠나고 싶은데 망설여진다고요? 그럼, 이렇게 시작하세요.

'어디로 갈까?'

여행 구상. 생각이란 뼈대에 주제와 동행자 등 하나하나 살을 붙이면 여행 갈 확률이 점점 높아집니다. 주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 느끼기. 그리고 화사한 꽃구경, 단풍구경 등이면 무난합니다. 여기에 먹을거리 찾아 떠나는 음식기행이 더해지면 조금 더 맛스러운 여행이 되지요.

용기내서 봄 꽃구경 나서려는 당신만을 위한 시 한 편 읊지요.

개화
                김용호

목 꺾어 새우등 사타구니 바짝 올려
꾸다 만 애린 꿈 천장에 붙여놓고
봄이여 하마 오시나 떨며 지낸 세월들

이제사 필 양인가 석삼동 그리 동동
웅크린 몸 뒤틀며 옴짝옴짝 하더마는
진정코 터진다는데 이 무슨 슬픔인가

한 손은 술을 들고 딴 손으론 달빛 들고
포르르 벌어지는 꽃잎들을 헤아리다
기어코 만발이어라 별빛에 나는 지고

김용호 시인의 시집 <갯민숭달팽이>에서 따온 시(詩)입니다. '개화'는 봄 그리며 지내다 드디어 꽃구경에 나섰더니 옴싹하던 꽃봉오리가 탁 터져 만발한데 나는 지고 있더라는 삶을 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저 왔다 실없이 가는 인생, 즐기는 자세도 필요하지요.

숨겼던 여인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는 매화꽃 향기

선비의 기품을 닮았다는 매화는...
 선비의 기품을 닮았다는 매화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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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변에는 매화가 만발했더군요. 유혹이었지요.
 섬진강 변에는 매화가 만발했더군요. 유혹이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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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듯한 홍매화.
 불타는 듯한 홍매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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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보러 가요!"

여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힘겹다'함은 꽃 중에서도 어떤 꽃을 볼까, 망설이다 나온 신의 한 수란 의미지요.

매화 피는 마을 많지요. 특히 매화 축제가 열리는 지역은 전남 광양과 고흥, 경남 양산과 김해, 제주도 서귀포와 휴애리 등 주로 따뜻한 남쪽에 몰렸습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부담 없이 개인 사정에 맞게 움직이면 됩니다.

"고흥도 김해도 좋은데 전 광양 매화마을에 가고 싶어요."

아내의 선택에 따라얍죠. 매너지요. 안 그랬다간 후환이 두렵(?)기도 하고. 광양 매화마을은 매화축제의 원조지요. 매실장인의 터전이 있는 곳이지요. 게다가 섬진강변과 어울린 매화가 명품 경치를 자랑하니까. 부부 매화꽃 향기 나들이뿐 아니라 마음 맞는 동반자가 있어도 좋지요.

매화 향이 은근히 묻어나는 매화 꽃길을 걸었습니다. 웃음이 꽃봉오리와 함께 절로 터졌습니다. 함께 나란히 걸었던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눈을 문지르며 찾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함께 걷는 매화만 있었지요. 나의 그녀는 어느새 매화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매화꽃과 향기는, 둔갑술로 아홉 개나 달린 꼬리를 숨겼던 여인의 정체를 드러나게 했습니다. 수시로 변하는 그녀의 둔갑술은 '웬수' 같은 남편과 살면서 터득한 게지요. 아름다움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본색을 숨길 수 없나봅니다. 본시 아내는 매화였던 겁니다. 그런데….

"매화가 팝콘 같다고?" 엉뚱한 상상력의 매화 꽃길

섬진강변에는 매화가 만발하고 있었지요. 광양 매화마을의 홍매화가 발길을 붙잡더군요.
 섬진강변에는 매화가 만발하고 있었지요. 광양 매화마을의 홍매화가 발길을 붙잡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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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마치 팝콘 같다는 엉뚱한 상상을 불러왔습니다.
 매화가 마치 팝콘 같다는 엉뚱한 상상을 불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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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을은 추억처럼 자리하고 잇었지요.
 매화마을은 추억처럼 자리하고 잇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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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바라보며 걷던 중, 엉뚱한 상상력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저거 봐. 마치 팝콘 같지 않아?"

고개를 돌렸습니다. 대체 뭐가 팝콘 같다는 건지…. 방향을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갔습니다. 손가락은 매화꽃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매화는 팝콘을 닮아 있었습니다. 심심풀이용 주전부리 팝콘을 닮은 매화, 참 재밌데요. 매화 꽃길은 상상력을 동원해 걸으니 더욱 운치 있더군요.

취향은 제각각입니다. 청매가 좋다는 분, 홍매가 더 매력적이라는 분. 저는 둘 다 좋습니다. 홍매는 이른 봄과 썩 잘 어울립니다. 겨우 내 지탱하던 빛바랜 겨울 색이 홍매와 어울리니 확 튀는 궁합으로 다가오니까. 청매는 또 청매대로 푸릇푸릇함이 생명이지요. 매화를 볼 때마다 아쉬운 게 있습니다. '설중매'. 이는 매년 갖게 되는 희망사항입니다.

매화가 모여 사람까지 모으고 있습니다. 힘을 합치니 뜻이 또렷해지는 게지요. 덕분에 경제까지 꿈틀거립니다. 지천으로 피는 매화는 사람을 모아 경제의 바탕이 됩니다. 때 아니게 궁금증이 입니다.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매화는 뭘 먹고 살까?

매화 밭 아래에 거름이 수북합니다. 자연의 은혜를 입은 인간이 자연에게 되돌려주는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거름은 땅이 흡수해 나무에게 전해주는 관계의 작용입니다. 자연은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왜? 그래야 자연이 또 인간에게 마음껏 베푸니까.

"고마워요!"

매화 꽃밭을 거닌 후 아내의 감사 표시. 이 말 앞에서 괜히 어깨가 우쭐해집니다. 그저 따라 왔을 뿐인데, 감사는 혼자 독차지하는 민망함 속에서도.

광양뿐 아니라 하동, 구례, 곡성 등 섬진강 변에서는 백사장 걷기, 자전거, 레일바이크 등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겨울이 내는 막바지 용심, '꽃샘추위' 때문에 즐기는 걸 잠시 뒤로 늦췄답니다.

톡 터질 때를 기다리는 매화
 톡 터질 때를 기다리는 매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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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을, 이번 주말에 가면 매화꽃이 만발하겠더라고요.
 매화마을, 이번 주말에 가면 매화꽃이 만발하겠더라고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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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더군요.
 매화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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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홍매화, #매화, #광양 매화마을, #홍쌍리 매실가,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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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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