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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파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날 노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분들께 잠시 고통을 드리더라도, 정부가 국민 여러분께 거짓을 말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기어이 막아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노환규 의협 회장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파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날 노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분들께 잠시 고통을 드리더라도, 정부가 국민 여러분께 거짓을 말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기어이 막아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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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은 의사들의 자존심이에요. 제 자존심은 놓고 올 수 없잖아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인 김아무개(29)씨. 그는 수술할 때 쓰는 하늘색 마스크를 꼈다. 그리고 종이 가방에 흰색 가운을 넣어 왔다. 가운을 들어 보인 그는 "가운이 의사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가운 오른쪽 가슴에 병원 마크가 보였다. 그는 이날 아침 5명의 동료들과 병원에서 모여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 회관에 집결했다. 10일 하루 예정된 집단 휴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의협 회관에서 만난 김씨는 이날 파업 동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한 명의 의사이기 전에 한 명의 노동자"라며 "강도 높은 일에 지쳐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민영화에 귀를 막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난으로 폐업하는 개원가가 늘어 생명 돌보는 일을 포기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는 곧 돈벌이 의사만을 양산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 휴진에 나선 전공의 1000여 명 집결... "의사는 정부 하수인이 아냐"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모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모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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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진료 가운 입고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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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가 파업에 돌입한 10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날 하루 파업에 나선 전공의 1000여 명이 의협 회관에 집결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한양대학교병원, 상계 백병원 등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다. 한 손에는 의사 가운을 들고 하늘색 마스크를 쓴 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래위 가운을 입은 전공들도 보였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을 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들로 전국 230여 개 병원에서 1만6천여 명이 수련 중이다.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전공의가 100명 이상인 70여 개 병원 중 세브란스 병원 등 약 50∼60개 병원의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휴진 참여율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관에서 만난 전공의들은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이아무개(27)씨는 "의사는 타인의 생명을 돌보는 사람들인데, 사회적 책임감이 없어서는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없다"며 "의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하수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훗날 선배가 돼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며 "정부의 의료 민영화를 저지를 위해 많은 선배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 전공의 윤아무개씨는 "학부 때에도 이런 단체 행동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이 문제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아무 힘 없는 전공의들이지만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2차 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 회장 "정부의 면허 취소 협박은 망발이자 망언"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건강보험제도 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의료제도 정상화 요구하는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건강보험제도 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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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헌혈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 헌혈하는 전공의 "불편을 끼쳐 죄송"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헌혈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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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노환규 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운을 입고 나타난 노 회장을 전공의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노 회장은 먼저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사과했다. 그는 "의사의 손길이 절박한 환자들에게 송구스럽다"며 "하지만 오늘 하루 환자들에게 고통을 드리더라도 거짓된 원격진료, 의료 영리화 정책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하니까 진료에 매진하던 의사들이 투사가 되고 있다"며 "정부가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에서 비롯된 망발이자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국민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여 달라, 의사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이후 전공의 대표로 나선 송명제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송 위원장은 "저희들이 풍족한 직업을 가진 자들이라고 하지만 저임금으로 4년 동안 일하기로 한 '88만원세대'의 노동자일 뿐"이라며 "환자들을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파업하게 돼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자본으로 의료계를 길들이려고 반대 의사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정부의 으름장이 무섭지 않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진료했듯이 이제 사회를 위해 진료하겠다"고 말했다.

의협회관에 모인 전공의들은 정오부터 헌혈 운동을 벌이며 파업 예정 시간인 오후 6시까지 집단 행동을 일어갈 예정이다.

한편, 의료계 파업에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 등 의료법 등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에 나섰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등과 함께 현재 휴진 의료기관을 파악해 확인되는대로 해당 기관에 업무개시를 명령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우선 이날 휴진한 의료기관 문에 업무개시 명령서를 붙이고, 현장에서 휴진 참가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는 전화 등을 통해 이날 중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전달하게 된다.


태그:#대한의사협회, #의사 파업, #집단 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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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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