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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공장안에 계신 분과 공장 밖에 계신 분들이 봄날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다"며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다.
▲ 김제동 "봄날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공장안에 계신 분과 공장 밖에 계신 분들이 봄날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다"며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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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달려온 김제동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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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는 날을 기다려봅시다.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라요. 그런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진심의 박수를 드립시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재판장님들께 미리 고마움의 박수를 보냅시다."

1600여 명의 박수가 기념관을 들썩이게 했다. '깔깔깔' 웃음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웃음 바이러스', 방송인 김제동씨가 나타났다. 2시간을 훌쩍 넘긴 김씨 입담에 웃음은 널리 퍼졌다.

무엇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 판결이 웃음을 풍성하게 했다. 4년 6개월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 쌍용자동차 사측은 25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156명의 해고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사측은 상고할 예정이다.

김밥 판 돈으로 마련된 콘서트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의 진행에 따라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쌍용차 노동자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의 진행에 따라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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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을 가득 메운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의 입담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객석 가득 메운 김제동 토크 콘서트 객석을 가득 메운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방송인 김제동 씨의 입담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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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평택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콘서트'가 10일 오후 7시부터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들로 1600석의 기념관이 가득 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계륜 위원장을 비롯해 은수미·장하나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용길 노동당 대표, 김선기 평택 시장 등이 함께 했다. 

콘서트 주제는 '봄날 이야기'다. 지난 네 번의 봄은 끝나지 않는 겨울이었다. 그 사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의 가족 2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숨졌다.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렸지만 번번이 공권력이 이를 철거했다. 콘서트 주제는 해고 무효 판결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취지다. 이날 행사는 노동자들이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서 김밥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치러졌다.

김제동씨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인연은 깊다.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파업이 마무리되던 날, 김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쌍용을 잊지 말자"며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고 글을 남겼다. 이후 지난 2011년 5월, 김씨는 이곳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웃음을 잃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아 노동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날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꽃미남"이라고 김제동씨를 소개했다. 김제동은 다짜고짜 박수를 요구했다. 그는 "콘서트 출연료 안 받았다"며 "출연료가 곧 박수인데, 이렇게 박수를 치면 어떡하냐"고 청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는 레크레이션과 강연으로 2시간 내내 청중을 압도했다.

초대손님으로 꼬마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심리 치유 프로젝트 '와락'의 '꼬마 난타'팀이다. 초등학교 1~4학년인 9명의 꼬마들이 김씨의 얼굴이 박힌 흰색 옷을 입고 두 손에 채를 들었다. 가요 <쿵따리 샤바라>에 따라 몸을 들썩이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자신의 키를 낮춰 쌍용차 와락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쌍용차 와락 아이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방송인 김제동 씨가 자신의 키를 낮춰 쌍용차 와락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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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쌍용차 와락 아이들이 멋진 난타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난타공연 펼치는 쌍용차 와락 아이들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쌍용차 와락 아이들이 멋진 난타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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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씨는 이야기가 무르익자 "오늘은 축하받아야 할 자리 아닌가"라며 해고 무효 판결을 꺼냈다. 이어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해고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오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가 났을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 반쯤 풀려요.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 풀리잖아요. 법도 그래요. 법의 최종적인 목적은 억울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 억울함이 오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시민들도 해고 무효 판결에 기뻐했다. 남편과 함께 온 박성희(33)씨는 "많은 평택시민은 어떻게든지 쌍용자동차와 연결돼 있다"며 "노동자들이 4년 넘게 복직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평택시민이 우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고 무효 판결로 인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웃음이 곧 평택의 웃음"이라고 말했다.

무급휴직자인 김아무개(44)씨는 "복직 못한 동지들 때문에 마음 한켠이 무거웠지만 이번 해고 무효 판결로 한결 가벼워졌다"며 "하루 빨리 공장으로 돌아와 함께 기름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무릎 꿇은 김제동 "여러분의 웃음이 만발한 봄날을 기대하겠다"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심수봉 씨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를 열창하며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포옹을 유도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포옹 유도하는 김제동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심수봉 씨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를 열창하며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포옹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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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해고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오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서로 위로하며 포옹하는 쌍용차 노동자 쌍용차 노동자와 시민들이 "해고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오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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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관객들의 포옹을 유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포옹 유도하는 김제동 "서로 위로하며 웃으며 살자"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지역 시민을 위한 김제동 토크 콘서트-봄날 이야기'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관객들의 포옹을 유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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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재치 있는 입담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빵꾸똥꾸'라는 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정치를 풍자했다.

"'빵꾸똥꾸'는 똥꼬에 빵구가 났다는 말이죠. 자세히 보면 이 말은 당연한 거예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회의원도 똥꼬에 빵꾸가 나 있어요. 우리 모두 평등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막힌 똥꾸'라고 하면 욕이 되죠. 귀를 막고 있는 누구에게 이런 말은 엄청난 욕이겠죠."

강연을 끝낸 김씨는 넥타이를 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수 김광석씨의 <거리에서>를 독창했고, 무대에서 내려가 청중들 사이에서 심수봉씨의 <사랑밖엔 난 몰라>, 김수희씨의 <남행열차> 등을 청중들과 함께 불렀다.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무릎을 꿇었다. 고백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매형이 썰매를 만들어줬습니다. 배 만들던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잘 만들었겠어요. 그런데 그 매형이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은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매형이었어요. 한 분야에서 16년 일했다고 4, 5선 국회의원의 월급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공장안에 계신 분과 공장 밖에 계신 분들이 봄날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웃음이 만발한 봄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김득중 지부장이 다가왔고 그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눈물을 글썽인 그는 청중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행복하십시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건네주며 포옹을 하고 있다.
▲ 김제동 씨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는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건네주며 포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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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제동,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고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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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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