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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 내가 지킬란다" 밀양 할매의 일성입니다. 당진지역에만 설치된 송전철탑은 모두 521개.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140여 개를 더 짓겠다고 합니다. 주민 400여 명에 불과한 마을에 그 사이 암으로 죽은 주민은 모두 13명. 11명은 지금 투병 중입니다. 어디나고요? 충남 당진 교로 2리 이야깁니다. 밀양의 미래라고 다를까요? 이 마을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통해, 밀양과 당진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봅니다. [편집자말]
정미면 사관리 송전철탑
 정미면 사관리 송전철탑
ⓒ 유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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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유독 숨이 차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 시내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거야. 부랴부랴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서 CT 촬영을 했지. 결핵이나 폐암 중 하나라는 거야. 진료내역을 뽑아서 다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어."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에 거주하는 김명각(76)씨는 지난해 폐암 확진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노인들에게 암 발병이 뭐 드문 일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을 교로2리에서는 흔해도 너무 흔한 일이 됐다(관련기사 : 처음엔 전봇대인줄 알았는데..." 암 환자와 송전선로, 관계가 없다?).

난생 처음 본 100미터 넘는 괴물 같은 철탑

1999년 당진화력이 발전을 시작한 이후 송전철탑 주변에 위치한 교로2리에서는 암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200가구 400여 명에 불과한 마을에서 지금까지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해 이중 13명이 숨지고 11명이 투병중이다. 물론 그 전에도 암 환자가 더러 발생하곤 했으나 지금처럼 흔한 질병은 아니었다. 당진화력이 송전을 시작한 이후 급증한 암 환자로 인해 이 마을은 지금 공포에 쌓여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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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김씨는 마을에서 이장을 맡고 있던 90년대 말 당진화력과 송전탑 건설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석탄화력과 765kV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송전탑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마을주민 대다수는 전봇대 정도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들어선 것은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높이 100미터의 괴물 같은 철탑이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임청일(72)씨 역시 위암 수술을 한 지 5년이 됐다. 철탑이 들어선다고 할 때 임씨는 당시 군수와 환경과에 서신을 보내 철탑 아래에 사는 사람에게 어떠한 건강상 영향이 있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뿐이었다.

임씨는 "이 마을에서 수십명이 암에 걸렸다"며 "집단적으로 발생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어찌 의심을 안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철탑 건설 이후 일상이 된 암 공포

조정목 어르신
 조정목 어르신
ⓒ 유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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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을 시작한 이후 마을에 암이 집단 발병하자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거대한 철탑이며 주변에서 들리는 소름끼치는 소음이며 주민들에게는 모두 두려움의 대상이다.

같은 마을 주민 임전규(69)씨는 "철탑 건설 이후 속이 자주 미식거리고 어지러움을 느낀다"며 "처음 철탑을 세운 것부터 잘못"이라고 한탄을 한다.

철탑 바로 아래에서 산다는 조정목(73)씨는 녹내장 등으로 4번이나 수술을 했다. 조씨는 "안개가 끼거나 비올 때면 철탑에서 끔찍한 소리가 난다"며 "병에 안 걸릴 수가 없다"고 말한다.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 중 상당수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느 마을과는 다른 것이 유독 1999년 송전철탑이 건설되고 송전을 시작한 이후 병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345kV 송전철탑 추가 건설 소식에 망연자실한 주민들

이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발표된 제7차 장기송배전설비계획은 마을을 다시 한 번 술렁이게 하고 있다. 마을을 V자로 지나는 765kV, 154kV 송전선로에 이어 새롭게 345kV 송전선로 건설계획이 밝혀진 것. 설을 앞둔 주민들은 즐겁기는커녕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을주민 김종흔(71)씨는 "지금 주민들은 전기방석 위에 사는 격"이라며 "만약 송전탑이 더 들어온다면 주민들을 집단 이주라도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전을 시작한 이후 폐암, 위암, 피부암, 백혈병 등 암 환자가 늘고 있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어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교로2리 마을 사람들. 송전탑으로 인한 암 발생 피해는 비단 이 마을 뿐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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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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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전선 100m 인근에 사는, 암 걸린 주민 명단입니다. 암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전탑이 사람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송전탑 전선 100m 인근에 사는, 암 걸린 주민 명단입니다. 암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전탑이 사람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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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에 보도된 최병성 기자의 기사 이해할 수 없는 죽음...어느 마을의 비극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 팔봉면 역시 송전탑이 지나는 주변 1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 73명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암에 걸려 사망하거나 고통당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들도 교로2리 주민들과 같은 이유로 속을 태우고 있다. 암 발생 원인과 송전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전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사이, 주민들은 또 죽고 암 환자는 또 생길 게다. 대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가 생겨야 비극이 끝날까.


태그:#당진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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